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이종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경제부총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만큼, 한 달째 이어진 경제 사령탑의 ‘어색한 동거’를 하루빨리 끝내고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전권을 몰아주는 게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아직 내놓지 못하는 등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은 12일 "경제 분야는 그간 호흡을 맞춰왔던 유일호 경제부총리 중심의 현 경제팀이 책임감을 갖고 각종 대내외 리스크 및 경제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방법을 챙겨 달라"고 밝혔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국정현안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은 어느 때보다 내각의 팀워크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금융과 외환시장은 변동요인이 많은 만큼 임종룡 금융위원장(국무총리 후보자)을 중심으로 시장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취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경제 정책의 안전성과 연속성이 중요한 만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유임하고 임종룡 위원장은 금융 분야 업무에 전념케 하는 게 ‘해법’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후보자 중 누구에게 경제정책 사령탑 자리를 맡길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와 학계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제3의 대안은 사실상 사라지고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위원장의 양자택일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장관직을 임명하는 게 가능한지를 두고 법률적 해석이 엇갈리는 등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있기 때문이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이제 저는 총리 후보 내정자로서의 활동을 그만두고자 한다”며 “싫건 좋건, 또 그 기간이 얼마나 되었건 현 내각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로선 ‘유일호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후속 인사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유 부총리가 컨트롤 타워를 계속 맡는 게 ‘속 편한’ 해법인 셈이다.

반면 나갈 예정이었던 유 부총리가 새로 힘을 쓰기 어렵다는 점에서 임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유 부총리가 지난 11개월간 이룬 성과가 거의 없는 데다 지금 한국 경제가 매우 중차대한 시기라는 점에서 교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 등도 "임 후보자는 여러 문제가 있지만 더 좋은 후보가 없는 만큼 임 내정자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임 후보자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핵심 인사였고 최근 경제상황의 주요 책임자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긴 마찬가지다.

대통령 탄핵사태라는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로 옮겨가지 않도록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경제사령탑을 둘러싸고 더 이상 혼선이 빚어져서는 안된다.

대외 리스크도 코앞에 닥쳐온 현실이 되고 있다. 당장 13, 14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대가 열리면 보호무역기조가 강화될 공산이 크다.

국가 비상사태인 만큼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내정자의 '어정쩡한 동거'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을 하루 빨리 해소해야 한다. ‘그 나물에 그밥’인 상황이지만 금융·외환시장 관리를 통한 대외 신인도 제고 등 중요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마당에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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