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환의 커피로 보는 남자

[이코노뉴스=한창환 춘천커피통 대표] 케이블TV CTN에서 방송됐던 ‘특집다큐 茶(차)’ 4부작(1부 인류의 위대한 발견 / 2부 차향을 따라서 / 3부 오후의 홍차, 영국 / 4부 불완전의 미, 일본의 다도)은 중국, 한국, 일본 그리고 영국의 차를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3부는 세계인이 애음하는 홍차를 조명하고 있다. 특히 영국이 홍차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역사적 사건과 함께 홍차의 전파로 관련 산업이 어떻게 변모했는지 등등 홍차 문화사를 살펴볼 수 있는 영상자료이기도 하다.

▲ 한창환 대표/월간 커피앤티 제공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직접 제작한 부분보다 자료를 인용한 것들이 많고 화질과 음질이 다소 떨어진다. 그럼에도 茶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4부작으로 제작한 것은 여타 공중파에서 할 수 없는 기획이었기에 더욱 가치를 발한다.

홍차에 얽힌 문화사

찻집(Tea Shop)이 흔한 영국에서는 가정에서도 티타임을 즐긴다. 홍차의 나라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차로 시작해서 차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국이 어떻게 홍차의 나라가 되었을까?

이번 다큐는 해상 진출을 꾀했던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이 앞 다투어 중국 광둥(廣東)에 다 달았던 역사를 자료화면을 통해 되짚어보며 본격적인 서막을 연다.

주한 영국대사 부인 파펠라 브라운은 인터뷰에서 값비싼 중국 찻잔이 깨질까봐 우유를 먼저 붓고 홍차를 따르게 되었고 이것이 정통 영국 밀크티를 즐기는 방법이라고 전한다.

영국이 홍차 문화를 형성하게 된 계기는 1662년 찰스 2세와 포르투갈 공주 캐서린의 결혼이다. 캐서린은 차와 함께 은과도 맞바꾸는 설탕을 가지고 갔다.

그 당시에는 차가 귀하고 사치스러운 기호품이었는데 영국왕실이 마시기 시작하면서 귀족 사회에도 호화로운 차가 급속히 전파된다.

당시 커피하우스는 남자들이 술을 마시러 다니는 곳으로 평판이 좋지 않았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사람들은 티하우스나 티가든에서 티파티를 하며 여흥을 즐겼다고 전한다.

1820년 어느 날 오후 공작 부인은 홍차와 다과를 대접한다. 이를 계기로 오후 4시경 차를 나눠마셨던 것이 그 유명한 애프터눈 티의 시초였고, 부인들의 사교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 영국 스타일을 따르면서 현대적인 비주얼과 맛으로 재구성한 '애프터눈 티'/신라호텔 제공영국의 티 타임/네이버 이미지 캡처

스틸 사진 컷으로 보여주는 빈약한 자료지만 단순한 나열이 설득력을 갖게 만든다. 빅토리아 시대의 중상류층에서는 중국산 차와 다기세트 그리고 인도산 설탕을 갖고 싶어했고 바다를 건너 와야 하는 사치품이었다.

이런 수요 때문에 차 운송용 쾌속범선(Tea Clipper)이 등장하게 되었고 광둥 무역항까지 99일에 다녀올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더 많이 더 빨리 실어 나를 수 있는 범선들의 Tea races는 런던 도박사들의 관심사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부유층에서나 차를 즐길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차에 부과되는 높은 세율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 보스턴에서는 본토에서 매긴 차에 대한 세금으로 사람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고 급기야 영국에 납세를 거부하는 보스턴 차사건(1773년)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 미국인들은 기호 음료로 커피를 선호하게 되었음을 전한다.

영국에서 홍차가 뿌리내린 까닭은?

아편전쟁으로 중국과의 마찰을 빚으면서 차 수입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었던 영국은 인도 아쌈(Assam) 지역의 음다풍습을 보면서 중국과 다른 잎이 큰 야생차나무를 발견한 후 대규모의 다원을 개척하게 된다.

이것은 세기의 큰 사건이기도 했다. 이후 아쌈종은 히말라야의 다즐링과 남부 지역으로 확산된다. 세계 최고의 차생산국인 인도는 영국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고 전한다.

또한 녹차보다 홍차가 각광을 받았던 이유는 가격 차이와 홍차 특유의 가향성 때문이었다. 이로 인한 여러 종류의 홍차가 개발되었다고 한다.

이어 홍차의 종류를 소개한다. 스트레이트티와 블랜드티 그리고 프레버리티를 설명하면서 영국의 포트넘 앤 메이슨(Fortnum & Mason)사 제품을 비추면서 세계 4대 홍차인 인도의 다즐링, 아쌈, 스리랑카의 실론, 중국의 기문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대중화를 꾀하기 위해 탄생된 블랜드티와 영국 황실에서 유래했다는 로얄브랜드티 그리고 중국 후센지방에서 유래한 쟈스민티는 물론 향을 잘 흡수하는 홍차의 설질을 이용해서 과일이나 향신료을 혼합해서 만든 갖가지 티로부터 영국의 백작이름에서 유래한 얼그레이(베르가못 나무에서 채취한 향을 첨가한 홍차)홍차와 원산지가 중국인 우롱차와 소나무향을 넣은 랩상소총까지 정리하여 보여준다.

다른 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가져다준 홍차

서인도제도에서는 홍차의 소비로 수요가 급증하자 노예를 통해 사탕수수 농장을 개척하여 설탕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설탕을 지배하는 자가 18세기의 경제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중요한 생산 품목이었다.

한편, 홍차문화에 영향을 받아 면산업도 발전했다. 티가운의 확산으로 영국의 면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한다. 설탕과 면산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영국은 이를 기반으로 산업혁명에 박차를 가했다.

차를 선택한 영국은 자기산업에 눈을 돌린다. 값비싼 중국자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실용적으로 쓰일 자기가 필요하게 되었고 중국의 자기 기술을 가져와서 본격적으로 유럽의 자기산업을 열게 된다. 19세기 독일의 마이센 등 유럽 곳곳에 자기공장이 생겨난다. 영국은 1743년경 자기산업을 시작으로 이를 더욱 발전시켜 본차이나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도자기 공장을 배경으로 자기의 주조공정으로부터 컵 손잡이를 다는 유럽인들의 실용주의를 얘기하며 초벌굽기 과정까지 보여준다.

웨지우드 제품을 만드는 자료화면을 인용했지만 채색과 문양을 넣는 과정은 눈여겨 볼만하다. 이어 영국 코플랜드 스코드와 로얄 덜튼 그리고 로얄 우스타와 웨지우드 뿐 만 아니라 프랑스 세브르와 헝가리 헤렌드, 독일의 마이센, 덴마크 로얄코펜하겐 등 유럽의 도자기도 자료영상에 담고 있다.

홍차 테이블 세팅과 시연

▲ 영국의 티타임/네이버 이미지 캡처

주한 대사관저에서 행한 영국의 티타임은 갖가지 디저트 접시가 돌아가며 계속 이어진다. 이러한 영상으로 능히 영국만의 독특한 차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어 대사부인이 홍차 끓이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대부분 영국에서는 우유를 조금 붓고 홍차를 넣어 마시며, 북부 잉글랜드에서는 덮개(Tea cozy)를 사용하기도 한단다. 찻잔과 차주전자 그리고 차거르개, 접시, 설탕과 크림통을 세팅 방법도 순서대로 펼친다.

홍차가 동양의 신비에서 부의 상징으로 그리고 생활필수품으로 다가가는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오후의 홍차, 영국’ 편은 50여분 동안 홍차에 얽힌 문화사는 물론, 관련 산업이었던 설탕과 면 그리고 도자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얘기를 전달하고 있다.

현지 촬영은 국내에서 이루어진 것이 고작이고, 자료도 부실한 편이라 다소 교과서적이지만 이런 등등의 이유가 오히려 홍차를 폭넓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홍차의 제다과정을 영상에 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현재까지도 국내에서 홍차 관련 다큐로는 이것이 유일하다.

※ 한창환 춘천커피통 대표 약력

- 커피제조회사 (주)에소 대표 역임

- 고려대 평생교육원 '커피마스터과정' 책임교수(2006년)

- (주)스타벅스커피코리아 바리스타 자격검정 심사위원

- 에스프레소 콜리아 바리스타 스쿨 자문위원(2008년~2012년)

- 연세대 미래교육원 우수강사상 수상(2008년, 2010년)

- 엔제리너스 월드바리스타 그랑프리 심사위원(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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