월평균 소득 439만9천원-물가 고려한 실질소득 0.4% 줄어…술·담배값 지출만 늘어나

지난해 한국 가구의 실질 소득이 0.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소득이 감소한 건 7년 만이다.

소득이 감소하면서 씀씀이도 줄어 가구당 월평균 소비증가율은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 (그래프=통계청 제공)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6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0.6% 늘어났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2%)보다 더 낮은 증가 폭이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득은 0.4% 감소했다. 실질 소득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09년(-1.5%) 이후 처음이다.

실질 가계소득 증가율은 2012년 3.9%, 2013년 0.8%, 2014년 2.1%, 2015년 0.9%로 내리막을 걷더니 지난해 들어 아예 마이너스(-)로 꺾였다.

아시아 외환위기(1997~199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8년) 같은 대형 외부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도 한국은 경제위기 급 소득 한파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자체가 크게 늘지 않고 있는 데다, 기존 구직자의 월급도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012년 43만7000명, 2014년 53만3000명에서 지난해 29만9000명으로 꺾였다.

근로소득 증가율 역시 2012년 7.7%였는데 2014년 3.9%로 반 토막 나더니 지난해 1.0%에 불과했다.

소득이 줄고 향후 경기도 불투명하다보니 가계는 지갑을 열지 않고 지출을 줄였다.

지난해 국내 가구는 월평균 336만1000원을 지출했다. 물가 상승분을 더한 명목상 소비지출(전체 지출-비소비 지출)은 전년과 견줘 0.5% 줄었고, 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로도 1.5% 지출이 감소했다. 

소비지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가구는 지난해 의류ㆍ신발(전년 대비 -2.4%), 통신비(-2.5%), 식료품(-1.3%) 지출을 줄였다.

늘어난 건 주류ㆍ담배(5.3%), 보건(1.6%), 음식ㆍ숙박(1.4%) 정도다. 이마저도 담뱃세 인상, 고령화, 외식ㆍ여행 물가 상승 같은 영향이 컸다.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맨 덕분에 지난해 월평균 가계수지(소득-지출) 흑자는 103만8000원으로 2015년 대비 3.8% 늘었다.

소득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가구 소득(명목 기준)은 5.6% 줄어든 데 반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 소득은 2.1%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지출에서 세금 등 각종 필수 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 기준)이 하위 20%의 소득보다 2014년 4.45배에서 2015년 4.22배로 낮아졌다가 올해 다시 4.48배로 다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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