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조희제 편집국장] 20세기 초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비관론이 팽배하던 시절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A. Schumpeter)는 이른바 경기순환론에 반론을 제기했다.

젊은 시절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목격하면서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을 확신하게 되었다. 당시 인기를 모으던 공산주의의 이론과는 달리 자본주의가 초과이윤의 소멸에 따라 사라지는 게 아니라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이론이었다. 다름 아닌 기업가들의 기업가 정신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 ‘리더의 도전’ 피터 드러커 지음/뉴시스

경기 순환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기업가들이 경기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창조적 파괴를 하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경기순환의 고리에 빠지지 않고 발전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가 예로 든 창조적 파괴는 바로 신상품, 신기술, 신판로, 신공정, 그리고 새로운 관리 방식 등이다. 한마디로 ‘기업가’와 기업가 정신이 바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슘페터의 이론대로 자본주의는 경기 순환의 사이클 속에서 경기침체 국면을 주기적으로 맞지 하지만 극복해낸 역사를 갖고 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혁신과 기업가정신(1985)’이라는 저서에서 기업가 정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이라며 "기업가 정신만이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지적했다. 드러커는 기업가 정신과 혁신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는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창업보다는 기존 기업의 효율적 관리가 더 중요해지면서 기업가 정신이 많이 약해지는 현상을 보게 된다며 우려했다. 따라서 미래 성장을 위해선 혁신이 필수 불가결하다며 경영관리에서도 혁신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은 새로운 가치와 고객만족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적 의미의 기업가 정신이란 혁신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경제가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 의욕이 없으며 당연히 일자리 창출도 제 자리 걸음이다. 최근 들어서 한국경제가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알고 보면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기업가정신이 실종된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2015년 현재 한국의 기업가 정신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중하위권인 22위다.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가 120개국을 대상으로 태도(국민의 창의성 등), 제도(법·규제) 등을 기초로 기업가정신 수준을 평가한 결과다. 기업가정신뿐만 아니라 기업인 호감도가 가장 낮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자녀들의 직업선호도에서 1위가 공무원, 2위가 교사인 나라가 됐다. 세계최고 수준이었던 기업가정신은 바닥으로 급전직하한 것이다. OECD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생계형 창업은 가장 높은 편이지만 기회추구형, 즉 기업가적인 창업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 '정주영은 살아있다' 김문현 지음/뉴시스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은 정주영, 이병철, 김우중 회장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가들의 도전정신 즉, 기업가정신이 바탕이 됐다. 따라서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경제가 활력을 잃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경제가 활력을 잃고, 중국과 일본에 시장을 빼앗겨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도 환경 변화의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기업들의 기업가정신이 사라진 탓이다.

경제가 이제 저성장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만으론 기업가 정신의 결여를 설명하기 어렵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테슬라 등 미국에서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몇 년 만에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미국과 같은 고도 경제라고 해도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얼마든지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미국이 성장률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들의 분전에 힘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OECD의 ‘2014기업가정신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경제는 기업가정신에 의해 지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들이 기업가정신을 잃은 반면 이를 기업가정신을 가진 기업들이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결론으로 귀착된다. 얼마전 니케이비즈니스는 ‘한국재벌의 위기’라는 기획기사에서 ‘한국 대기업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부족한 도전정신과 오너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고도성장의 주역이었던 재벌들은 이제 2세를 넘어서 3, 4세 경영시대에 접어들면서 수성 단계에 이르러 안전위주의 경영에만 골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재벌들이 면세점을 비롯한 유통업에만 관심을 갖거나 신규 투자보다는 인수 및 합병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현상이 단적인 예다.

이들은 부족함이 없는 환경에서 성장한 탓에 헝그리 정신도 없고 모험정신도 갖고 있지 않다. 최근 재벌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 되었지만 기껏 하는 투자도 철저하게 위험회피형의 투자라는 점에서 기업가정신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아쉬울 게 없는 이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갖추라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결국 기존의 대기업에게는 기업가 정신을 기재할 수 없고 결국 한국경제가 활로를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엉뚱한 곳에서 기대를 걸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선 수성에만 급급하는 기존의 대기업과 재벌 3,4세보다는 기업가 정신을 갖춘 새로운 세대를 발굴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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