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청호칼럼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매년 뽑는 ‘앰네스티언론상’도 ‘박근혜 게이트’를 피해가지 못했다. 1997년 처음 시작됐으니 올해로 19번째다.

▲ 남영진 논설고문

한국기자상 통일언론상 안종필언론상 가톨릭매스컴상 등과 함께 권위있는 언론상으로 주로 한국 사회의 인권발전을 위해 기여한 공로를 기리는 상이다.

앰네스티는 지난 11월 23일 올 한해 한국사회의 소외된 인권현상을 발굴해내고 이를 심층취재, 보도하여 “인권 가치와 의미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한” 본상 6편을 발표했다. 특별상으로는 JTBC 뉴스룸 ‘최순실 태블릿PC 입수 보도’(10월24일, 27일 보도건)를 선정했다.

올해 6편의 수상작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이 최고점수를 받았고 ▲KBS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요양병원의 그늘' ▲CBS '13세 지적장애 하은이, 성매매 둔갑 판결' 연속보도 ▲경향신문 ‘김포공항 청소노동자’ 연속보도 ▲한겨레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노동자의 죽음' 연속보도 ▲뉴스타파 ‘어머니와 간첩’ 등이 선정됐다.

지난 한해 인권신장에 기여한 출품작 45편을 9명의 심사위원들이 예심을 한 뒤 본심에 오른 22개 작품을 놓고 지난 17일 서울 안국동 앰네스티 사무실에 모여 본격 심의에 들어갔다.

TV부분이 9작품, TV 보도 2작품, 라디오 2건, 인쇄 5건, 온라인 4건이었다. 제정 초기에는 전통적으로 한겨레 한국 경향 사사저널 한겨레21 등 인쇄매체가 많이 수상했으나 점차 MBC의 ‘PD수첩’ KBS의 ‘추적 60분’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 등 TV의 대형 심층취재 프로그램들이 많이 상을 받았다.

JTBC 뉴스룸 ‘최순실 태블릿PC 입수 보도’에 특별상을 주는 데에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지금까지 앰네스티 언론상이 주로 헌법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노동권, 여성인권, 아동인권, 사회의 소외층을 위한 언론보도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한국의 민주주의 신장에는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수상작과는 조금 다른 범주라는 이론이 있었다. 대개는 각 언론사에서 작품을 내지만 이 작품은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았다.

예심에서도 심사위원 몇 분이 판단을 보류했다. 보도의 파급성이나 사회기여도에서는 이견이 없었으나 TV보도는 당연히 본심대상이지 언론보도에 특별상을 주는 것은 형식상으로도 맞지 않은 점이 쉽게 손을 들기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간 특별상은 언론 보도 외에 한국사회 전반의 인권신장에 기여한 영화, 문예작품이 선정대상이었다는 점에서 박근혜-최순실게이트 보도를 특별상으로 선정하는데 이견이 있었다.

또한 이 보도에 앞서 TV조선, 한겨레 등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다수의 특종보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특별상을 준다는데 대한 논란도 따랐다.

그러나 JTBC의 태블릿 PC입수 보도가 나간 직후 현직 대통령이 문제를 일부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하게 했고 이어 100만 촛불시위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외부압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비리를 고발하는 용기 있는 언론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측면도 함께 고려됐다.

96년 필자가 한국기자협회 회장 재직시 한국앰네스티 오완호 사무국장이 앰네스티 언론인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의해 왔다. 문민정부출범 이후 국민기본권은 많이 신장됐지만 군사독재시대에 교육받은 언론인들의 인권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벌이자는 계획의 일환으로 97년 앰네스티 인권상이 제정됐다.

내년이면 20년이 된다. 그간 ‘칼의 노래’의 작가 김 훈, 현 가천대 부총장 김충식, 경향신문 전 편집국장 김지영, 방송심의위원회 허의도 사무처장 등이 언론인위원장을 지냈고 김주언 전 기자협회장에 이어 KBS 이강현 PD가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5년 9회부터 ‘특별상’이 생겼다. 사형수의 인권을 다룬 소설을 영화로 만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원작자인 소설가 공지영씨가 받았다. 10회 특별상은 ‘MBC, 고맙습니다’의 이재동 연출가와 이경희 작가, 탤런트 공효진, 서신애 등이 받았다.

11회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가 차지했다. 영화 ‘집행자’의 최진호 감독 등 5인과 EBS의 ‘지식채널e’ 등에게 시상됐다.

13회는 EBS가 ’마주보고 웃어‘(이창용 PD)로 2년 연속 받았고, 14회는 영화 ’도가니‘ 제작자 엄용훈과 원작자 공지영, 연출자 황동혁이 수상했다.

15회도 2편의 특별상이 있었다. 영화 ’두 개의 문‘( 김일란 감독, 홍지유 감독)과 EBS의 ’배움너머‘(김경은 PD, 김훈석 PD)가 주인공이다.

16회는 ’뉴스타파‘가, 17회는 JTBC 보도국의 세월호 특별취재팀이 받았고 지난해 18회는 MBC 무한도전 - 배달의 무도 ‘하시마섬의 비밀’의 PD와 작가들이 수상했다.

JTBC 보도국은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때 끈질긴 현지보도로 수상한 뒤 이번 ‘최순실PC보도’로 보도로만 2번 특별상을 기록했다.

▲ <사진출처=JTBC 방송캡쳐>

이강현 심사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출품된 45편 모두 한국사회의 인권침해 현장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한 수작들이라며 “고(故) 백남기 농민 죽음의 진실을 파헤친 보도를 비롯해 노령화 사회의 요양원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실태 고발까지 사회적 약자들이 처한 현실을 알림으로써 인권침해 피해자의 정의회복을 돕고, 사회의 인권의식 증진을 위해 힘쓴 언론인들의 노력이 묻어있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심사평에서 “한국 언론은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도 인권침해의 현장을 고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비정규직이나 철거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기본권 침해를 고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기 힘든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의 인권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인권침해 피해자의 정의회복을 돕고, 사회의 인권의식을 증진시키는데 힘써온 수많은 언론인의 노고를 이번 앰네스티 언론상에 응모한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6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심사위원단은 이강현 위원장외 김당(오마이뉴스 편집위원) 김주언 (전 KBS 이사) 김지영(동양대 교수) 김희진(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남영진(경민대 교수) 박석태(전 MBC 논설위원) 박창식(한겨레 전략기획실장) 류지열(KBS 보도국 PD)등 9명이다. 앰네스티언론상이 우리나라 인권 발전에 더욱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 남영진 상임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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