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송재소 다산연구소 이사] 정유년(丁酉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는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온 나라가 어수선했다.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실태가 드러나면서 고위층의 일그러진 인격(人格)과 국격(國格) 추락도 경험하게 됐다. 올해에는 모든 사람이 반듯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무역규모가 연간 1조 달러를 넘는다는데 이를 서열로 따지면 세계 9위라고 한다. 나같이 유년 시절의 궁핍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실로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우리나라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작지만 강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은 다방면에서 우수한 자질을 구비하고 있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추신수, 김현수 등과 세계적인 소프라노 김수미 등 다방면에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예는 수두룩하다.

▲ 1일 전남 구례군 지리산 노고단에서 정유년(丁酉年)의 첫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전남 구례군=뉴시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일찍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사기』에 “동이(東夷)는 어질고 선하다”고 했는데 참으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하물며 조선은 정동(正東)의 땅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 풍속이 예(禮)를 좋아하고 무(武)를 천하게 여겨 차라리 약할지언정 포악하지 않으니 군자(君子)의 나라이다. 아! 이미 중국에 태어나지 못할진대 오직 동이(東夷)뿐인지고.

‘동이(東夷)’는 우리나라를 지칭하는데 “예를 좋아하고 무를 천하게 여기는 군자의 나라”라고 했다.

물론 다산도 중국을 존숭하는 시대적 한계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우리가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중국과 대등한 수준에 있다고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이것은 다산의 다른 글을 읽으면 분명히 드러난다.

이런 문화강국이 이제 경제적으로도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나라가 되었으니 우리 민족의 우수성은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올림픽 경기, 월드컵 경기,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여수 세계박람회를 이미 개최했고, 평창에서는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는 빈곤 계층이 아직도 존재하고 남북은 여전히 분단되어 있으며 정치판은 비생산적인 싸움만 벌이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이전투구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지경이다.

새해에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바라면서 나 개인적으로 조그마한 소망 하나를 가져본다.

신장된 국력에 걸맞은 품위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사람의 품위는 여러 가지로 나타나지만 가장 직접적으로 품위를 드러내는 것이 ‘말’이다.

“말은 사상의 옷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말을 보면 그 사람의 사상, 생각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도 있듯이 말씨(言辯·언변)는 몸(體貌·체모), 글씨(筆跡·필적) , 판단(文理·문리)과 함께 한 인물을 평가하는 주요한 기준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인터넷의 바다에 떠도는 막말을 보면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든다.

사회 지도급 인사의 페이스북 등에 비속어와 막말이 난무한다. 글로 옮기기 민망한 수준의 글들이 넘쳐난다. 이런 판국에 일반 네티즌들이 가세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같은 생각이라도 좀 더 품위있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 친구끼리 만나서 “네 아버지 잘 있나”라 말하는 것과 “자네 춘부장께서 평안하신가”라 말하는 것은 같은 내용이지만 표현 방법의 차이로 인해 전혀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

말을 거칠게 하면 그 사람의 인격도 거칠게 되고 거친 말을 뱉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나라의 국격(國格)이 거칠게 된다.

새해에는 인터넷에 의해 더러워진 말부터 정화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렇게 하는 것이 개인의 품위도 유지하고 국가의 품위도 유지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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