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정옥주 박약회 인성실천추진단 지도위원] 지난해 2월, 나는 35년간의 교직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퇴직 즈음 평생의 학습동지였던 J 교장 선생님의 추천으로 박약회 인성실천추진단 강사교육을 받게 되었다.

H.P.M.(Habituating and Practicing Model) 인성교육을 새롭게 접하면서 그동안 별로 유용하지도 않는 많은 지식을 전달하려고 애썼던 내 모습이 떠올라 무척 아쉬웠다.

▲ 장병들의 정서 함양과 인성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육군 65사단 적토마 부대의 풍물동아리가 신명나는 공연을 하고 있다./육군 65사단 제공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소통하며 밀도 있는 수업으로 충족감을 맛볼 수 있는 교사가 될까하는 게 화두였는데, 뒤늦게 H.P.M.인성교육으로 해결책을 찾게 되었던 것이다.

인생헌장을 통해 삶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삶의 원칙을 정하게 하고 스토리텔링 실습으로 습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실천적인 인성교육을 수업과 접목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A사단 군 장병 H.P.M. 인성교육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역지사지를 통한 배려하는 군인’과 ‘항상 행복’ 이 두 가지를 목표로 인성교육이 실시되었다.

처음 경험하는 군부대 강의여서 약간의 부담감과 함께 새로운 경험으로 설레기도 하였다. 대표병 중심의 워크숍 형식으로 진행되는 짧지 않는 4시간 교육을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용사들을 집중시키며 교육의 효과를 높일 것인가를 고심하였다.

동기를 부여하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하여 내용에 부합하는 동영상과 게임, 퀴즈 등 역동성 있게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부대의 교육 여건은 크게 좋지는 않았다. 용사들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실이 없는 부대는 교회나 식당을 이용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환경과 여건을 뛰어넘는 용사들을 향한 사랑과 열정이 교육에 참여한 모든 강사님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용사들 중에는 별 기대 없이 그동안 부대 안에서 실시되었던 많은 교육 중 하나일 거라고, 일과에 시달리지 않고 조금 쉴 수 있는 시간으로 생각해 참여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교육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변화되었다. 그들은 이 시간을 통하여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며 나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스토리텔링 인성교육을 통해 긍정의 에너지를 서로 나누고 활기차며 생동감 넘치는 병영

생활에 대한 기대를 발표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다.

A사단의 24개 예하부대 교육을 마치면서 지휘관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부대장 및 지휘관들이 어떤 마인드로 이 교육을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인성교육이 부대 내에 시스템으로 정착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H.P.M. 인성교육은 용사들에게만 필요한 교육으로 생각하고 지휘관들은 프로그램의 내용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용사들을 지휘 감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대표병을 중심으로 한 교육은 전역 및 역할 교체 등으로 인하여 수시로 교육 대상자가 바뀌기 때문에 교육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향후 군 인성교육은 이러한 점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올해 7월부터 강원도 홍천 근교에 있는 B사단 H.P.M. 인성교육에 또다시 참여하게 되었다. 부대가 멀긴 했지만 가족을 떠난 조국을 위해 젊음을 바치는 그들의 병영생활이 H.P.M. 인성교육을 통하여 조금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우리는 가야 했다.

교육이 시작되기 몇 달 전부터 함께할 강사님들과 프로그램 구성 및 자료 개발, 강의 시연 등 심도깊은 연구모임을 지속적으로 가졌다.

교육에 앞서 사령부의 관계자와 교육에 참여하는 부대의 대대장과 담당자에게 교육 전반에 대해 오리엔테이션도 진행했다.

A사단의 교육이 대표병에게 집중되었다면 B사단 교육은 최일선에서 용사들을 보살피고 있는 소대장과 부사관에게 집중하는 것으로 수정하였다.

이렇게 하는 의도는 우리의 교육지원이 끝나더라도 자생적으로 부대 내에서 스스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지도요원을 양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군 부대 H.P.M. 인성교육은 진행됐다.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 몇 대에 의지하여 교육을 하는 부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좋은 국어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인 한 용사는 “실현되지 않는 꿈은 잠을 자며 꾸는 꿈과 같다. 삶의 원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을 마치고 발표하는 그들의 소감은 새로운 어록으로 탄생한다. 놀라운 통찰이고 자신을 향한 다짐이며 열정을 담은 도전의 시간이다.

역지사지와 항상행복을 외치는 강사의 삶이 본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 삶의 모습이 고백이 되는 힘있는 강의를 하고 싶다. 이것이 현재 나의 가장 큰 과업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배려하는 행복한 나라, 도덕적으로 성숙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어느새 내 마음에 깊숙이 자리잡아 나의 사명으로 뿌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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