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 기업들이 스포츠나 공연 이벤트 등을 스폰서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메가 이벤트로 불리는 올림픽부터 인디 밴드가 공연하는 소규모 클럽의 공연장이나 동네 행사장까지,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기업들에게는 노출의 기회가 생기고 스폰서십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 이현우 교수

매년 기업들의 스폰서십 지출을 추산하는 IEG 스폰서십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세계 스폰서십 지출 총액은 602억 달러(약 72조5410억원)에 육박했다.

그리고 이러한 글로벌 스폰서십의 대부분은 스포츠 분야에 집중돼 있다. 북미에서는 스포츠 스폰서십이 전체 스폰서십 규모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6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모든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고자 노력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대침체(Great Recession) 중에도 어김없이 스폰서 지출 금액은 매년 증가해왔다는 점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스폰서십의 독점권(exclusivity)에 주목하여 이러한 스폰서십의 가치를 살펴본다.

어떠한 이벤트의 주최 측은 자신의 이벤트를 후원하는 메인 스폰서 혹은 타이틀 스폰서들에게 독점적 권리를 준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가 올림픽을 후원하기 때문에 펩시는 올림픽을 통한 마케팅을 할 수 없으며, 아디다스가 월드컵을 후원하기 때문에 나이키는 월드컵을 활용한 마케팅을 할 수 없다.

오직 공식 스폰서 업체만이 올림픽과 월드컵의 로고나 명칭을 사용할 수 있으며 물품을 납품하고 전시를 할 자격이 주어진다.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장 반경 일정거리 내에서는 공식 스폰서들을 제외한 업체들의 어떠한 홍보활동도 금지된다.

올림픽을 주최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마케팅 보고서를 보면 IOC는 올림픽 스폰서(The Olympic Partners: TOP)들의 제품-카테고리별 독점권을 보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음료의 독점권은 코카콜라에게 있고, 결제 서비스의 독점권은 비자카드, 시간과 점수를 재는 독점권은 오메가 시계회사에 있으며, 무선통신분야의 독점권은 삼성에 있는 식이다. 이처럼 스폰서십에는 독점권이 따르기 때문에 희소성의 원칙에 비추어보면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여 스폰서가 되려는 건 당연하다.

이러한 스폰서 지출 경쟁은 게임이론을 통해서도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떠한 제품 시장을 반반씩 점유하고 있는 두 업체가 있고 그들에게 어떠한 스포츠 이벤트의 독점적 스폰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치자.

두 업체 모두 시장 점유율 상승을 위해 TV 광고에는 똑같은 비용을 지출할 수 있어도, 스폰서십 자리는 누구 하나가 선점해버리면 나머지는 그와 동일한 홍보를 할 수 없게 된다. 내가 스폰서가 되지 않으면 상대방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리는 것이다.

▲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지난 8월 6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화려한 폭죽이 터지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따라서 두 업체가 합리적이라면 시장 점유율 상승에 합당한 홍보비용을 지출하겠지만, 스폰서 자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손실 분까지 합하여 그 독점적 자리를 선점하고자 하는 비합리적인 지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비용 경쟁이 생기는 이유는 스포츠의 예측불가성에도 기인한다.

나이키가 전설적인 미 프로농구(NBA) 스타 마이클 조던을 스폰서 하기 전에는 아디다스나 컨버스에 비해 농구화 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하지만 마이클 조던의 세계적 성공에 힘입어 나이키도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또 타이거 우즈가 성공하기 전에 나이키 골프는 골프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었지만, 타이거 우즈의 성공과 쇠락으로 나이키 골프는 영화와 쇠퇴를 누렸다.

스포츠에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있고 어떠한 사회적 효과가 생겨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회사들이 그저 단꿈에 젖어서 맹목적인 지출을 하고 있다고만 볼 수도 없다. 이미 오랜 기간동안 새로운 스포츠 스타를 선점하기 위한 스포츠 회사들의 지출은 천문학적으로 치솟았고, 그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으며, 독점적 스폰서 계약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 스포츠 경기장들은 팀 이름이나 지명에 따라 불렸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거의 모든 대형 경기장들은 기업 스폰서의 이름을 달고 있다.

생명보험회사인 메트라이프(MetLife)는 미 프로미식축구(NFL) 뉴욕 자이언츠와 뉴욕 제츠가 함께 사용하는 경기장에 대한 20년간 성명권(naming right)으로 4억5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사람들은 해당 팀의 경기를 보러 갈 때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 간다고 말한다. 십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찾는 곳의 지명이 되고 그들에게 기업 이름이 불리워지는 것은 커다란 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 2016 리우 올림픽 무선통신 분야 공식 파트너사인 삼성전자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파크에 조성한 갤럭시 스튜디오는 올림픽 기간 중 총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했다./삼성전자 제공

이처럼 스폰서십의 규모는 세계적으로 팽창중이고 그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스폰서십은 기존 광고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하면서 발생한 ‘혼잡(clutter)’ 상황에서 새로운 홍보수단을 찾아온 기업들에게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스폰서십 시장에도 포화로 인한 혼잡이 오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냉정한 시장경쟁 체제에서 공식 스폰서를 따내지 못한 업체들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는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한창일때 공식 스폰서가 아닌 업체들 또한 그 분위기에 편승하여 여러가지 마케팅을 행한다. 물론 법의 테두리를 교묘하게 피해가야 하는 매복(ambush) 마케팅의 형태다.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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