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 이달 초 미국 최대의 잔치라 일컬어지는 2017 NFL(프로미식축구리그) 슈퍼볼이 성황리에 끝났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지 몰라도, 이 프로미식축구 결승전은 미국에서 월드컵이나 올림픽보다 훨씬 더 유명하고 규모가 큰 스포츠 이벤트다.

▲ 이현우 교수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최고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스포츠 이벤트이기도 하다.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이 시청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미식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슈퍼볼 기간에는 친구들과 모여 TV를 틀어놓고 즐기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7만명이 넘는 관중이 찾은 이 경기가 열리기 전 주에 입장권 가격이 평균 6천400달러(732만 원)까지 치솟았다.

광고 단가도 슈퍼볼의 가치를 방증해주는데, 30초 광고단가가 최고 500만 달러(약 56억원)에 이르렀고 매년 역대 최대 광고단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최초로 연장전이 진행되어 중계권을 사들인 폭스 방송사는 2000만 달러(약 230억원)의 추가 수익을 챙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NRG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1회 슈퍼볼에서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애틀랜타 팰콘스를 연장 승부 끝에 34-28로 누르고 우승했다.

이처럼 미국 프로미식축구의 결승전인 슈퍼볼은 명실상부한 전미 최대의 스포츠 축제가 되었고 NFL은 미국최고의 스포츠 리그로 군림하고 있는데, 이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물론 대학미식축구 인기나 풀뿌리 기반은 튼튼했지만, 50여년 전까지는 프로야구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였다.

하지만 현재 NFL의 흥행 규모는 다른 종목들에게 시쳇말로 넘사벽으로 여겨지고 있고, 흥행규모로는 이제 대학미식축구가 2위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전환점이 된 시대는 1960년대 부터다.

NFL은 1959년에 피트 로젤(Pete Rozelle)이라는 새로운 커미셔너(협회장의 개념)를 임명하게 되는데 그의 재임 동안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게 된다.

리그의 선도적인 역할이 강화되면서 전체적인 리그가 발전하였다. 당시 12개의 팀으로 운영되던 리그는 현재 32개로 성장했으며, 2016년 포브스가 발표한 전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 구단으로 댈러스 카우보이스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프로축구 구단)를 제치고 1위로 선정되었고 10위 가운데 절반이 NFL의 팀들이었다.

피트 로젤의 지휘 아래 주목할 만한 리그의 역할들이 많은데 그 중에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슈퍼볼이라는 이벤트가 만들어진 것은 NFL이 당시 경쟁 리그였던 AFL(American Football League)를 합병시킨 이후 1967년에 첫 대회를 연 것으로, NFL이 방송사들과 협력하여 인기를 끌면서 미국 최대의 이벤트로 발전하였다.

피트 로젤은 미디어의 힘을 잘 활용하였는데, ABC 방송사와 중계권 계약을 맺으며 당시 상식을 깨는 발상으로 월요일 밤에 경기를 열어 중계하기 시작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명료했다. 일요일 저녁보다는 월요일 저녁에 사람들이 TV를 더 많이 본다는 점에 착안했다. NFL의 월요일 저녁 중계(Monday Night Football)는 이제 미국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프로그램이 되었다.

▲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제임스 화이트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NRG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1회 슈퍼볼에서 애틀랜타 팰콘스의 저지를 뚫고 터치다운에 성공하고 있다.[휴스턴 AP=뉴시스]

당시 미국 대학미식축구는 직접 관람에 대한 영향력을 두려워하여 중계방송을 꺼렸던 것과 비교해보면 적극적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해년 피트 로젤의 행보는 혁신적인 것이었다. 오늘날 거대 리그들의 가장 안정된 장기 수입원은 중계권 계약료다.

또 하나의 리그적 특징은 NFL의 수익분배시스템이다. 피트 로젤이 정착시킨 입장 수익분배와 중계권 수익분배는 작은 시장의 팀들을 후원함으로써 리그 전체의 안정성을 확보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프로리그들과 비교해 봐도 미식축구가 가장 엄격하게 경쟁적 균형(competitive balance)을 위하여 가장 많은 비율의 수익을 팀들에 분배하고 있다. 팀 들간의 편차가 가장 적은 것도 NFL이고 선수 연봉의 편차도 가장 적은 반면에 평균 입장인원은 가장 높다.

가장 적은 경기 수를 운영하는 리그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수요가 넘쳐나는 것은 리그의 전체적인 성장을 강조한 협회의 운영 방식의 성공에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NFL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큰 쟁점은 뇌진탕으로 대두되는 선수들의 건강문제이다.

NFL 선수들은 미국 4대 종목 프로 선수들 중에 가장 짧은 3.3년의 선수생명과 가장 높은 부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만성질환성 뇌진탕이 미식축구 선수들에게 빈번하게 발견됨으로써 선수들의 안녕과 복지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부상의 위험이 알려지면서 유소년 참여인구가 감소하는 추세가 생겼다.

현임 로저 구델 커미셔너의 미숙한 대응도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 유독 NFL 선수들의 일탈이 사회적인 이슈가 될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대응으로 리그의 운영능력이 의문시되곤 했다.

▲ 배우 멀리사 매카시가 '니로' 차량을 타고 환경보호에 나서면서 벌이는 소동을 코믹하게 담은 기아자동차 2017 슈퍼볼 광고/기아자동차 제공

오락가락하는 운영능력이라 하니 한편 우리나라의 협회운영의 사례들이 머리 속을 스친다.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 운영이나,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 구단이 새로 들어오거나 인수될 때 늘상 잡음들이 생겨났다.

리그나 협회가 각 팀들이 일정에 맞춰 시합을 하고 승자를 정하는 일련의 일들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경제적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

금융적으로도 미국의 거대 리그들은 단일 팀보다 싼 금리로 돈을 융통하여 팀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각 팀의 운영이 모기업에 예속된 가운데 리그의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할지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리그나 협회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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