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미식 부산대 윤리교육과 교수]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운 섬 씨헤븐(see heaven)에 트루먼이라는 남자가 평범하게 살고 있다.

트루먼이 살고 있는 섬은 실제 하지만, 실제 하지 않는 섬이다. 그곳은 가상공간이기 때문이다. 5,000여 대의 카메라가 그의 하루 일상 하나하나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생방송으로 방영하는 카메라 세트장인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생방송이기 때문에 트루먼만 그 사실을 모른다. 트루먼 쇼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가상공간이라는 것을 안다. 진실을 모르는 트루먼은 가상공간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진실을 직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대학생 때부터 이상형인 여인 실비아를 만나는 순간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랑하는 그녀가 그에게 말한다. “너의 삶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피지 섬으로 떠나고 자신을 만나고 싶으면 찾아오라고 한다.

▲ 지난 4월 14일 광주 북구 114안내센터에서 진행된 '전화예절 교육' 강의에서 유치원생들이 스마트폰 활용법 등을 배우고 있다./KT CS 제공

고민 끝에 씨헤븐을 떠나 피지 섬으로 트루먼이 떠나려는 순간,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트루먼은 자신이 살아왔던 삶이 가상공간임을 깨닫게 되고 그것을 벗어나려고 시도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이 난다. 피터 위어 감독이 연출한 짐 캐리, 노아 에머리히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 이야기다.

이 영화는 미디어의 의미와 인간의 행동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한 1998년 작품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당시보다 미디어 발달이 급속하게 이루어졌다. 한 예로 1990년대 미디어 발달 수준은 가상공간과 현실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있었던 시대였다.

그러나 오늘날은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가상공간이 실제보다 더 실제가 된 시대이다. 초실제된 가상공간이 우리의 삶의 양식을 변화시키는 시대이다.

마크 포스터(M.Poster)는 인류 역사의 단계를 구어단계(oral stage), 인쇄단계(print stage), 전자단계(electronic stage)로 구분한다. 각 시대는 상징, 수단, 그리고 주체의 형태가 다르다.

구어단계는 상징과 은유를 통해 세계나 인간을 이해하였다. 그리스의 그리스신화, 우리나라의 단군신화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상징과 신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말을 통해 전승되었다.

이에 비해 인쇄단계는 문자 시대로 말 중심 사회에서 문자 즉 이성 중심의 사회로 변화하게 되었다. 인간은 고정화된 문자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였다.

마지막 전자단계는 인간은 전자 즉 미디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인터넷, 스마트폰이 대표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그리고 이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의사소통 수단이자 의사소통 그 자체가 되었다. 미디어가 메시지인 시대이다.

인터넷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의사소통은 그 이전 세대는 꿈꿀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하였다. 예컨대 소셜 미디어(social midea)는 인간이 소셜 관계망(social network)을 통해 전 세계인과 의사소통을 순식간에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사람들은 블로그(Blogs)를 통해 정보를 얻고,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s)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팟캐스트(Podcasts)를 들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의사소통 방식이 다양해지고, 정보선택과 생산이 가능하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의 정보와 의견을 선택할 수 있게 되고, 생산한 정보와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서 전송할 수 있게 된 시대인 것이다.

미디어의 발달은 인간에게 수많은 혜택을 제공해 주고 있지만, 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이전시대보다 무한책임을 요청하고 있다. 인간이 생산하고 선택하고 제공한 정보의 의견의 파급력과 영향력의 범위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보다도 반성하고 성찰하는 지혜로운 인간이 요청되는 시대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퇴계 선생의 말씀은 미디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삶의 지혜이다. 퇴계는 일상생활에서 경(敬)공부와 실천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경은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지키고 살기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아 흐트러짐이 없게 하는 것(主一無適·주일무적), 외모를 단정히 하고, 엄숙히 하는 마음가짐(整齊嚴肅·정제엄숙), 언제나 마음을 또렷이 깨어 있게 하는 것(常惺惺法·상성성법) 등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하였다.

퇴계 선생은 경을 실천하기 어려우면 외적 행동을 제재해서라도 경공부를 변함없이 해야 한다고 하였다. 미디어의 발달은 의사소통이 더욱 중요한 시대로 만들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기술의 발달과 함께 품위 있는 인간이 요청된다.

사람들 각자가 스스로 본성을 지키고 실천하려는 경의 자세는 시대적 요청 윤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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