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1990년대 이전에는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 방법이 ‘자선’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자선의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대신 ‘참여와 투자’라는 방법으로 변해 왔다.

자선이 주를 이루던 시기에는 ‘부(富)의 사회환원’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던 탓에, 규모가 크지 않았으며, 주로 수동적으로 대응하며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금품을 조건 없이 베풀고 ‘보람’이나 주변의 ‘칭찬’ 정도에 만족하는 수준이었다.

▲ 임태형 대기자

하지만 이전에 비해 기업의 인적, 물적 역량 투입이 증가함에 따라, 즉 공익사업이나 기부의 예산규모가 커지고, 임직원들이 바쁜 업무 중에도 어렵게 시간을 내어 봉사활동 참여량이 증가하면서 점차 성과를 따져보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투입량의 증가에 따라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그러나 성과에 대한 몰이해는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때로는 성과 대신 비난을 받는 억울한 상황도 맞이할 수 있다.

투입 자원만큼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 경우는, 비즈니스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흔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공헌에서 성과란 무엇일까.

경영활동의 성과가 히트상품, 원가절감, 이익의 증대와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면, 사회공헌의 성과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Client)의 삶이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지역사회 환경이 얼마나 좋아졌으며, 행정에 대한 기여도 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에 대한 오해도 가끔 목격된다. “연인원 1000명의 봉사자가 100개의 복지시설에서 10000시간의 봉사를 했다”, “100가구에 1000만원의 생필품이 전달되었다”, “ㅇㅇ행사는 □□신문을 비롯하여 총 30개 매체에 보도되었다”는 성과가 아니라 투입자원이며 홍보결과일 뿐이다.

사회공헌은 비즈니스만큼의 성과를 요구하지는 않으며 비교적 관대한 입장이다.

사회공헌에서 지나치게 효율과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작더라도 ‘사회적’ 성과 목표를 정하고 목표가 실현될 때까지 때로는 방향을 수정하면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때 사회공헌의 당위성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음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공헌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사회공헌활동의 방법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

한 회사의 사회공헌활동 전체 성과를 높이는 방법은 명확한 성과 목표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최근 IRIS(Impact Reporting and Investment Standards)라는 글로벌 표준 사회적 성과보고 기준이 소개되었는데, 다양한 산업분야와 조직을 대입하여 적합한 지표를 선별하여 성과를 예측한다.

그리고 S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 방법론을 대입하여 사회적 투자 성과를 분석한다. IRIS는 사회공헌 사업의 기획단계에서 미리 이루어지면서 성과도출이 가능한 사업기획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2011년 초 소개된 CSV(공유가치창출, Creating Shared Value)가 큰 주목을 끄는 이유는 사회적 성과와 경영적 성과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CSV는 사회공헌활동의 성과에 대해 고민하는 경영진에게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데, ‘기업이미지 제고’와 같은 막연한 성과 대신, 사회적 성과와 함께 매출, 이익 증대와 같은 경영적 성과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참여와 확산에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 16일 LG화학 여수공장에서 열린 '젊은 꿈을 키우는 화학캠프'에서 이 지역 중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LG화학 여수공장 제공

최근 임직원의 봉사활동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선물과 위로, 단순 노력봉사활동이 이제는 변화와 발전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한 사람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멘토링 활동이나, 비영리단체의 운영개선을 목표로 하는 프로보노 활동은 기업의 훈련된 인력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활동의 만족도와 사회적 기여도 제고를 실감함으로써 기업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한 기업의 임직원들은 전세계 인구의 66%를 차지하는 빈곤층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에 의한 제품을 보급하는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회사에서 익힌 역량을 기꺼이 나누며 사회적 성과와 경영적 성과를 동시에 거두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의 새로운 활동방법은 효율과 성과를 중시한다.

이는 사회공헌에 대한 투입자원의 양과 질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현상이지만, 새로운 활동방법에 우선하여 변치 않는 활동방법은 진정성과 지속성이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지역사회라는 토양 위에 서있는 나무와 같다.

큰 나무로 자라서 결실하기 위해서는 정성과 기다림이 필요한 것처럼, 사회공헌활동에서도 문제해결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 새삼스럽지만 다시 힘주어 밑줄을 긋는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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