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이종수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斷種)이라는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미 한 차례 리콜을 시행하고도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불확실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 김봉영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사장(왼쪽) 등이 12일 오전 사장단 회의를 마친 뒤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첫 번째 리콜 이후 삼성전자는 결함 시정이 완료됐다면서 판매를 재개했지만 배터리 발화 사례는 그치지 않았고, 지금은 뭐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에 빠져 들었다.

주력 제품의 안전에 관한 핵심 기술에 결함이 발생했는데도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화를 키웠고 결과적으로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온갖 어려움을 딛고 세계 일류의 반열에 올라선 것은 품질에 대한 신념 덕이 크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제품 판매 및 생산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속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인 '품질경영'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경영 당시부터 '품질경영'을 강조해왔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사장단과 그룹 주요 임원을 불러 모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일갈했다.

삼성 제품에 대한 품질 논란이 커지자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제대로 시작하라는 메시지였다. 이는 이른바 신경영 선언으로 삼성그룹의 대변혁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1994년 전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휴대폰 '애니콜'을 첫 선보일 때에도 무리하게 완제품 생산을 추진하다 제품 불량률이 10%을 넘어선 바 있다.

삼성선자는 이듬해 초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품질 불량으로 수거된 애니콜 휴대전화기 15만대를 경북 구미사업장 운동장에 쌓아두고 해머와 불도저로 산산조각 낸 다음 불태웠다. ‘불량 휴대폰 화형식’을 거행한 데는 불량품을 소비자들에게 팔 수 없다는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이건희 회장은 당시 임직원들에게 “소비자한테 돈 받고 물건 파는데 불량품 내놓고 하는 것이 미안하지도 않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종 사태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IT 최고기업으로서의 위상에 큰 상처가 났지만 서두르지 말고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품질 최우선 전략을 차분하게 펼쳐 나간다면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인 손실액 등에 연연하기보다 중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해 신뢰도 높은 품질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번 사태는 삼성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선점과 실적확대에 대한 욕구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협력사들의 기초체력과 스피드를 동반해서 키우지 않고 너무 독주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무리한 독주(獨走)는 독주(毒酒)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애플 신제품이 나오기 전 한 달 동안 노트7을 최대한 많이 팔아 이익을 내야 한다는 수익 지상주의가 팽배했다"고 인정했다.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품질 관리를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삼성전자는 지금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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