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파트너십은 파트너가 되기 전과 파트너가 된 후로 나눌 수 있다.

파트너가 되어 동일한 비전과 목표를 갖고 함께 일하기로 결정하기까지의 쉽지 않은 과정, 그리고 어렵게 성사된 파트너십을 지속해 나가는 것 또한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므로 전후로 나누어 보자는 것이다.

▲ 임태형 대기자

기관•단체의 입장에서 기업과 파트너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기 이를 데 없다.

기업은 예산의 한계 때문에 수많은 제안 중에 극소수만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업을 대신해서 일해 줄 공익사업 파트너를 결정하는데 무척 신중하고 까다로운 자세를 갖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함께 일을 한 단체들은 한결같이 2~3년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다.

기업은 제안서가 아무리 좋아 보여도 기관•단체를 쉽사리 사업 파트너로 맞이하지 못한다. 기업은 기관•단체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기 까지 오랫동안 검토하는 시간을 갖는다.

파트너가 되어 함께 일했던 기관•단체는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다양한 방법의 소통을 이어가며 기업과의 관계를 유지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기업사회공헌 관련 컨퍼런스나 세미나 장소에서 유의미한 질문을 종종 던지며 이목을 끌었던 신생 국제구호단체의 사무국장이 있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이후 곳곳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면서 꽤나 친숙해져 조금씩 그 분이 속한 단체의 성격을 알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친해져 갔다.

이후 회사의 신입사원들이 조성한 꽤 큰 금액의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까를 고민하던 차에 우리의 고민을 말하게 되고 그 분은 적절한 사업을 제안해 주었다.

5년간 파트너로서 함께 일을 하였는데, 그 분은 수시로 사업의 경과를 보고하고 매년 사업종료 이벤트와 결과보고를 충실하게 해주었다.

파트너가 되기까지 2년간 신뢰를 쌓는 긴 시간이 있었고 파트너가 된 후에도 끊임없이 소통하며 프로그램 현장의 소소한 스토리와 문제점을 공유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프로그램의 성과를 키워가면서 오랫동안 파트너 관계를 유지했다.

또 다른 기억도 있다.

한 단체와 파트너 관계가 되면서 초기에는 공익사업 기획을 위한 회의도 잦았고 함께 출장도 다녔지만 실행단계에 접어들면서 파트너에게 사업수행을 일임하면서 점차 소통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금쯤 많은 일들이 진척되었을 텐데 왜 이렇게 연락이 없을까?”하고 기다리다 못해 연락을 하면 그제서야 경과를 구두로 들려주거나, 때론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큰 문제점을 뒤늦게 알게 되어 당황한 적이 있었다.

▲ 지난해 12월 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회 현대모비스 글로벌 상생 파트너십 지원 사업 네트워킹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현대모비스 제공

게다가 당해년도 사업을 위해 무척 큰 금액의 기부금을 냈지만 그 단체의 소식지에는 8폰트 정도의 깨알같은 글자크기에 단 여섯 글자로 기부사실을 소개하여 회사 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관계가 악화된 적이 있었다.

이후 잦은 만남과 소통으로 문제들을 해결하고 점차 좋은 파트너 관계로 발전하면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끝맺음 하긴 했지만 지워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기업과 기관•단체 간의 파트너십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은 신뢰가 만들어지는 시간이다. 그래서 당장 제안이 채택되지 않았다고 해서 연락을 끊어서는 안된다.

파트너십이 형성되기 까지도 소통이 중요하지만 이후에도 소통은 중요하다.

그리고 기관•단체 입장에서 기업은 사업자금을 제공하는 기부자가 아니라 동일한 비전을 추구하는 동반자로 인식하는 것이 파트너십 형성과 유지에 유리하다.

기관•단체 종사자는 기업 사회공헌 실무자의 부족한 전문성을 채워줄 수 있다. 비단 같이 수행하는 사업 뿐에서만 아니라 기업 사회공헌 전반에 더 전문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입장이다.

▲ 휴렛팩커드 로고

한 강점을 살려 언제라도 기업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이다. 오로지 제안하는 사업의 채택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어느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전체에 관심을 갖고 관련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고 좋은 해외사례를 소개하며 소통과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면 기업과 함께 일을 할 확률은 점점 커지게 된다.

2000년대 중반 홍콩에 자원봉사 국제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호텔 행사장 양 측면에는 세로로 된 6개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동일한 기업명(휴렛팩커드)이 6개의 색채로 크게 새겨져 있었다.

누가 봐도 이 대회의 스폰서임을 분명히 알 수 있었고 강하게 기억에 새겨질 것 같았다.

미국의 전미자원봉사대회에 한국의 모 기업이 행사 전체일정을 열람할 수 있는 2대의 키오스크를 후원한 적이 있었다.

금액으로는 PC 4대 가격에 불과했지만 대회의 사회자가 이틀에 걸쳐 수시로 후원 기업명을 언급하고 감사멘트를 하며 청중의 박수를 유도했다.

이때, 프라카드 한 구석에 잘 보이지도 않게 후원기업을 표시하고 칭찬에 인색한 우리의 현실이 오버랩되었다. 행사후원의 경우도 낮은 단계의 파트너십인데, 파트너를 기대 이상으로 치켜세우고 배려해주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했다.

파트너십은 일종의 교환이다. 기업과 기관•단체가 아무 대가없는 자선적 교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전략적 교환, 마케팅적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성과나 가치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적 성과나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도 파트너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며 서로의 욕구를 존중하고 채워주면서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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