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가범죄-경제보복 질타하는 ‘문화의 힘’, '봉오동전투 김복동' 등 “세상 바꿀 것”/김홍국 교수

김홍국 편집위원/경기대 겸임교수 국제정치학 박사l승인2019.08.09l수정2019.08.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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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경기대 겸임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문화의 힘은 강하다. 문화는 세상을 살아갈 때 상상력과 창의력을 불러일으키고, 진한 감동을 준다.

문화는 정치, 경제, 사회, 종교제도를 망라하며, 음악, 영화, 드라마, 미술, 문학, 연극, 건축 등으로 나타난다. 문화는 사회제도를 통해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며, 협상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

일본의 경제보복과 사실상 전면전쟁 선언 상황에서 문화의 힘은 현실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새 영화를 선보인 극장가가 선두에 섰다. 유해진, 류준열 주연 ‘봉오동 전투’가 7일 개봉과 동시에 관객 33만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가운데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평화운동가인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김복동’이 연이어 공개됐다.

군국주의 시절로 돌아간 아베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경제 및 외교안보 보복에 맞서 일본을 극복하자는 ‘노 재팬’ 운동 등 반일감정 속에 관객들은 뜨겁게 호응하고 있다.

강력한 문화적 메시지가 전 세계인들에게 강제 징용과 징병, 위안부 범죄 등 군국주의 일본의 국가범죄를 새롭게 조명하게 하고, 일본에 대해 역사적 성찰과 참회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영화 ‘봉오동 전투’로 만나는 항일운동 역사현장

영화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만주 봉오동에서 홍범도·최진동 등이 이끄는 연합독립군단인 대한군북로독군부(大韓軍北路督軍府)가 일본군 정규군을 대파한 전투로, 독립군의 사기를 크게 진작시키고 일본을 경악시킨 항일 무장독립운동사에 빛나는 전과로 꼽힌다.

함경남도 나남에 사령부를 두고 두만강을 수비하던 일본군 제19사단이 독립군 토벌을 위해 북간도에 진입한 뒤 봉오동 골짜기 안으로 진입하자. 매복하고 있던 독립군이 일본군 척후병을 통과시키며 독립군 포위망 안에 유인했다.

이어 골짜기 안의 독립군 포위망 안으로 일본군 본대가 진입하자 3면에서 집중사격을 퍼부어 일본군을 섬멸하다시피 하는 최대의 전과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군무부 기록에 따르면, 이 전투에서 일본군은 전사 157명, 중상 200여 명, 경상 100여 명을 내고 참패했다.

반면 독립군 측의 피해는 전사 4명, 중상 2명에 불과했다. 봉오동전투의 승리로 중국을 비롯한 곳곳에서 활동하던 독립군의 사기는 크게 진작되었으며, 이후 독립전쟁의 지속적인 수행을 위해서 독립군단의 군사통일과 아울러 병력보강과 군비확충에 힘을 쏟게 됐다.

▲ 영화 봉오동 전투/쇼박스 제공

일제강점기 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거둔 짜릿한 승리의 역사를 다룬 영화는 일본의 공세적 행태에 분노한 중장년층 관객의 호응을 받으며 극장가에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산악지형인 봉오동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 고지대 전투 장면이 압권이며, 배우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의 열연이 돋보인다.

위안부 피해 김복동 할머니의 삶 그린 영화 눈길

영화 ‘김복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평화운동가로서 맹렬히 활동하다가 올해 1월 세상을 떠난 고 김복동 할머니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영화다.

특히 김복동 할머니가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면서 거리와 해외 곳곳에서 보낸 27년의 장대한 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궂은 날씨에도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매주 열린 수요집회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90대 노령에도 독일까지 건너가 평화 메시지를 전한 고인의 위대한 삶을 담담하게 담았다.

김복동 할머니는 늘 “나이는 구십넷, 이름은 김복동입니다”라며,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한 27년 간의 기나긴 여정 내내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는 이를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될 희망을 위한 싸움, 결코 잊어서는 안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규정했고, “희망을 잡고 살자. 나는 희망을 잡고 살아”라고 말하곤 했다.

이 101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는 1992년 김복동 할머니가 자신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신고한 것을 주된 모티브로 삼는다. 짓이겨진 자신의 인생을 사과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이것은 피해자로서 당연한 요구였다.

그러나 일본은 민간업자에 의한 범죄라며 책임을 회피했고, 남은 생을 바친다는 마음으로 서울로 향한 김복동 할머니의 삶은 투사이자 평화운동가의 인생으로 변모했다. 그는 돌아오겠다는 약속도 없이 일본 정부의 사죄를 위한 마지막 싸움에 나섰고,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은 사리 분별이 분명한 사람이자 인자한 어른이며 위대한 투사였던 김복동의 삶을 조명하며, 보는 사람들을 기어이 울컥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영화 '김복동'/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김복동’의 곳곳에는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로하고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도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때마침 일본에서 소녀상을 둘러싼 노골적인 압박과 전시 중단 사태가 일어나고, 이를 비판하는 세계 각국 예술가들이 동참하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김복동’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본 내에서 커지는 ‘전시 중단’ 비판 봇물 “민주주의 위기”

일본 내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의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에 대한 비판 표명이 일본의 문화예술단체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소녀상이 전시된 일본의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3년마다 열리며 올해 4회째를 맞는 일본 최대의 국제예술제로, 미술, 무용, 연극 등 무대공연과 영상까지 세계 최첨단의 현대 예술을 소개하는 축제다.

전시중단 조치에 트리엔날레 기획자와 참여작가를 비롯한 문화예술계의 비판 성명이 잇따랐다. 예술제에 참여한 세계 각국의 작가 72명은 소녀상 전시 폐쇄 이후 성명을 내고 “일부 정치가에 의한 전시, 상영, 공연에 대한 폭력적 개입과 (전시장) 폐쇄로 몰아세우는 협박과 공갈에 우리들은 강하게 반대해 항의한다”고 밝혔고, 일본극작가협회도 "헌법이 금지한 검열이 실질적으로 부활한 것이며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우려했다.

일본 미술평론가연맹도 8일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전-그후’의 전시 중단에 대해 '의견 표명‘을 발표하고,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이 근본부터 부정됐다. (기획전) 시작 당시의 모든 전시가 회복되는 사회적 상황이 조성되기를 바란다”며 “표현활동이 폭력과 협박으로 억압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행정에 의한 작품의 철거나 은폐는 시민 스스로가 판단할 권리, 감상할 권리를 빼앗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 일본 아이치(愛知)현에서 개최 중인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실행위원회가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을 포함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전시를 3일 돌연 중단했다. 철거되기 전 전시됐던 평화의 소녀상 모습.(사진 출처 : NHK=뉴시스)

일본 소비자연맹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전시 중단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고 분한 일이며, 이번 일은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우리들의 '자유롭게 살 권리'를 매장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행위는 시민, 소비자에 대한 중대한 권리 침해로 지금부터라도 시간이 늦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것을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 이번 기획전의 재개를 마음으로부터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도 6일 자 사설을 통해 "사람들이 의견을 부딪치면서 사회를 보다 좋게 만들게 하는 행위를 근저에서 떠받치는 '표현의 자유'가 크게 상처를 입었다“고 비판했고, 마이니치신문도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언론이나 표현을 테러나 다름없는 폭력으로 배제하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곳곳 “내가 소녀상” 평화의 소녀상 재현 열기

일본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정치적 압력에 의해 강제 중단된 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각지에서는 소녀상과 같은 모습의 사진을 SNS에 올리며, 전시 중단 결정에 항의의 목소리를 담는 이벤트도 세계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 영화 '김복동'/엣나인필름 제공

프랑스의 음악가, 뉴욕의 영화인, 이탈리아의 조각가 등 세계 곳곳에서 평화의 소녀상 옆에 앉아 전시가 중단된 ‘평화의 소녀상’을 재현한 작품들을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의자에 앉아 차분한 시선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움켜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자세로 평화의 소녀상 모습을 재현하고, 어떤 여성은 테이프로 입을 가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본정부의 행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옆에 의자를 놓아 관람객이 소녀상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원작품을 연상케하는 상징작용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 아이치현 주최 측이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중단시킨 것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담은 이 퍼포먼스는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으며, 현재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세계인들의 가슴 속에 일본의 야만성과 표현의 자유 탄압, 과거 일본이 저지른 국가범죄의 의미를 깨닫게하고 있다.

놀라운 ‘문화의 힘’, 일본정부는 진실한 참회와 반성 나서야

이같은 분위기는 기성 사회와 기득권의 부정부패한 상황을 비판하고, 진실의 가치를 추구하는 문화의 힘이 보여주는 상황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일본 군국주의의 강점기 때 저항했던 문인과 예술인들, 나치 히틀러의 전범행위에 대해 끝까지 비판했던 예술가들이 결국 세상을 바꿨듯이 국가권력의 범죄를 감추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들에 대해 문화예술계가 내놓는 저항의 몸짓은 세상을 바꾸고 있다.

문화의 힘으로 세상의 억압과 권위주의, 부정부패, 국가권력의 부당한 횡포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나날이 세상의 모습을 바꿔나가는 미학적 혁명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일본이 이같은 사태의 본질을 깨닫고, 자신들이 저질렀던 국가범죄를 왜곡하고 감추려는 시도와 함께 표현의 자유까지 억압하는 오늘에 대해 진정한 참회와 반성의 길을 걷기를 기대한다. 위대한 '문화의 힘'이 강력한 협상력이자 조정력으로 작동해 일본의 역사와 진실에 대한 오판을 각성케하고, 한일관계뿐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평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김홍국 편집위원/경기대 겸임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archomme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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