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원심 판결 파기 환송, 삼성 “과거 잘못 되풀이 하지 않겠다”

최아람 기자l승인2019.08.29l수정2019.08.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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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이코노뉴스=최아람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오후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 환송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일본 수출규제 강화와 미중 무역전쟁,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 부진 등 여러 가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인해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 또한 나오고 있다.

◆2심 판결서 무죄로 봤던 부분, 추가로 뇌물 인정

대법원은 삼성이 제공한 뇌물액 규모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 중 무죄로 봤던 부분을 추가로 뇌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핵심 쟁점인 삼성이 최순실 측에 제공한 말 3필과 관련해 소유권 자체를 넘겨준 것으로 보고 말 구입액 34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말 구입액이 아닌 말 사용료 부분만 뇌물로 인정된다고 봤다.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에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 혐의액 16억2800만원도 뇌물액으로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 인정액은 2심 판결보다 50억원 가량 늘어났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최씨에게 제공한 말은 뇌물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와 달리 (말 관련) 뇌물은 액수미상의 사용이익에 불과하다고 본 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고 일반상식에도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삼성과 박근혜(67) 전 대통령 사이 삼성 승계작업 관련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삼성 차원에서 조직적 승계 작업이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며 "승계 작업과 그에 관한 대통령 직무 및 제3자 제공되는 이익 등 사이 대가 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계 작업 자체로 대가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부정청탁 대상이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대가관계가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된다"며 "구체적인 각각의 현안과 대가 관계를 특정해 증명할 필요는 없고, 그런 현안이 발생해야 하는 것만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집행유예 가능성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이 부회장의 경영행보는 물론 현재 추진 중인 사업전략에도 일정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거취 변화는 없기 때문에 경영 행보는 계속되겠지만 재판 준비로 인해 일정 부분 경영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 환송함에 따라 고등법원은 파기한 이유에 따라 이 재판을 다시 하게 되고 형도 다시 정하게 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한 형량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판사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는 '작량감경'(酌量減輕)을 통해 집행유예는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 입장문 발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호소

삼성전자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이어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삼성이 입장문을 낸 것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기소, 1심 실형 판결, 2심 집행유예 판결 등 주요한 일들이 있었지만 공식적인 입장을 한번도 밝히지 않았다.

대법원 선고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반성의 뜻을 밝혀 과거의 관행과 잘못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아울러 국정농단 사건 이후 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새로운 수사를 낳고 수사결과도 나오기도 전에 경영진이 여론재판의 피의자 신분이 돼 리더십이 마비되는 악순환에 대한 답답함과 위기감을 호소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아예 도태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제대로 맞서 이겨낼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리더십 위기 등으로 3년여 시간 동안 미래 준비를 못했는데, 더 이상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절박감에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면서 '더 늦으면 안된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여진다.
최아람 기자  e5@econ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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