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현의 강남 부동산 이야기

[이코노뉴스=최충현 대치동 서울공인중개사 대표] 정부는 지난 8월 25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가계 부채의 가파른 증가세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 방안의 핵심은 집단대출 보증제도 관리 강화와 비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하향 조정이다. 저금리와 분양시장 호조로 집단대출과 비은행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취약 부문의 관리를 강화해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 최충현 대표

쉽게 말해 분양주택 시장의 공급 물량을 규제하고 중도금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시 발표 내용을 보고 나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내쉰 기억이 생생하다. 정부의 의도대로 부동산 경기의 불씨는 꺼뜨리지 않은 채 과열된 분양시장을 견제함으로써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누그러뜨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달 열흘 정도가 지난 지금 시장의 상황을 보면서 혀끝을 차게 된다.

실제 부동산 시장은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이라는 정책 의도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최소한 서울 강남권에선 그렇다. 향후 주택 공급 축소로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퍼지면서 오히려 가격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무능한지 아니면 순진한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대한민국의 집값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먼저 서울 강남권을 주목해야 한다. 강남권에서 불이 붙기 시작해서 바로 꺼지면 그만이지만 대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강남권의 오름세가 지속되면 시간차를 두고 그 여파가 강북, 수도권으로 옮겨 붙고 더 길어지면 지방으로 점점 퍼져 나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미 달구어질 대로 달구어진 시장에다 앞으로는 공급마저 줄이겠다면 소비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줄이기 전에 미리 분양부터 받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관련, 주택 공급 축소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부추기는 정책으로 해석하는 건 부동산 업계에선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치를 따져보자. 대출규제를 강화하겠다면 건설회사들은 성공적인 분양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에서 분양을 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또 아무리 대출규제를 강화한다고 한들 은행권에서는 분양이 잘될 곳이라면 돈 빌려주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국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서울에서도 노른자위인 강남권을 겨냥하는 게 당연하다.

▲ 서울 중구 농협중앙본부점 창구에서 고객들이 개인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최근의 집값 상승도 강남구 개포주공 2단지 일반분양이 높은 경쟁률로 분양마감 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정부의 어설픈 대책 발표가 약발을 보이기는커녕 강남권이 더 주목받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거의 모든 평형이 8월에 비해 매매가가 현재 5000만원 이상 더 올라있다. 정부의 탁상행정이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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