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 남경우 대기자

박근혜 씨는 너무 신뢰를 잃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연일 보도되는 최순실과 벌였던 사익 챙기기가 낯 뜨거워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이다. 청와대 문화관광부는 물론이고 서울대 병원, 이화여대까지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다. 주요 관련자들은 교직자로서의 직업적 윤리도, 고위관료가 가져야 하는 공적 기준도, 의료인이 가져야 하는 삶의 철학도 없다.

이 와중에 이권 청탁의 기회로 삼아 최순실을 지원한 재벌의 행태 또한 그 근본이 천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사법처리만 남았다.

박근혜 정부는 끝났다. 한국을 이끌고 대변할 수장을 세워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정말 괜찮은 사람이 등장하면 좋겠다.

악을 미워하고 선을 좋아하는 어진이가 등장하면 좋겠다.

唯仁者 能好人 能惡人 (논어 이인편 제 3장)

범법 위법 사익을 챙기는 공직자를 미워하고, 공정한 사람 공정한 행위를 북돋는 사람이 등장하면 좋겠다. 심하게 일그러진 기울어진 운동장에 분노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리 몰리고 저리 쏠리는 민초들의 삶에 깊은 걱정과 애정을 기울이는 사람이면 좋겠다. 부자 만들어 주겠다고 선전하고 자신은 사익을 챙기는 그런 사기꾼은 제발 아니면 좋겠다. 또 곱게 단장한 천사 모양이되 심성은 전혀 감동을 하지 않는 얼음 공주 같은 사람은 정말 아니다.

영민하되 배우기 좋아하고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敏而好學 不恥下問 (논어 공야장편 제 14장)

영민한 사람은 대체로 머리가 좋아서 사태파악을 빨리하고 능란한 언변으로 사람들을 홀리는 재주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머리가 좋은 것을 너무 신뢰하는 나머지 공부를 게을리 한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좋은 머리로 즉각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면 어떤 문제가 등장했을때 일면적인 관점에 매몰된다. 이들은 대개 사람들에게 묻지 않는다. 사람들을 우습게 생각해 상호소통이 없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을 요구한다. 공자는 수 많은 경험을 통해 영민한 사람은 공부를 즐기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 여의도셈법으로 정치적 이익을 재빨리 계산하고 잔머리를 굴리는 정치인이라면 최악이다. 일찍 출세하여 세상살이의 애환을 모르는 소년급제형 정치인도 한국의 리더는 아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탄핵을 받을 상황에 처하면서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덕목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야할 시점이라는 반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머리숙여 사죄하고 있는 박 대통령. /뉴시스 자료사진

여기에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정리했던 대통령의 조건의 갖춘 사람이면 좋겠다.

첫째 국가의 리더는 공동체의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이어야 할 것.

둘째 국가의 리더는 자신의 나라가 어떻게 흘러왔고 현재 어떤 지점에 와 있는지를 파악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역사적 관점을 가질 것.

세째 국가의 리더는 자신의 나라와 다른 나라들을 비교하고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시적 관점을 가질 것.

이런 리더가 있을까. 아직은 없는 듯 하다.

현재 여당측 지도자건 야당측 지도자건 국내의 문제사항이 벌어졌을 때 아무런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다. 파당을 지어 이리저리 떼지어 다니며 머리를 굴리고 리더인체 하고 있다. 이 나라가 어떻게 흘러왔고 지난 과거의 공과가 무엇인지 나라가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자기견해가 없다. 국제적인 사안일 경우에는 정도가 더욱 심하다. 아무 견해가 없다. 그저 지지해 달란다.

유권자 또한 마찬가지다. 이 나라는 현재 어떤 상태에 있으며 어떤 문제가 해결 과제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이 있는 자가 등장해야 하는지를 묻기 보다 우리고향사람, 우리학교사람, 과거의 인연 이런 것들로 주위사람들에게 지지를 호소한다.

과도정국을 이끌어 갈 임시수장이나 다음 정부 대통령 모두 결기가 있는 성인(聖人)형 정치인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성인(聖人)을 지향하는 군자’ 즉 전통적인 동아시아적 리더의 덕목을 갖춘 사람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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