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소유 휘슬링락CC와 메르뱅 김치·와인 구매 혐의…물증없고 종결된 사안

[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황증거만으로 이호진 전 회장 등 태광그룹 총수일가 및 19개 법인을 ‘일감 몰아주기’로 고발조치한 것은 성과주의에 치우친 행정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김성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지난 17일 태광그룹 19개 계열사가 휘슬링락CC과 메르뱅으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구매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부과와 함께 고발조치했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24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7일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휘슬링락CC와 메르뱅으로부터 각각 김치와 와인을 대량 구매한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하고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경영기획실장 등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공정위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의 지휘 아래 각 계열사가 직원 복지 선물로 총수 일가 소유회사인 휘슬링락CC와 메르뱅의 제품을 구입토록 해 두 회사에 총 33억원의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러한 과정 뒤에 이호진 전 회장의 지시와 관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가 총수일가 소유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하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어떠한 물증도 없이 ‘정황증거’만으로 특정인을 무리하게 고발한 것은 "공정위의 만연한 '성과주의' 발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과에 급급해 정황 증거만을 나열하며 사건을 확대 해석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도 정황 증거만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발표를 맡은 김성삼 기업집단국장은 이 전 회장의 지시와 관여를 확정한 이유에 대해 "위에서 어떤 지시나 관여가 없었다고 하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황 증거로 그렇게(이 전 회장의 지시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안은 이미 2016년에 종결된 사안이며 지난 2016년과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지만 기업 망신주기로 끝났을 뿐 어떤 불법적인 요소 도 발견되지 않았다.

공정위의 배포자료에 따르면 2년반 동안 김치판매로 얻은 태광 총수일가의 수익은 25억5000만원으로 연간 10억원 규모다.

재계순위 40위, 자산규모 9조원이 넘는 태광그룹이 이 정도 이익을 총수그룹 일가에게 주려고 일감 몰아주기에 나섰다는 것은 일감몰아주가에 대한 사회적 반발을 감안할 때 다소 견강부회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오너가 직접 지시해 '푼돈'을 챙기려고 했다는 것은 너무 작위적인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광그룹은 2016년부터 20개월에 걸쳐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마무리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호진 전 회장은 1300억원의 개인지분을 무상증여하며 일감 몰아주기 일소라는 정부의 개혁요구에 적극 호응해왔다.

또한 총수일가는 일주세화학원 학교발전기금으로 15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김치를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김치는 임직원들에게 복리후생 차원으로 제공됐으며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해 세금혜택을 받은 것은 정당한 법 절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공정위의 조치는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실제 공정위는 무리한 조사와 일부 불명확한 기준의 과징금을 부과해 법적 소송까지 이어진 경우가 허다하며 패소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기간 공정위가 담합으로 판정한 사건 중 기업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최종 대법원까지 올라간 사건은 197건에 이른다. 이중 공정위가 패소한 사건은 일부 패소까지 포함해 87건이다.

패소율은 44%로 같은 기간 정부 기관의 행정소송 패소율 27.7%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전임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전체 공정위의 행정소송 패소율(최근 5년간 일부 패소까지 포함 23.6%)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공정위의 규제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각은 여전하다.

특히 조사에 있어 적법한 절차 준수와 ‘성과 올리기’ 식 과징금 부과를 지양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높다.

패소가 늘면서 과징금을 전액 기업에 환급해야 하고 환급과징금에 붙은 어마어마한 이자는 국민들이 세금으로 지불해야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