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전(傳)

3

지어지선(止於至善): 지극한 선에 머무름에 대하여

​詩云邦畿千里(시운방기천리)

惟民所止(​유민소지)

이를 해석하면 이렇다고 합니다.

[시경에 이르기를, 왕이 계시는 사방 천리가 오직 백성들이 머무는 곳이다.]

​방기(邦畿)는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경기(京畿) 지역처럼 왕이 머무는 사방 천리를 의미하는 말로 왕기(王畿)라고도 합니다.

즉, [문왕이 다스리는 도읍지 천리가 오직 백성들이 머물러 살만한 곳]이란 의미가 됩니다.

​<시경(詩經)> 끝 부분의 상송(商頌) 현조(玄鳥)편에 나오는 문구를 <대학(大學)>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상송은 상나라때 노래라는 뜻인데 송(頌)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공식 의전곡입니다. 현조는 제비란 뜻입니다.

상나라를 세운 설(偰)이란 분을 엄마가 제비알을 먹고 낳았다는 설화를 모티브로 노래 제목을 잡은 것입니다. 상나라의 탄생부터 천하를 차지하기까지 과정을 노래로 지어서 문왕을 찬미했다고 합니다.

​전(傳) 3장의 핵심 주제어는 지(止)입니다. ‘머물다’란 뜻입니다. 주희 선생은 사물이 마땅히 머물러야 할 곳이 있음을 알리기 위해 인용된 문구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즉, 임금 주변에 백성들이 모여들어 머물듯이, 진리 역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임금 같아서 사람들이 몰려 머물 만한 곳이란 의미가 됩니다.

이것을 ‘도는 원리’ O(영)사상으로 보면 임금 왕(王)자는 영성, 이성, 감성 세 축이(三) 뚜렷이 균형있게 중심을 잡은(王) 형상입니다. 자고로 이 정도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왕(王)이라 부를 수 없다는 의미도 됩니다.

또 정치 권력을 잡은 사람만이 왕이 아니고, 내적 각성에 이르러 내면을 이루는 세 축이 균형잡힌 자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왕이란 의미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각성자를 예수님이나 부처님처럼 늘 평안 상태에 머물러 계신 분이라 착각하기 쉽습니다만, 사실 주변에서 확인한 여러 각성자들을 보노라면 항상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이 분들은 오히려 괴퍅스럽게 보일 때도 많고, 감정 기복이 상당히 심해 보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한 없이 부드러웠다가 어떤 때는 매정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찬 바람이 쌩쌩 붑니다.

그래서 왜 그럴까하고 보니 대인(大人)과 소인(小人)이 느끼고 판단하는 차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보통 사람이 볼 때 기쁘기 그지없는 일도, 경우에 따라서는 각성자 시각에서는 슬프고 괴롭고, 분노할 만한 일인 경우도 적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상을 사는 우리는 진리를 평소 우리가 사는 집터와 일터에 머물게 하며 살더라도, 진리와 그것을 체득한 이들이나, 깨달음이라 불리는 어떤 추상성, 혹은 현상에 대해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겠다 싶습니다.

오히려 그런 판타지가 우리의 일상과 우리 자신을 더 위험하고 허무맹랑한 세계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겠습니다. 머물다(止)는 이렇듯이 '지극히 소박하고 질박하게 일상을 살아감'이란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오늘의 문구를 ‘도는 원리’ O사상으로 해석해보면 이리 됩니다.

[문왕의 덕을 따라 백성들이 모여들듯이, 나의 삶 역시 평범한 일상의 진리에 머물면 참 좋겠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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