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환의 커피로 보는 남자

[이코노뉴스=한창환 춘천커피통 대표] KBS 1TV의 ‘일상의 기적 차(茶)’ 2부작은 이른 아침 오전 7시 20분에 방영돼 좋은 프로그램을 놓친 분들이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통해 전문지식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랜 기획과 제작기간 동안 공들여 만든 프로그램이 때때로 훨씬 유익할 수 있다. 리얼한 화면을 통해 흥미롭게 지식을 습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한창환 대표/월간 커피앤티 제공

‘일사의 기적 차’는 건강과 함께 한중일 삼국의 차를 소개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 이 다큐 역시 여행하듯 편하게 즐기면서 일상 속에서 차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양한 시각을 가지게끔 하는 작품이다.

1부-차의 향기 내 몸에 퍼지다

역사 깊은 차의 음용만큼이나 그것의 이로움은 하나 둘이 아니다. 세계인이 하루 25억잔을 마시는 커피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차의 유용성과 그에 따른 문화는 여전히 건재하다.

커피와 차는 마치 음악의 고저장단처럼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따뜻하고 향기로우니 상극이 아닌 상생의 음료다.

차를 마시는 것에는 6가지 덕이 있는데 그 첫째는 장수, 둘째는 무병, 셋째는 정신을 맑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차를 널리 마시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1부에서는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이러한 사실들을 하나씩 입증하고 설명한다.

일본에서 녹차 생산지로 유명한 시즈오카(靜岡)에 장수 인구가 많다는 것을 필두로 미국 에모리대학의 암센터에서 밝혀낸 사실을 들어 녹차성분이 암을 예방하고 암이 발전하는 것을 억제하는 실증 데이터를 제공한다.

또한 녹차에 들어있는 카데킨 성분과 더불어 또 하나의 성분인 데아닌은 뇌파의 안정을 도모하여 정신을 맑게 한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

이 다큐는 외부에 의뢰하여 자체적인 실험도 병행했다.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루 5잔 정도의 녹차를 40일 동안 마시게 한 후 각각 고혈압, 당뇨, 비만, 콜레스테롤, 고지혈증 등의 증상을 수치로 분석한 결과를 보여줘 흥미를 더한다.

특히 암과 관련하여 녹차의 어떤 성분이 도움이 되는 것인지 밝히고 있다. 암세포가 세포분열을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효소 물질을 만들어야 하는데 녹차에 있는 카테킨이 이 효소와 결합해서 암세포가 세포분열을 못하게 막아버린다.

윈십암센터의 실험 결과는 폐암 발생률과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한편, 녹차 속에 들어있는 카데킨 중 70%를 차지하는 강력한 EGCG라는 항산화 작용 성분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지게 하며, 입안에서 자라는 미생물에 녹차를 넣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미생물이 사라져 5분 후에는 미생물 배양접시가 깨끗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녹차의 카테킨 성분은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질병에 특히 효과가 있으며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호흡기 관련 질병이라고 전한다. 이와 같이 좋은 차는 몸과 마음을 이롭게 하므로 알고 음용하면 더욱 좋을 일이다.

2부-차의 향기 세상에 퍼지다

▲ 전남 보성의 드넓은 녹차밭이 연초록 물결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경남 밀양 혜산서원에서 2부가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조상님께 술을 대신해서 차를 올린다.

말 그대로 차례다. 종부가 제다한 차를 이용해 면면히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잘 마시면 스타일이 달라지는 법, 여러모로 유익한 차의 가치를 전하는 방법이다.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는 외국인들이 우리 전통차의 제다체험을 했다. 한국의 차문화를 일깨우도록 전달하는 사람은 영국인 안토니 수사(한국명 안선재 서강대 석좌교수)다.

이어 중국과 일본, 한국 3개국 차의 흐름과 전망을 짚어나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인들의 75% 정도가 녹차를 음용하고 있다.

광저우(廣州)의 차시장에서는 값비싼 보이차를 소개한다. 이어 보이차의 유래와 윈난(雲南)성 고차수(오래된 차나무)가 있는 곳에서는 보이차 제다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어 일본은 차 재배지로 유명한 시즈오카의 차박물관 전경을 보여주더니 고속도로 휴게소의 무료 녹차 음료기로 눈길을 끌었다. 언제든 차를 편리하게 즐기며 녹차와 관련된 갖가지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는 마케팅을 전개한다.

할머니가 마시는 차가 아닌 일상 속에서 늘 가까이 할 수 있는 녹차로 계속해서 전환을 모색하고 변화하는 일본의 가열 찬 노력은 부러울 따름이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답게 퓨전스타일로 다양한 차를 소개한다. 뉴욕 퓨전차 전문점은 패션화된 이미지와 재미를 차에 실어 그들만의 문화공간을 창출하고 있었다.

▲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템플스테이(Templestay)에 참여한 외국인 등이 명상을 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무대는 다시 한국. 이미 천 년 전부터 차를 즐기고 차를 마셔온 나라지만 한국, 중국, 일본 중에서 상대적으로 '한국차'의 입지는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차 점유율은 0.06% 1인당 차음용은 50g 미만이다.

그러나 불과 이삼십년도 안 되는 사이에 커피와 차는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현 시점이다. 각 나라들이 스토리텔링으로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가꾸어 왔다면 이에 맞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며 세계인에게 소구력을 가지는 차 문화를 만들면 오히려 ‘K차’가 더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이러한 움직임이 여러 측면에서 가속화 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전남 보성에서는 떡차의 일종인 후발효차 청태전이 등장했다. 차밭에 차광막을 덮어야 하는 등 시설이 많이 투자되어야 하는 가루녹차의 가공 시설과 제주도의 친환경 차 재배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더불어 차 관련 다양한 응용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 이제는 우리만의 문화 스토리를 담아 새로운 문화 아이콘을 만들어야 되는 수순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세계 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뒤늦게 뛰어든 미국마저 다문화 국가에 맞는 새로운 차 문화를 내놓았듯 한국의 저력은 현저하게 빛나리라. 그러한 예시를 주는 듯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우리 전통문화와 함께 등장한 한국차의 소개가 뒤따른다.

이 작품은 유익한 한국의 차 한 잔에 우리 고유의 정서를 어떻게 담아내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제목에서 말하듯 ‘일상의 기적 차’가 세계 속에서 명차인 한국차로 발돋움하길 기원해본다.

※ 한창환 춘천커피통 대표 약력

- 커피제조회사 (주)에소 대표 역임

- 고려대 평생교육원 '커피마스터과정' 책임교수(2006년)

- (주)스타벅스커피코리아 바리스타 자격검정 심사위원

- 에스프레소 콜리아 바리스타 스쿨 자문위원(2008년~2012년)

- 연세대 미래교육원 우수강사상 수상(2008년, 2010년)

- 엔제리너스 월드바리스타 그랑프리 심사위원(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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