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 남경우 대기자

‘주역’이라는 텍스트 속에서 음양의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음양원리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늘 섭취하는 식재료에도 음과 양의 논리를 찾아볼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각자에게 어울리는 음식을 찾아낼 수 있다.

우리가 즐겨먹는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로부터 음양을 논해보자.

결론부터 말해 놓자. 소고기와 닭고기는 양기운(陽氣運)이 강하고 돼지고기는 음기운(陰氣運)이 강하다. 즉 소 닭은 양이고 돼지는 음이다. 그러므로 소 닭은 음인(陰人)에게 이롭고, 돼지고기는 양인(陽人)에게 이롭다. 이는 또 소 닭은 양인에게 이롭지 않고 돼지고기는 음인에게 이롭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인 식단은 과거의 채식 중심에서 육식 비중이 늘어났다. 육류에는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개고기, 말고기, 염소고기, 양고기, 오리고기 그리고 어류 등이 있지만 한국인들이 주로 먹는 육류라면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일 것이다.

우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불에 구워보자. 같은 두께의 고기를 구울 때 소고기가 돼지고기보다 빨리 익는다. 돼지고기가 세 배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소고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속살까지 깊이 익지만 돼지고기는 속살까지 익으려면 시간이 꽤 지나야 한다. 이는 돼지고기의 밀도가 소고기의 밀도보다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즉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살이 팽팽하다.

▲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는 동양의 음양론에 따르면 양기운이 강한 소양인이거나 태양인이다. 따라서 음기운이 강한 돼지고기를 먹는게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 사진은 소고기와 돼지고기와 판매되고 있는 대형마트의 진열대. /뉴시스 자료사진

뼈를 고을 때도 마찬가지다. 같은 두께의 뼈를 넣어 곰탕을 만들 때 소뼈는 대략 5~6시간이면 상당한 정도 골수가 빠져 나온다. 반면 돼지뼈는 세 배의 시간이 걸린다. 이는 살이나 뼈 모두 소가 돼지에 비해 엉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뼈에 골수가 부족해 구멍이 생기는 골다공증은 소와 돼지 중 어느 동물에서 먼저 생길까. 당연히 소다. 소가 살이나 뼈 모두가 돼지보다 엉성하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소와 돼지를 음양으로 분류해 보자. 텅 비어 있는 하늘은 양이고 꽉 차있는 땅은 음이다. 속이 꽉 차있는 폐, 간, 비장, 신장을 음기관으로 장(臟)이라 부르고 속이 비어있는 위, 대장, 소장 방광 등은 양기관으로 부(腑)라고 부른다. 이 둘을 합쳐 장부(臟腑)라고 통칭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골육이 엉성한 소는 양(陽)기운이 강하고 반대로 돼지는 음(陰)기운이 강하다. 닭은 어떨까. 우선 조류는 모두가 체내에 강한 유황성분을 갖고 있다. 날기 위해서는 연소에너지 효율이 높은 유황이 있어야 한다. 유황은 화(火)기운을 갖는다. 닭의 뼈는 소의 뼈보다 속이 훨씬 더 엉성하다.

조류는 날기 위해서 뼈 속을 아주 가볍게 만들었다. 늙으면 속이 비어 발가락이 자연스레 잘려나가기도 한다. 이는 하복부 그리고 하복부의 끝인 발에 에너지가 잘 전달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조류의 방광과 대장은 퇴화하여 오줌과 똥을 분리시키지 못하고 한꺼번에 쏟아낸다. 소화기능을 담당하는 소장과 대장이 육상동물보다 훨씬 간소하다. 길고 무거운 소장과 대장을 갖고 있으면 날 수 없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책으로 위가 아주 발달되어있다.

닭을 상하체 기준으로 본다면 상체는 강하고 하체는 매우 부실하다. 닭 또한 양기운이 강한동물이라 할 수 있다. 종합하면 소와 닭은 양기운이 강하고 돼지는 음기운이 강하다. 소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소, 닭 관련식품인 우유 치즈 계란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다수가 양기운이 강한 소양인이거나 태양인이다. 즉 양인들이 양기운이 강한 소와 닭을 과용하는 셈이다. 양기운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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