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육원 박약회 사무총장]

#1. 과학자들이 어항 속의 물고기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큰 어항 한가운데 유리판을 세워 두었다. 물고기는 유영을 하다 유리판에 자꾸 부딪혔다. 이후 유리판을 제거해도 물고기는 아예 반대쪽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 “넘지 못할 장벽이 있다”는 고정관념이 습관이 된 것이다.

#2. 코끼리는 힘이 세다. 코끼리가 어릴 때 동물원의 사육사는 다리에 쇠사슬을 채워 말뚝에 묶어 둔다. 아기 코끼리는 답답해서 쇠사슬을 끊어보려고 하지만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라면서 쇠사슬을 뽑을 만큼 힘이 세져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 마침내 쇠사슬을 풀어줘도 도망가지 않는다.

▲ 울산 범서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지난해 11월 3일 울주군 범서읍 입암뜰에 마련한 생태인성교육장에서 벼베기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자신들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자각하지 못한 채 “난 할 수 없어”라는 체념이 습관이 된 것이다.

습관은 개인의 생각과 행동의 틀을 규정한다. 포기에 길들여진 습관은 변화를 주저하게 된다. 반대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습관은 변화를 주도하게 된다. 이는 종(種)의 운명을 바꾸기도 했다.

인간과 침팬지는 같은 영장류이다. 이들의 유전적 차이는 1.4%에 불과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DNA와 침팬지의 DNA구조는 98.6%가 똑같다. 이웃사촌인 셈이다.

이들은 700만년 전 아프리카의 열대우림에서 함께 살았다. 숲이 줄면서 이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숲은 안전하지만 먹을 것이 부족했고, 초원은 먹을 것은 많지만 위험했다.

이때 인간의 조상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는 위험한 초원행을 선택했다. 이후 인간은 초원에서 생존하기 위해 두 발과 두 손을 부지런히 사용해야 했고 사냥법을 배웠다. 신천지를 찾아 대이동도 했다.

반면에 침팬지는 안전한 숲을 선택했다. 거기서는 머리를 쓸 필요가 없었다. 배고프면 주위의 나무열매를 따먹었다. 현실에 순응했다.

수백만 년이 흐른 뒤 두 영장류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고 침팬지는 동물원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은 매일매일 선택의 연속이다. 그 선택의 결과가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 만족과 불만족, 희열과 고뇌를 갈라놓는다. 선택의 기저에는 습관의 내연이 작동한다.

박약회는 10년 전부터 ‘인성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박약회는 우리 고유의 유학문화를 연구·계승·보급하며, 이를 현대화·생활화하여 선현의 숭고한 이념을 오늘에 되살려 실천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그동안 “박약회는 유림단체이지 교육단체는 아니지 않느냐” 등의 무관심과 무기력의 역류도 있었다.

그러나 인성교육 실천운동은 결코 박약회가 추구하는 목표에서 궤도이탈한 게 아니다. 퇴계 선생도 인(仁)이 꽃피는 사회를 만들고자 자기수양과 후진교육에 매진했다. 수많은 선현들이 문집을 내고 제자들을 길러낸 것은 모두 인과 효의 교육이 후손들에게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소명감 때문이었다.

박약회의 인성교육은 바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청소년들에게 인과 효의 가치를 심어주는 것은 퇴계 선생의 사상을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구현하고자 함이다. 이는 또한 정신적 한류(韓流)의 원류(源流)이기도 하다.

개인주의와 탐욕 자본주의가 세계경제의 위기를 부르고 있는 요즘, 서양은 그 대안으로 더불어 사는 동양의 유교적 가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유교적 가치를 연구, 계승하고 있는 박약회의 힘은 분명 우리 사회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또한 반드시 해내야 한다.

자신감을 습관화하자. 그러면 부도덕이 판치는 ‘정글사회’를 인과 효가 충만한 ‘대동사회(大同社會)’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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