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한국기자협회가 최근 제48회 한국기자상을 발표했다. 한국기자상 대상은 TV조선의 ‘미르·K스포츠재단 권력형 비리 의혹’, JTBC의 ‘최순실 국정개입사건’, 한겨레신문의 ‘최순실 게이트’등 3편이 공동 수상했다.

▲ 김홍국 편집위원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진경준 검사장 수상한 주식대박 의혹 등 2편이,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연합뉴스 경기취재본부의 ’평택 원영이 사건‘ 등 2편이 선정되는 등 6개 부문에서 모두 13편이 선정됐다.

연합뉴스 선양특파원으로 재직 당시 순직한 고(故) 조계창 기자를 기리기 위해 2010년 기자협회와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제정해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조계창 국제보도상‘ 수상작에는 한국일보의 ’재스민 혁명 5년, 끝나지 않은 아랍의 봄‘이 뽑혔다.

유례없는 사상 첫 공동대상, 국정농단 사태를 추적하다

한국 언론의 현실은 갈수록 엄혹해지고 있다. 거세지는 권력과 자본의 압력과 횡포,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현상은 언론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언론은 이에 맞서 현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켜나가야 하는 소명의식을 고수하라는 시대적 과제를 국민으로부터 부여받고 있다.

국가 권력이 국민이 부여한 힘을 사유화하고 국정 시스템을 파괴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지난말부터 언론 보도를 통해 그 실체와 함께 한국사회의 현 주소와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언론 장악과 탄압을 해온 정권에 의해 비틀대던 언론은 작년 말 탐사보도와 현장취재를 쏟아내며 뒤틀린 정권의 비리와 추한 진면목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감시견 기능을 회복했다.

고통스럽고 힘없는 서민들 편에서 권력과 자본의 횡포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대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한국기자상은 지난해 대상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TV조선 특별취재팀 ‘미르·K스포츠재단 권력형 비리 의혹’ △JTBC 특별취재팀 ‘최순실 국정개입사건’ △한겨레신문의 ‘최순실 게이트’가 공동 수상하는 이례적인 수상작을 배출했다.

공동 수상은 48회째인 한국기자상 수상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언론사의 이념과 가치, 철학적 지향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 함께 기여하며, 언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한국기자상은 언론계의 가장 권위 있고 신뢰 높은 언론상이라는 점에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및 국기문란 사태가 한국사회의 가장 큰 화두이자 개혁이 필요한 사안으로 주목받은 셈이다. 최악의 비선실세와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밤을 지새운 현장 언론인들의 땀방울이 인정받은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수상의 영예를 안은 13편의 보도가 모두 최선을 다해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한편 사건을 진실을 알리기 위한 현장기자들의 노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한국언론이 일궈온 소중한 성과를 그대로 웅변하고 있다.

TV조선-JTBC-한겨레, 국정농단 특종보도 선두에 서다

대상 수상작인 TV조선의 ‘미르·K스포츠재단 권력형 비리 의혹’ 보도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물꼬를 트고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으로 무너진 우리 사회를 돌아볼 계기를 만든 보도작품이다.

하지만 정부의 압박에 따른 갈등이 시작된 뒤 확보한 동영상 및 관련 취재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가 타사 보도 이후 이를 공개하며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인 것은 아쉬운 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JTBC의 ‘최순실 국정개입사건’ 보도는 태블릿PC를 입수해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입수해 고치는 등 국정 농단을 한 사실을 밝힌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후 일련의 보도를 통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회견, 최씨의 귀국과 검찰 출석 및 청와대 핵심실세의 구속으로 이어지는 등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겨레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국정을 농단해온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공개적으로 드러냈고, 최씨와 안종범 수석의 재단 사업 주도,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및 재학중 각종 특혜 제공, 두 재단의 증거인멸 및 대기업에 대한 강제 모금 등 여러 건의 단독보도를 통해 사건의 본질을 밝혀낸 특종보도라는 점에서 2016년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특종보도들인 셈이다.

한국언론, 권력 아닌 국민과 민주주의 편에서 뛰어주길

현장에서 밤을 지새며 저널리즘과 정론정신의 구현에 나서고 있는 일선 기자들이 힘을 내, 권력과 자본의 간섭과 압력을 이겨내고 한국 언론사를 빛내주길 바라는 시대적 소명의식은 더욱 커지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4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후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보도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냈던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보도를 통해 “(박근혜)대통령 게이트는 한국의 고질병인 부패가 전혀 고쳐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으로 위법 대상 범위로 보면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초래한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큰 사건”이라며,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한국의 공직사회에 부패, 뇌물수수, 횡령, 권력 남용 등이 몇 세대에 걸쳐 약간씩 형태가 달라졌을 뿐 공직사회에서 계속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나타내는 분석으로, 한국언론은 이같은 권력과 자본의 부정부패와 헌법 및 법률 위반에 대해 치열하고 날카롭게 저널리즘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언론이 권력이 아닌 국민의 편에서, 힘없고 약한 서민의 편에서 부정부패와 부당한 권력 행사를 비판하며, 국민의 알 권리와 민주주의 및 정의의 가치 실현을 위해 더욱 열정적으로 뛰어주기를 요청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사회부·경제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정치학)로 YTN 등 보도 및 종편 TV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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