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의 정치시평

[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2017년 1월 9일, 오늘은 온 국민을 슬픔과 절망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 1,000일이 되는 날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250명의 고등학생을 포함해 사망자 304명을 낸 초유의 대참사이고, 현재진행형의 고통스러운 역사다.

1,000일 동안 악몽을 꾸었을 유가족들은 안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고, 시신조차 찾지 못한 9명의 가족들은 바다 깊숙이 어딘가에 있을 희생자들을 그리워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태의 책임자인 대통령과 정부는 도리어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외면했고, 침몰한 세월호는 빨라야 올해 2분기에나 인양될 예정이다.

진실 찾지 못한 채 고통받는 가족들 함께 위로해야

아직도 진실을 찾지 못한 채 고통받는 가족들은 1,000일 동안 슬픔을 삭이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그나마 1월 7일 촛불집회에 운집한 60만명의 시민들이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하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마지막 9차 청문회가 열린 9일 청문회장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식 묵념을 한 게 작은 위안이 됐다.

2014년 4월 16일은 한국사회를 온통 뒤바꿔놓았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진상 규명을 위한 특위를 구성해 놓고도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논란은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진실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대통령의 업무를 수행했다고 말하고 있고, 친박 세력들은 세월호 유족들을 비난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변호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과 광장의 촛불시민들은 탄핵의 핵심 이유라며,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해 박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인 셈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 주권재민 일깨운 슬픈 1,000일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세상으로 나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성격은 첫째, 온 국민을 슬픔으로 몰아넣은 거대한 비극적 사건이었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에 언제든 이같은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으며, 나와 내 가족도 언제든 그들과 같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두려워하고 있다.

▲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은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뉴시스

둘째로는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한 각성을 준 사건이다. 국가는 일정한 영토에 거주하고 주권을 보유한 다수인으로 구성된 정치단체로서, 국민의 안전과 행복, 복지를 위해 존재한다.

과거 국가의 기능을 국방이나 치안유지에만 한정시켰으나, 근대국가 이후 국가는 국민의 생활을 보장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는 수백명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했고, 신속한 구조작업을 소홀히 한 채 침몰하는 선체 안에서 죽어가는 상황을 방치했다.

셋째로는 시민들의 권리와 주권재민의 원칙을 확인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소홀하거나 방치하는 사이에 시민들은 스스로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와 스스로의 권리를 외쳤다.

진실을 밝히고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연인원 10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헌법에 규정된 주권재민, 민주공화국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사회적 시스템의 재정비 나서야

참사 1,000일을 맞은 이제 남은 과제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의 재정비다.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일은 정확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점이다. 수백명의 생명이 죽어가는 순간에 ‘그날 국가와 정부,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가 밝혀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답해야 한다. 위기의 순간에 대통령은 동원 가능한 모든 국가적 자원을 구조에 투입해 국민을 구출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7시간을 보냈고, 아무런 진상을 밝히지 않고 있다.

▲ 세종시 중·고교 학생회 연합동아리 '한울'의 회원들이 9일 세종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아 안타깝게 희생된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세종시교육청 제공

대통령의 행적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예 잠적하거나 입을 다물고 있고, 국회나 검찰 조사에서 모르쇠만 거듭하고 있다. 특별검사팀의 수사와 헌법재판소 심판을 통해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다른 사안도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세월호 선체의 침몰 과정과 원인, 당시 정부의 역할과 사후 조치 및 수습과정 모두가 밝혀져야 한다.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세월호 인양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조사 도중 문을 닫은 세월호 참사특위도 정보접근권과 강제조사권을 보강해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진실은 영원히 침몰하진 않을 것이며,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우리 국가와 국민들의 의무이고 책임이다.

국가 안전시스템 바꾸는 대개조의 개혁과 청산 나서야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을 기리는 광화문광장의 노란리본 제작소, 분향소, 서명대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일 400~500명, 촛불집회가 있는 주말엔 1만명 이상이 서명을 할 정도로 분노하고 공감하는 시민들의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는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표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앙을 막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국가 개조에 버금가는 개혁과 청산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모두가 공감했지만, 문제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 세월호 참사 1,000일째인 9일 오전 세종시 해양수산부 청사 앞에 시민들이 설치한 '세월호 기억 노란우산'이 놓여 있다./뉴시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메르스 사태, 옥시 사태, 경주 지진, 현재 진행중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은 낙제점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왕좌왕하다가 졸속 처방만 남발하고 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가 준 소중한 교훈이 담긴 1,000일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이미 발생한 부도덕하고 부패한 기존의 범죄 행태를 단죄하고 과거와의 단절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작동 불능에 빠진 국가 안전시스템을 시급히 정비하고,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을 실천해야 한다. 공무원과 국민의 안전의식도 새롭게 바뀌어야 하고, 비극의 세월호가 남긴 숙제를 푸는 일에 다함께 손잡고 연대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이 주는 슬픈 교훈의 실행에 온 사회가 나서야 할 것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사회부·경제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정치학)로 YTN 등 보도 및 종편 TV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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