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 지난 칼럼에서는 스폰서십의 독점권에 주목해 스폰서의 가치를 살피는 한편 스폰서십 시장에도 포화로 인한 ‘혼잡’(clutter)이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함을 다뤘다.

이번 칼럼에서는 매복(ambush) 마케팅의 사례와 스폰서십 활성화에 대해 다뤄본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떠올리면 1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다 같이 열광적으로 응원하던 모습이 선명하다.

▲ 이현우 교수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를 중심으로 수많은 공공장소에서 단체응원이 이루어졌는데, SK텔레콤이 ‘붉은악마’의 행사들을 지원했다.

이 덕에 SK텔레콤은 월드컵 하면 떠오르는 기업 베스트5에 뽑히기도 했는데, 정작 2002년 월드컵의 공식 후원업체는 KTF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거금을 지불한 KTF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인데, 실제로 2002년 월드컵 이후로 FIFA는 공공장소에서 중계방송을 내보내는 것을 저지하는 규정을 만들고 2010년부터 인원 수에 따른 허가비용을 받기 시작하였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FIFA World Cup Brazil™)에서는 이를 통해 150만 달러(약 17억9550만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스포츠 제국 나이키는 매복 마케팅의 선두주자다. 대형 이벤트를 후원하는 대신 자기들이 후원하는 선수들만으로도 각종 대회 기간 동안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미국의 첫 번째 농구 드림팀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을 때,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마이클 조던은 교묘하게도 성조기로 드림팀의 스폰서였던 리복의 로고를 가리고 시상식에 올랐다.

월드컵 기간에는 월드컵의 로고 없이 자신들이 후원하는 수많은 축구 슈퍼스타들을 내세워 독자적인 광고 기획물들을 쏟아낸다. 물론 나이키가 수많은 스타들을 후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선수를 후원하는 것은 해당 선수의 성취에 따라 스폰서의 이미지도 상승되는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기업들이 널리 선호하는 스폰서십 형태다.

음료업체 레드불은 메이저 종목의 선수들뿐만 아니라 익스트림 스포츠와 같은 비주류 종목이나 하위문화에 속하는 운동선수들을 후원함으로써 차별화를 구축하였다.

▲ 지난해 11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에서 붉은악마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이들은 성층권에서 음속보다 높은 속도로 자유낙하를 하거나 절벽에 가까운 산을 자전거로 내려오는 등의 짜릿한 도전들을 통해 도전적인 레드불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처럼 초대형 이벤트의 스폰서부터 동네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소년에 대한 후원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은 수많은 스폰서십을 실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폰서십 시장에도 자연스럽게 ‘혼잡’(clutter)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수많은 대회와 선수들이 스폰서십으로 둘러 쌓여있고 서로간에 직접적인 갈등 상황이 늘 발생한다.

예를 들어보자. 아디다스가 월드컵을 후원하는 가운데, 참가국인 어느 나라의 대표팀은 퓨마가 후원을 하고, 그 대표팀의 스트라이커는 나이키로부터 후원을 받을 때 이 세 회사는 모든 공식 활동에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 시키려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하게 된다.

따라서 스폰서십 계약을 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후원 활성화(sponsorship activation) 혹은 스폰서십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지렛대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전략 수립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홍보를 위한 스폰서십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후원자들이 단순히 방관자로 남아있을 수는 없다.

맥주 회사인 하이네켄이 후원하는 가장 큰 대회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다. 1994년부터 자(子) 브랜드인 암스텔을 홍보하기 위해 국가대항전인 유로피언 컵을 후원해왔는데, 클럽 대회인 챔피언스리그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시점에 맞춰서 2005년부터는 하이네켄 브랜드의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 미 프로농구(NBA) 샬럿 호네츠의 구단주인 마이클 조던【샬럿=AP/뉴시스 자료사진】

이때 하이네켄은 경기와 중계 중에 공식 타이틀이 노출되는 것을 넘어서서 스폰서십 극대화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경기 전후로 TV광고자리 확보는 물론이고, 경기장 내외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는가 하면 인터넷에서의 다양한 기획을 통해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을 펼친다. 게릴라성 이벤트가 주목을 받아 입소문을 타기라도 하면 각종 매체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된다.

챔피언스리그 기간 동안에 실시간으로 경기의 성패를 추측하여 점수를 얻는 게임인 하네이켄 스타 플레이어(Heineken Star Player) 앱은 수만명의 팬들이 관람과 동시에 즐기는 필수 앱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모든 홍보 경로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스폰서십을 극대화시킴으로써 매복 마케터들에게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다소 번거로워 보일 수도 있으나, 하이네켄의 창의적인 콘텐츠들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참신한 이미지를 연상케하는 데 성공했다.

필자가 스포츠 마케팅 수업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항상 보여주는 영상이 있다. 하이네켄의 바이럴 마케팅 사례인데, 남자들에게 축구를 보는 시간이 소중한 것임에 착안하여 흥미로운 이벤트를 연출한 것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AC 밀란이 맡붙는 빅매치가 있는 날에 클래식 사중주와 시를 결합시킨 가짜 콘서트를 기획하였다.

동원된 100명의 여자친구, 50명의 교수, 그리고 언론사 직장 상사들의 강요에 의하여 1000명이 넘는 AC 밀란의 팬들이 억지로 가짜 콘서트장에 끌려왔다. 이 가짜 이벤트는 방송사를 통해 중계가 되었고 스포츠 스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홍보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15년 10월 1일 스웨덴 말뫼의 스웨드뱅크 스타디온에서 열린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말뫼 FF와의 경기에서 트래핑을 하고 있다. 【말뫼(스웨덴)=AP/뉴시스 자료사진】

연주가 시작되고, 사중주를 펼치는 연주자들의 머리 위 스크린에는 시 문구들이 지루하게 상영된다. 그러다가 경기 시간이 다가오면서 불만에 가득찬 AC 밀란의 팬들에게 조명이 비춰지면서 억지로 오느라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우리와 함께하자’는 카피 문구가 자연스럽게 스크린에 적히고 연주자들이 챔피언스리그 주제곡을 연주한다. 이내 화면은 하이네켄의 로고로 바뀌고 레알 마드리드와 AC 밀란의 경기로 전환된다.

이 이벤트에 억지로 동원된 팬들은 경기를 놓치게 되었기 때문에 가짜 콘서트에 대한 기대치가 무척이나 낮았을 것이다. 기대치를 최대로 낮추었다가 경기를 보게 되었을 때의 극적인 만족감을 연출한 이 이벤트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1136명의 팬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 것을 넘어서, 150만명이 방송중계를 통해 이 프로모션을 시청하였고, 다음 날 기사를 통해서는 1000만명에게 알려졌으며, 이벤트 2주 후에 이르러서는 약 500만명의 네티즌들이 이 이벤트를 조회하게 되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네티즌들이 이 이벤트를 재생산한 것은 물론이다. 스폰서십의 권리를 이용하여 활성화를 극대화 시킨 프로모션 이벤트로 볼 수 있다.

하이네켄은 특이하게도 팀이나 선수 단위의 후원은 하지 않고 이처럼 대회 스폰서십과 스폰서십 활성화를 통해 잠재고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손이 많이 간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항상 새로운 시도를 통한 소통으로 이미지를 키워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회를 스폰서 하든지 선수를 스폰서 하든지에 따라 활성화의 범위나 속성은 달라질 수 있다. 하이네켄은 축구와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맥주를 적절하게 결합시켰고,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의 세계적인 성공에 힘입어 농구화 시장을 점령하였다.

결국 스폰서를 하는 기업과 스폰서를 받는 스포츠 주체의 궁합과 케미에 따라서 창의적인 스폰서십 활성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원을 해놓고 뒷짐만 지고 있는 시대는 지났다. 공고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융합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스포츠 스폰서십의 묘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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