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0년간 유엔 활동을 마치고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 김홍국 편집위원

한국을 대표해 유엔 외교의 수장으로서 전 세계의 평화와 인권 향상, 빈곤 타파와 환경 개선 등을 위해 헌신한 10년 동안의 활동과 수고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해온 미국의 압력과 다양한 국가 및 국제기구들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데 대해 일정한 공과의 지적이 있을지라도, 세계인들 모두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10년간의 유엔 총장, “몸을 불사르겠다” 대권 선언

반 전 총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귀국도 하기 전에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2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는 12일 공항 도착 직후 발표한 귀국 메시지에서 “부의 양극화,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며 “유엔총장으로서 쌓은 국제적 경험과 식견을 어떻게 나라를 위해 활용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성찰 고뇌해 왔다”고 자신의 대권 도전 의지를 밝혔다.

특히 권력 교체가 아닌 정치 교체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겠다는 말과 함께 "제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강력한 대권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13일 오전 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방명록에 "지난 10년간 UN 사무총장으로서 세계평화와 인권 및 개발을 위해 노력한 후 귀국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자신의 다짐을 적었다.

그는 현충탑에 분향·묵념하고 나서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모든 정권의 대통령 묘역과 참전용사·순국선열 등의 묘역을 찾아 자신이 강조했던 '국민 대통합'과 ‘화해와 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확인하는 행보를 보였다.

더불어 "젊은이들이 우리 미래의 주인공이고, 큰 희망 가지길 바란다. 청년실업 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보이는데, 이런 문제는 한국도 크게 문제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니 청년실업 문제가 큰 문제로 대두했다.

우리 정부 지도자들, 또 정치권 지도자들은 심각한 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스페인 같은 나라는 (청년실업률이) 40%까지 됐고, 우리나라도 거의 9∼10% 실업률인데 실제로 체감되는 것은 20% 이상의 실업률"이라고 지적하며, 최악의 상황에 놓인 청년실업 문제 등 민생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반기문의 험난한 길…넘어야 할 5가지 과제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함께 대선주자 지지도 1, 2위를 다투는 반 전 총장이 대선 도전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피력하면서, 조기대선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반 전 총장은 한국인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국제사회의 갈등과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경험과 역량을 쌓았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순택 여사와 함께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학도의용군 무명용사의 탑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뉴시스

최악의 남북관계가 계속되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격변 중인 상황에서 외교적 경륜과 역량을 갖춘 국가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은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향후 대선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지난 10년 간 한국을 떠나 국제사회의 현안을 다뤄왔다는 점에서 그가 지닌 경험과 역량이 우리 사회 내부의 심각한 상황과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국내외의 산적한 난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 정치적 감각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실제로 적용가능하고 국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낼 대안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지, 이런 기대와 의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위기의 외교안보 상황, 침체한 경제, 고통받는 민생과 심각한 사회 양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미래 비전과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둘째, 숱한 검증의 칼날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제기된 박연차게이트와 23만 달러 수수의혹 등 자신과 가족들의 비리 의혹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아들과 사위의 특혜 여부 문제도 그동안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특히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수수한 의혹은 물론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가 뇌물 공여 혐의로 미국 연방법원에 기소된 것은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는 주요한 검증 현안이 됐다.

반 전 총장은 귀국길에 “국가와 민족 세계 인류를 위해 공직자로서 일하는 가운데 양심에 부끄러운 일은 없다”며 각종 의혹을 단호하게 일축했다. 그러나 당사자의 부인만으로 의혹이 해소될 리 만무하며, 정확한 사실과 근거를 통해 입증함으로써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임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혹독한 검증대를 통과하고, 투명성과 도덕성, 경륜과 철학을 갖춘 후보임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이 선출직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한 유엔총회 결의에 대한 질문에도 “왜 명백한 사안에 대해 문제를 일으키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문제제기가) 정당하지 않다”고 거부감을 표출했다. 그러나 아무리 권고사항이라 해도, 유엔총회가 결의를 한 근본정신을 돌아볼 때 그의 출마 자체가 정당성을 결여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 그가 관료로 살아오는 삶의 과정 동안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에 대한 정치 지도자로서의 비전과 철학을 제대로 제시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구체적인 정책과 실천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한일 위안부합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 등 박근혜 정부가 국민적 합의 없이 밀어붙인 갈등 사안에 대해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량에서 내리고 있다./뉴시스

박근혜 정부는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외교안보 사안을 포함해 국가의 인사, 정책, 예산 등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총체적인 무능과 부정부패로 국민들의 기대를 배신했다.

그는 귀국길에 부의 불평등과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한국 사회의 당면 문제로 지적하고, “남을 헐뜯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게 권력의지라면 저는 권력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 신인으로서 기존 정치를 비판할 수 있지만, 기성 정치 비판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신만의 해법과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넷째,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그의 유엔 사무총장직 수행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외신들이 강대국들의 눈치만 본 역대 최악의 총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내놓고 있다는 점,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 동안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에는 부응하기는커녕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무능함에 대한 비판에 대해 제대로 답변해야 할 것이다.

정치는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기 위해 타협과 설득, 협상을 해야 하는 고난도의 사회적 활동이다. 국가조직 곳곳이 생동하는 활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박근혜 정부가 망가뜨리고 붕괴시킨 우리 사회 전체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중요한 정치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다.

다섯째, 그가 관료주의의 벽을 탈피해 과연 극심한 한국사회의 현안을 해결할 정치인으로서의 비전과 철학, 정치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는 평생에 걸쳐 매우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 온 외교관이자 관료로서 삶의 이력을 지니고 있지만, 과연 정치인으로서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는 정당을 통해 민심을 수렴하고 선거를 매개로 책임지는 과정의 연속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관료가 아닌 정치인으로의 성공적인 변신 여부가 주목된다.

그는 최근 “국민이 없는 상황에서 정당이 무슨 소용인가. 동교동, 상도동, 비박, 친박이 무슨 소용인가”라며 정당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정당의 역할과 사회적 과정을 무시하면서 제3지대와 정당 간 연대를 통해 당선되겠다는 생각은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판단된다. 정치는 관료 중심의 행정과는 다른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철저한 검증, 치열한 경쟁 통해 차기 대통령 뽑아야

반 전 총장은 귀국 메시지를 통해 “부의 양극화,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며 국민 대통합을 강조하고,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된다”며 국가 발전에 헌신하겠다는 포부와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에 이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가 진행되면서 국정 마비의 책임자인 권한대행이 국정을 대리 운영하고 있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한 상황이다.

▲ 한국갤럽은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007명에게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설문조사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이날 공개한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전 대표를 꼽은 응답자가 31%로 가장 많았다./뉴시스

이번 대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경제와 민생, 안보 문제 등이 한꺼번에 겹친 총체적이고 대대적인 위기 상황 아래 치러진다. 대통령 선거기간도 짧고 인수위원회 활동도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여소야대 국면에 직면할 수 있는 등 제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따라서 반 전 총장은 최선을 다해 국민적인 검증에 임하면서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정치철학과 리더십을 입증해야 한다. 국민과 정치권 역시 대통령을 꿈꾸는 후보들의 비전과 철학, 정책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하며,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또다시 우리 사회 전체가 실패할 위험성에 대해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함께 정치를 해나갈 정당과 정치세력 및 집권 구상이나 정책도 제시되지 않은 반 전 총장의 대통령 자격을 입증하는 일은 중요한 국가적 사안이 될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반기문 후보를 포함해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 유승민, 손학규, 김부겸 등 여러 후보들에 대한 치열한 검증과 경쟁, 정책과 비전 제시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새롭게 열리기를 기원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사회부·경제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정치학)로 YTN 등 보도 및 종편 TV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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