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조희제 기자] SK그룹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SK는 21일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인 조대식(56) SK㈜ 사장을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의 신임 의장에 선임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김창근(66) 의장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처럼 이번 인사의 특징은 세대교체다. 최태원(56) 회장보다 나이가 많은 사장급 이상 임원 대부분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50대 최고경영자(CEO)를 전진 배치했다.

▲ 최태원 회장이 지난 9월 12일 열린 2016년 SK CEO세미나에서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실천을 당부하고 있다./SK그룹 제공

실제 박정호(53) SK텔레콤 사장, 김준(56) SK이노베이션 사장, SK하이닉스 박성욱(58) 사장, 박상규(52) SK네트웍스 사장 등이 그룹을 이끌게 됐다.

반면 김 의장을 포함해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62)과 김영태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61·부회장)은 보직에서 물러났다.

SK는 이를 통해 그룹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는 최태원 회장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현재의 경영 환경을 전쟁에 준하는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사장단과 가진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변하지 않으면 서든데스(sudden death·돌연사)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근본적 혁신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세대 교체를 통해 그룹이 직면한 위기상황을 저돌적으로 돌파하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재계에선 그동안 SK그룹이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 등을 고려해 CEO들의 자리 변동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인 '최순실 게이트'로 검찰 수사, 국회 국정조사를 받은 데 이어 특별검사 조사에 직면한 상황에서 그룹 전반의 판을 흔들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최 회장은 면세점 선정 등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특검 수사가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3개월간 국내에서 발이 묶일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은 내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거의 매달 한 번 꼴로 방문해 직접 챙겨왔던 중국 사업도 차질이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과감한 선택을 한 셈이다.

최 회장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과 함께 위기의식을 강조해왔다.

또 계열사 CEO들에게 신성장 동력 확보를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다.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CEO가 글로벌 현장에 나가야 하며,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는 '엄명'을 내리기도 했다.

SK는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50대 젊은 전문경영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활력과 혁신,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기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등 기업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것은 물론 혁신을 통해 기업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SK의 다짐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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