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의 정치 시평

[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부동산 재벌 출신의 ‘정치권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제 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가짐으로써 트럼프 시대가 공식 출범했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동맹의 가치보다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겠다고 천명해 왔고,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취임연설을 통해 이를 다시 확인했다.

▲ 김홍국 편집위원

이날 취임식에서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를 외면하는 등 거칠고 분열적인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트럼프는 취임사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펼치겠다. 모든 무역과 세금, 이민정책, 외교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은 미국인 근로자와 미국인 가정의 이익을 위해 이뤄질 것”이라고 국정운영의 기조를 밝혔다.

미국 입장에서는 새 출발이지만, 지구촌에서는 우려스러운 일이다. 트럼프는 이날 취임 연설을 통해 부유하고 강하며 자랑스러운 미국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미국인들에게 천명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오랜 동맹을 강화하고 새로운 동맹을 맺겠다. 과격한 이슬람 테러에 맞서 문명사회를 단합시킬 것이다. 과격한 이슬람 테러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제거할 것”이라며 “우리 정치의 기반에는 미합중국에 대한 절대 충성이 놓일 것이다. 우리의 애국심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재발견할 것”이라고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모든 의사결정은 미국인의 이익을 위해 이뤄질 것”

이는 미국의 대내외 정책으로 그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백악관은 트럼프의 취임식 날에 맞춰 홈페이지에 미국의 향후 국정운영 방침을 공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미국 우선의 에너지 계획 ▲미국 우선의 외교정책 ▲일자리 창출과 성장 ▲미군의 재건 ▲법 질서의 회복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 등 트럼프 행정부가 주력할 6대 분야의 우선과제를 선정했다.

트럼프가 대선 캠페인과 이날 취임 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미국 정부는 향후 ‘미국 우선주의’의 국익 중심과 강력한 미국의 재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중산층의 복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선서를 통해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링컨 성경'과 어머니에게서 선물받은 가족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고 있다./【워싱턴=AP/뉴시스】

백악관은 외교정책에 대해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이익과 미국의 국가안보에 초점을 맞춘 외교정책을 추진한다. 힘을 통한 평화는 외교정책의 중심이며, 이 원칙은 갈등을 줄이고 공통 기반을 늘리는 안정적이고 더욱 평화적인 세계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어 “이슬람국가(IS)와 다른 과격한 이슬람 테러단체들을 무찌르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다. 이들 단체를 무찌르고 파괴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면 우리는 공격적인 공동, 합동 군사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며 공격적인 외교와 군사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테러 단체로의 자금지원을 끊고, 정보 공유를 확대하며, 선전선동과 (테러요원) 공급을 분쇄하고 막는 사이버전에 참여하기 위해 국제적 파트너들과 함께 일할 것”이라며 테러방지를 위한 국제적 공조를 천명하는 등 공세적인 대 테러 방침을 밝혔다.

백악관은 또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이익에 기반을 둔 외교정책을 추진하면서 우리는 외교를 끌어안을 것이다. 세계는 우리가 적을 추적하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오래된 적이 친구가 되고 오랜 친구가 동맹이 될 때가 언제나 우리에게 좋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세계는 더욱 강하고 더욱 존경받는 미국과 함께 더욱 평화롭고 번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단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지혜롭게 대응해야

이런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살펴볼 때,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예측할 수 없는 도전과 시련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치밀하고 신중하며 지혜로운 대응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다자 및 양자외교 틀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트럼프 정책은 국제 질서를 적대적인 대결 관계로 내몰 가능성이 크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일인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취임 반대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그가 취임 연설에서 밝힌 “우리 상품을 만들고, 우리의 기업을 도둑질하며, 우리의 일자리를 파괴한 다른 나라의 유린으로부터 우리의 국경을 지키겠다. 이러한 보호는 엄청난 번영과 힘으로 이어질 것이다. 내 힘이 닿는 한 여러분을 위해 싸우겠다. 결코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다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승리를 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표현은 공포스럽고 섬뜩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선택 폭이 넓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간에 합의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부인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재지정하려는 움직임, 러시아와 연대하며 중국을 배격하는 정책은 미중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목소리를 내놓은 트럼프의 행보가 더욱 거세질 경우 북한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남북관계를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신중한 대응전략으로 트럼프발(發) 위기상황 극복해야

한미관계는 새로운 상황에 진입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을 중심으로 미일한 삼각동맹 체제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대 아시아 정책을 추진중이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및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반발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과 미사일 도발에 나서고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옵션 카드를 선택한다면 한반도는 최악의 공멸 위기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국익 중심의 외교와 한미동맹을 유지하되, 지정학적인 국제정치의 틈바구니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나갈 지혜와 식견을 갖춘 국정 원칙과 외교력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위기의 대한민국에 많은 과제와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대한민국은 대통령 권한이 정지됐고,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과 현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관리의 '설계자'로 거론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뉴시스

가계부채와 청년실업을 비롯한 각종 민생지표는 사상 최악이고, 침체에 빠져든 경제는 회복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중러 등 열강들이 다툼을 벌이는 지정학적인 위기상황도 심화되고 있고, 교류나 대화는 단절된 채 최악의 상황을 맞는 남북관계는 전쟁 위기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신중하고 치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함으로써 위기를 넘어서는 기회와 도전의 장을 만들어내야 하고, 트럼프의 강압적인 대외정책에 맞서 총체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적자생존의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생존을 모색하고 미래를 밝히기 위해 단합과 연대의 가치를 실천할 때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사회부·경제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정치학)로 YTN 등 보도 및 종편 TV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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