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조희제 편집국장]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이 1일 구속됐다.

강 전 행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사령탑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이른바 'MB노믹스'의 집행자로 한국 경제·산업·금융 정책을 총지휘했던 인물이다. 그의 구속이 충격인 이유다.

▲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강 전 행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강 전 행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알선수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뇌물수수, 제3자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강 전 행장은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지난 8월 압수수색을 받고 넉 달 동안 너무 힘들었다. 힘이 빠진 제게 세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과 너무 다르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억울하다는 뜻이지만, 검찰 관계자는 "지속적 사익추구형 부패사범"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강 전 행장은 이처럼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 발표대로 그가 국책은행장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부당 대출 지시, 투자 압력 등으로 산업은행과 자회사를 멍들게 한 것이 사실이라면 국민은 어떤 공직자를 믿어야 할지 망연하다.

부실 산업과 기업을 구조조정해야 할 책임자가 산은의 자회사이자 대표적인 부실기업이었던 대우조선의 부실을 더 키웠다니 사실이라면 통탄할 일이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지인 김모씨가 운영하는 바이오 업체 바이올시스템즈가 2012년∼2013년 대우조선해양에서 44억원을 투자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기업은 강 전 행장 덕택에 총 117억원의 특혜를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또 대우조선이 종친 강모씨의 중소건설사에 50억여원의 일감을 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았다. 산업은행장 재직 중 대우조선해양과 산은 자회사에서 수천만 원을 받은 의혹도 있다.

대우조선은 7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공적 자금이 투입됐는데도 부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실이 결국 강 전 행장 같은 인물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을 관리했기 때문이라는 게 입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는 고교 동창이 경영하는 한성기업에서 1억원대 뇌물성 금품을 받았고, 산업은행이 이 기업에 240억 원대 특혜성 대출을 하도록 개입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강 전 행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경제수장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고환율과 부자 감세 정책으로 서민경제를 악화시킨다는 비난도 받았다. 그런 그가 국책은행과 그 자회사를 개인 민원 창구로 이용하고 뇌물까지 받았다면 심각한 도덕적 해이다.

5조원대 분식회계가 드러난 대우조선은 대규모 혈세 투입에도 올해 내내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 사태는 정치권 '낙하산', 산은, 금융감독기관, 회계법인 합작품으로, '비리 복마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산은은 대우조선 외에도 수많은 부실기업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그의 개인 비리 외에 산은과 대우조선 사이에 조직적, 구조적 유착이 없는지, 정치권 개입은 없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서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국민들은 지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분노와 좌절감에 빠져 있다. 강 전 장관의 구속을 바라보는 심정은 처참할 따름이다. 박근혜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도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순실씨 하나로도 측근 비리에 넌더리를 치고 있는데 또 다른 비리 주역이 나온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 지도자가 아니라 골칫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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