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스포츠 세상

[이코노뉴스=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 프로 스포츠에서 홈구장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홈 팬들에게는 애정이 넘치는 장소이자, 지역의 명물이며,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스포츠 경기를 보기 위해 팬들은 팀의 스케줄에 따라 정기적으로 구장에 모인다. 현대사회에서 정기적으로 수만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이벤트는 흔하지 않다.

▲ 이현우 교수

수만명을 수용하는 스포츠 경기장은 구단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특히 경기장의 크기가 구단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오늘은 기초적인 경제학 이론에 입각해서 이 주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경기장이 클수록 구단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 많은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만큼 일차적인 수입원인 입장 수입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기초적인 수요와 공급이론을 적용해볼 때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객석의 잉여상태(surplus)가 생기면 프로 스포츠 입장 티켓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공급의 잉여가 생기면 관객수가 아무리 늘어도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총 매출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는 단위 탄력(unit elastic) 지점에 맞추어 경기장 크기를 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정기시즌과 포스트시즌, 또 강팀간의 경기와 약팀간의 경기의 차이에서 보듯이 수요는 상황에 따라 바뀐다.

그렇다면 수만명을 수용하는 초거대 건축물인 스포츠 경기장의 크기는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여기에서 스포츠에 적용되는 두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첫째는 경기장을 한 번 지으면 그 객석 수를 늘리거나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공급의 고정)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가격을 높일 수 있는 탄력적인 수요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가 7월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세이프코 필드에서 벌어진 2016 메이저리그(MLB)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 2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 2회초 2루타를 때려내고 있다.【시애틀=AP/뉴시스 자료사진】

경기장의 크기는 정확한 수요 조사에 입각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경기장이 크면 클수록 관리비만 늘어나고, 입장료는 줄어들기 때문에 정확한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직접관람의 희소성(scarcity)이 보장되는 범위에서 매출전략을 짜야 한다. 보다 철저하게 시장경제를 따르는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그 축적된 정보로 수요를 예측해왔다. 그에 따른 결론은 점차 작은 경기장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수렴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호황일 때를 제외하고는 여지없이 경기장들을 작게 짓고 있다.

신축 중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선 트러스트 파크(Sun Trust Park)도 현재 4만9,586명을 수용할 수 있는 터너 필드(Turner Field)보다 작은 4만1,500명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2021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기장도 현재 4만8,114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글로브 라이브 파크 인 알링턴(Globe Life Park in Arlington)보다 적은 4만2,000~4만4,000명 규모를 계획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있고 입장료가 비싼 뉴욕 양키스를 보더라도 2009년에 개장한 뉴 양키스타디움(New Yankee Stadium)은 4만9,642명을 수용하는 반면 기존 경기장은 한때 7만명을 수용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이처럼 경기장을 줄여서 희소성을 높인 이후에 매출 전략은 어떻게 될까? 객석의 차등화와 고급화 전략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 2009년 개장한 뉴 양키스타디움(New Yankee Stadium)/구글 이미지 캡처

거의 모든 구단들이 경쟁적으로 럭셔리 스카이 박스를 경기장 안에 증설하고 있다. 윤리적인 논란이 있지만, 더 좋은 객석일수록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

그리고 좌석 자체의 차별화에 함께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변적 가격 책정(dynamic pricing)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다. 수요에 따라서 똑같은 날짜의 경기에 같은 좌석의 값이 시시각각 변화하게 되었다. 희소성이 보장된 범위안에서 탄력적인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직접관람의 희소성이 보장되지 못하면, 여러가지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첫째로 경기장에 빈자리가 많을수록 경기장 분위기가 나빠지고 고객 경험의 질이 떨어진다.

둘째, 일차적인 좌석 점유율의 비중이 떨어지면 그 스포츠 경기 자체의 가치가 반감된다. 많은 잠재 관객들이 남들도 안가는 경기에 자기가 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

셋째, 지속가능 운영이 불가능하게 된다. 운영적자와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기장이 얼마나 많은가.

초거대 건축물인 스포츠 경기장은 천문학적인 관리비가 들어간다. 우리나라도 적자에 허덕이며 국민 세금으로 겨우 운영하는 경기장이 태반이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이후에 필요없는 경기장은 폭파해버리기도 했다.

미국은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증서를 받은 환경친화적인 경기장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경기장은 한 번 지으면 그 여파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지어져야 한다. 경제학적으로는 스포츠 자체의 희소성을 갖추면서 수요를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스포츠 경기장들은 객석이 텅텅 비어있다.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허전하게 만들며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미 프로축구리그인 MLS(Major League Soccer)는 많은 구단들이 미식축구리그(NFL)의 경기장을 사용한다. 이때 그 구단들은 수요가 더 많은 NFL 기준인 전체 객석을 개방하지 않고 다른 좌석들은 가리는 등 철저하게 좌석 수를 통제한다. 왜 그렇게 하는지 우리도 연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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