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조희제 기자]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인 최순실(60)씨가 19일 국정 농단(壟斷) 사건 첫 재판에서 박근혜 대통령,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의 공모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혐의를 전부 인정할 수 없는 게 맞느냐"고 묻자 최씨는 직접 "네"라고 답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을 농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19일 1차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직권남용과 강요, 강요미수, 사기 미수 등의 혐의로 최씨를 지난달 20일 재판에 넘겼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심리를 위해 검사와 변호인이 모여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신청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최씨는 이날 "공소 사실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고 잡아뗐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리인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소추 반박 답변서에서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대통령과 최씨의 속내와 진의가 명확해진 셈이다.

최씨는 이날 "독일에서 왔을 때 어떤 벌이라도 받겠다고 했는데 들어온 날부터 많은 취조를 받았다. 이제 정확한 사실을 밝혀야 할 것 같다"며 억울해 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30일 오전 극비리에 귀국하면서 이경재 변호사를 통해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겨 깊이 사죄한다"고 했던 최씨가 어느새 본인은 하나도 잘못한 게 없다며 피해자 코스프레에 나선 것이다.

최씨 측 변호인도 "최씨에게 적용된 11개 공소사실 중 8개가 안 전 수석과 공모범행관계"라며 "하지만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변호인은 이어 "사건의 심각성과 역사적 파장을 고려해 철저하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합당한 판단을 해달라"며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길거리가 아닌 법정을 통해 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 한해를 마감하며 태극기와 촛불로 분열됐다”, "검찰이 인권침해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마치 최씨가 여론재판의 희생양인 것처럼 묘사했다.

반면 검찰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자와 오랜 기간 친분관계를 유지한 일반인이 사적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특정 사기업에 특혜를 주는 등 국정을 농단했다"며 "국가기강을 흔들고 국민들을 절망, 분노하게 만든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최씨는 공판 과정에서 주요 혐의 사실에 대해 '모르쇠'와 부인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 공범 관계로 규정된 박근혜 대통령에게 모든 걸 떠넘길 수도 있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전제가 되는 공모가 없으므로 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 최고위직 인사 개입 등 국정 전반에 걸친 최씨의 비리 행태가 베일을 벗을 때마다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들도 이제는 차분히 법정 싸움을 지켜봐야 한다.

최씨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촛불 민심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검찰보다 좀 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비리 진상을 낱낱이 파헤치고 철저하게 단죄해야 한다. 이는 특검팀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자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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