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지난 주초 박근혜 대통령은 국면 전환을 염두에 두며 개헌론을 꺼내들었다.

▲ 남경우 대기자

바야흐로 정국은 모든 이슈가 개헌론으로 빨려들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JTBC의 폭로 보도 때문이었다.

사적 라인이 국정에 비밀리에 깊이 개입된 것이 확인되었다. 위임받은 권력에 대한 정당성이 의문시되었고 대의제 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졌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국이 가야할 방향을 조망하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 야당의 능력 그리고 국민의 요구가 어떻게 흘러갈지 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경제상황을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필자는 주역의 지혜를 빌리기로 했다.

주역 계사전에서 군자는 거할 때는 상을 관찰하고 그 말을 음미하며, 움직일 때는 효사를 통하여 그 변화를 살필 것을 주문했다.(君子居則觀其象而玩其辭 動則觀其變而玩其占 군자거즉관기상이완기사 동즉관기변이완기점)

▲ '비선 실세에 의해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를 외치는 등 성난 민심이 지난 29일 전국에서 분출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패션거리에서 부산지역 대학생과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거리행진을 펼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현재의 상황에 대해 하늘과 땅에 의문을 던지며 주역괘를 뽑아보았다.

가.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 천화동인(天火同人) 초효

나. 박근혜 정부의 처지는 어떠한가? 천수송(天水訟) 초효

다. 야권의 대응능력은 어떠한가? 산화비(山火賁) 초효

라. 국민의 요구수준과 준비 정도는 어떠한가? 풍수환(風水涣) 4효

마. 레짐 체인지의 가능성은? 손위풍(巽爲風) 상효

바. 한국의 경제상황은 어떤가? 천산둔(天山遯) 상효

가.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 천화동인 초효

한국의 전반적 상황은 천지비, 즉 불통 폐색으로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천화동인의 형국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성내(권력구조와 직접 맞닿은 곳)가 아니라 문 밖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한국의 미래를 둘러싸고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그 모임이 권력의 심장부과 향후 방향을 장악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발전한 것은 아니다. 더 이상 이러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국면에 대한 대응일 뿐이다. 아직 방향이 없다.

나. 박근혜 정부의 처지는 어떠한가? 천수송 초효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나타나 정국을 뒤흔들며 쟁송이 시작된다. 박근혜 정부는 송사에 들어섰다. 주요 인물들의 송사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근원적인 정당성에 의문이 시작되었다. 이는 포괄적인 지지도 하락으로 연결되어 레임덕이 가속화된다. 이러한 흐름은 끝내 회복하지 못하는데 임기는 채운다.

다. 야권의 대응능력은 어떠한가? 산화비 초효

산 아래 수 많은 불들이 켜지기 시작했다. 백가쟁명이다. 꽃신을 신었다가 수레를 버린다. 야권 상층이 꽃마차를 마냥 타고 있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땀이 흐른다. 꽃신을 버리고 광야를 걸으며 저자 거리에서 소리를 들어야 하는 국면이다. 현 국면에 대하여 정돈된 대응을 하기에는 너무 급작스레 혼돈의 와중에 들어섰다. 할 수 있는 일이란 저자 거리의 소리를 애써 듣는 것이다.

라. 국민은 강렬히 변화를 요구하는가? 풍수환 4효

홍수가 몰아친다. 군중의 더러운 때를 씻는다. 피가 분출하여 군중에게 튀긴다. 요구는 서서히 목에 차 이르렀다. 분출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 되었다. 다만 상층은 이런 사정을 몰랐다. 이미 물에 젖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다만 그 재앙이 클 것으로 평소에 상상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이제 분출은 눈에 보이고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기에는 시간이 아직 이르다.

마. 레짐 체인지의 가능성은? 손위풍 상효

바람이 분다. 침대 밑에 엎드려 있다. 하지만 크게 유리하지 않다. 낮게는 제도 내의 제한적인 변화 크게는 현 제도의 틀을 넘어서는 혁명적 변화 모두에서 크게 진전이 없다. 아마도 현 국면에서 헌법의 근간이 대중의 생활을 근원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듯하다. 다만 태위택괘로 넘어가 약간의 기쁨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이 무엇일까?

바. 한국의 경제상황은 어떤가? 천산둔 상효

숨어서 기어가듯 은둔의 국면이 이어져 왔다. 과거의 패턴으로는 상황을 돌파하기 힘들다. 항구할 듯 보이던 현재의 경제구조는 이제 끝단에 왔다. 이대로 가 부정적 측면이 깊어지면 큰 상처를 입는다. 출정하면 흉하다. 즉 현재의 패턴대로 경제를 끌고 가면 흉하다. 소인은 폭동을 일으킨다. 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편 혼돈은 씩씩한 전진의 기회이기도 하다. 어디로 갈 것인가? 대인(大人) 대동(大同)의 길이 시대정신이다.

이 시점에서 동아시아 민중들의 역사적 교훈을 기억하자.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 장강후랑추전랑)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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