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용두 한국국학진흥원장]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유교(儒敎)’라고 하면, 시대와 동떨어진 고리타분한 관습,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낡은 유습(遺習)으로 치부하곤 한다.

젊은 층일수록 유교에 대한 반감이 크다. 유교가 청년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세상은 급속히 변하는데 유교는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에게 ‘유교’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 지난 6월 30일 서울 마포구의 CJ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열린 한국국학진흥원 주최 ‘청춘수업’에서 소설가 박범신씨가 강의를 하고 있다./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혹자는 이런 현상을 두고 “구시대의 산물인 유교는 더 이상 우리 삶에 도움을 줄 수 없다”면서 당연시하기도 한다. 사실 지금까지 유교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먼 역사 속의 콘텐츠’로만 소통하려고 했던 탓에 지나치게 관습적인 데다가 현대인들의 삶에서 굴레가 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낡은 것은 청산의 대상이지만 오래된 것에서는 경험과 지혜를 배운다”고 하듯이, 유교를 ‘낡은 것’으로 치부할 것인지 아니면 ‘오래된 것’으로 여겨 소중한 가치를 계승할 것인지는 우리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근래 ‘인문정신’과 ‘인문가치’라는 용어가 익숙해지는 등 전국적으로 ‘인문 열풍’이 불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인문정신이나 인문가치에서 표방하는 대부분의 내용이 유교에서 차용된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나눔과 배려 정신인데,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하자는 것이 주요 취지다.

그리고 나눔과 배려 정신의 이론적 근거와 사례를 유교에서 가져온다. 당연히 이때의 ‘유교’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유교’를 향해 손사래 치던 사람들도 ‘전통’에는 고개를 끄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유교’는 제 모습을 떳떳이 드러내지 못할까. 그 원인은 현실과의 괴리에 있다. 현실의 삶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유교는 조선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사실 제도와 사회관습이 바뀌고 생활방식과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유교는 이런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

유교의 최대 덕목으로 꼽히는 ‘효(孝)사상’만 하더라도,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담고 있는 콘텐츠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효의 당위성을 사서오경(四書五經)에서 가져오고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를 뒤져 모범사례를 찾는다면 현실과의 괴리는 점점 커져 갈 뿐이다. 따라서 소중한 가치는 계승하되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유교는 세대를 가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사실 ‘구세대’와 ‘신세대’의 구분 기준도 유교이다. 구세대에는 유교를 직간접적으로 체득한 60대 이상과 유교의 언저리에서 성장한 30~50대가 포함되고, 유교의 끝자락에 놓인 30대 미만은 신세대인 셈이다.

다시 말해 유교에 ‘익숙한 세대’와 ‘낯선 세대’이다. 그런데 유교를 낯설어하는 20대와 10대는 향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주역들이다. 이로 볼 때 한 세대 뒤에는 유교에 기반한 인문정신과 인문가치의 보급이 매우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자칫 우리 사회의 정신적 토대가 붕괴할 수도 있다. 조속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결책의 하나는 유교에 대한 ‘낯설음’을 ‘익숙함’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국학진흥원은 ‘청년선비 프로젝트’ 사업을 하고 있다. 청년이 주체가 되고 기성세대가 협력하면서 유교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프로젝트이다.

즉 미래사회에 계승할 만한 유교의 선비정신을 발굴해 현실에 맞게 콘텐츠를 구성한 뒤 미래세대에게 익숙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교구(敎具)를 개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유교의 현대화가 지향해야 할 대상은 청년이다. 그들이 유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유교의 미래는 보장받기 힘들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이전 세대가 경험하지 않았던 강력한 사회적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3포세대’ 혹은 ‘5포세대’, ‘7포세대’라는 말이 그 상황을 짐작케 한다. 이에 청년들의 삶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감정과 분노, 공부, 놀이(게임), 가족, 예절, 소통, 인성 등의 7개 주제를 중심으로 토론도 하고 있다.

우선 기성세대들이 7개 주제에 대한 답을 유교경전에서 찾아내 청년들에게 설명하고, 이어 청년들이 질문을 하면서 신구(新舊) 세대들이 소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청년선비 프로젝트’의 목표는 청년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유교적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확산을 도모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선결 과제가 놓여 있다. 청년층 누구나 공감하는 유교로 탈바꿈하는 작업이다. 이는 유교가 미래사회에도 통용될 수 있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연적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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