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잠자는 감각을 깨우는 연습

이미식 부산교대 윤리교육과 교수l승인2017.01.25l수정2017.04.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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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이미식 부산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며칠 전 버스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앞자리에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셨다. 뒤에 앉아 있는 나에게 연신 말을 건네셨다. 딸을 도우러 가는 길인데, 하차할 정거장 이름을 정확하게 모르니, 가르쳐 달라는 부탁의 말이었다.

그 정거장에 도착할 즈음, 나와 같이 내리셔야 한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버스 안에 있던 승객들이 일제히 우리를 쳐다보았다.

승객들의 시선은 의구심이 담긴 표정이었다. ‘저 사람이 정말 할머니를 도우려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눈초리였다. 그 시선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방법은 선한 응시밖에 없었다.

▲ 22일 경남 함양군 함양읍 오봉산(871m)에서 등산객들이 눈길을 걸으며 겨울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함양군청=뉴시스 제공

버스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이었지만, 타자(他者)의 시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 일이었다.

인간이 사회화된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 시선을 내재화한다는 의미가 포함된다. 타자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의미는 타자의 시선에 자신을 순응시키거나, 타자의 시선을 나의 응시의 관점에서 고려할 수 있다는 등의 의미가 포함된다.

타자의 시선과 나의 응시가 조화를 이룰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타자의 시선이 나를 무조건 강제하면, 나를 상실해서 마음의 병을 얻을 수 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무감각하고, 타자의 욕구에 무조건 자기를 순응시켜서 결국 거짓 자기를 본래 자기로 착각한 삶을 살 수 있다. 결국 내 안에 있는 감정, 생각에 대해 무관심하게 되고 그것이 마음의 병이 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퇴계 이황 선생의 활인심방(活人心方)에는 이런 글귀가 나온다. ‘성인(聖人)은 병의 낌새가 있기 전에 몸을 다스리고, 의원은 이미 병이 난 후에 치료한다. 병이 나기 전에 다스리는 예방법에는 치심(治心)이라는 것이 있고 수양(修養)이라는 것’이 있다.

성인은 병이 있기 전에 몸을 다스리고 이를 위해서는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활인심방에서는 타자의 시선과 응시가 조화를 이루려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고 한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마음의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활인심방에서는 보고 듣고 하는 감각 수준의 마음[감각], 사고하고 판단하는 의식 수준의 마음[의식], 이기적이고 자기 보존을 위한 잠재적인 수준의 마음[잠재의식], 모든 인체 내의 생리적인 활동을 관장하며 생명 그 자체를 유지시키는 무의식적 수준의 마음[무의식] 등으로 마음을 이해한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이러한 마음이 일어나는 현상을 성찰하면서 중화(中和)로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위에서도 본 것처럼 일상은 무수한 타자의 시선들이 작동하는 곳이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는 그 순간 나의 마음에서 작동하는 그 무엇을 성찰하고, 성정(性情)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과불급(過不及)이 없도록 하여 성인의 삶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마음을 다스리면서 성인의 삶을 지향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각자의 정도에 맞게 실천하면 좋을 것 같다. 그 가운데 하나의 방법은 보고 듣고 하는 감각 수준의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다.

유아기 때는 감각 표현이 자유롭다가 나이가 들수록 어색해지고 무디어져서, 마음을 성찰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만 되어도, 감정 표현이 서툴고 자유롭지 않아서 본래 자기를 잃을 수 있다.

한겨울에는 눈이 우리의 감각을 자극한다. 그 감각을 따라가다 보면, 대자연의 순리를 만나고, 대자연과 더불어 사는 우리네 삶을 발견하게 된다.

눈에 대한 감각이 감사로 표현되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이 나의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면 이것이 나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미식 부산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webmaster@econ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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