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정치생태계가 태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는 변화 혹은 전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이 시점에서 ‘변화의 패턴’에 대해 수없이 많은 모형을 제공하고 있는 전통고전 주역(周易)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판단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역 읽기에 필요한 몇 가지 배경지식을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 남경우 대기자

훌륭한 독서가 성공을 낳는다

또 주역 이야기이다. 거듭하며 읽을 만한 글이 있을까? 주역은 거듭 읽어볼 만한 글이다. 한 사람에게 지겹고 억지로 읽어야 할 글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빨려들어갈 수 있는 글이 있다면 행운이다.

독서가는 버릇처럼 책과 가까워진 사람이지만 책과 특별히 가깝게 지내야 할 직업군이 여럿 있다. 작가, 학자, 기자, 기획자, 이상사회를 지향하는 정치가, 책을 달고 사는데 익숙한 독서가 등이 그들이다. 이들이라 하여 책과 가깝게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통하여 많은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은 분명하다. 정치가와 독서를 말한다면 독서광이 훌륭한 정치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대한 정치가는 모두 훌륭한 독서가였다. 세종 율곡 안중근 김대중 등은 왕이자 학자이자 독립투사이자 정치가 이전에 훌륭한 독서가였다. 동양사회에서 최고의 독서가를 꼽는다면 단연 공자일 것이다. 정치가가 독서를 통하지 않는다면 인간사회의 다양한 군상을 어떻게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자신의 경험만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에 대한 일면적 인식의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조선시대에는 경연이라는 제도까지 만들었다. 경연(經筵)은 조선시대 왕과 고위관료들의 독서회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열렸다. 너무 지루하여 몸을 비비꼬았던 왕들이 있었던 반면 세종이나 정조처럼 스스로가 대학자가 되어 모임을 이끌었던 왕이 있었다.

얼마 전 박근헤 대통령이 울산시장을 방문했을 때 “고추가루를 보고 신기해 했다”고 하여 네티즌들이 어이없어 한 적이 있다. 삶의 경험도 적고 읽은 책도 없다면 최악이다.

▲ 경북대 방 인 교수가 역주한 정약용 선생의 '주역사전'이다. 다산에게 긴긴 유배생활을 달래는 방편이 주역읽기였다.

글을 많이 접하고 많이 지어내는 작가들 또한 책과 가까이 해야 할 직업군이다. 작가들은 책도 책이지만 우선은 경험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일부러 다양한 체험을 사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하여도 책은 언제나 다양한 삶의 체험이다.

일본의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소설가가 준비해야 할 자질 혹은 습관을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전후 세대의 작가로서 특별한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은 세대로 경험적 소재는 별로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읽어대는 자신의 습관으로 다양한 소설적 소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며 소설가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다독할 것을 권유했다. 정치가든 작가든 학자든 기자든 많은 글을 읽어야 하는 직군이다.

그렇다면 어떤 글을 읽어야 할까?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가 이화여대 언론정보전공 워크샵 특강에서 발표한 내용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강연 대상이 예비 언론인이었지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그는 독서의 방향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정보를 위한 독서를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신간을 읽고 세계적인 흐름을 파악할 것, 둘째 지식 증대를 위해 독서할 것, 마지막으로 가치 정립을 위해 독서할 것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가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독서가 반복될 때 책읽기가 완성된다고 했다. 그는 가치 정립을 위한 독서의 직접적인 예로 ‘문 사 철’을 들었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영웅’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그는 괴테, 헤겔, 칼 마르크스 등 자신의 영웅을 소개하면서 영웅 읽기는 좋은 글쓰기의 밑바탕이 된다고 덧붙였다. 영웅이라 한다면 괴테 헤겔 공자 주자 사마천 등 사람일수도 있고 그들이 쓴 ‘파우스트’ ‘정신현상학’ ‘논어집주’ ‘사기’일 수도 있다. 바로 이때 주역을 추천하고 싶다.

동양으로 말한다면 금강경 도덕경 중용 대학 논어 사기 등 수 많은 고전이 있으나 우선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이 우선이다. 너무 짧은 글이라면 내용이 적어 오래 읽기는 심심하다. 또 논지가 분명하지만 풍부하지 않다면 거듭 읽어가기가 지루할 수 있다. 온갖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고전이라면 더욱 좋겠다. 또 수 많은 천재들이 씨름한 글이라면 이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주역은 퇴계 율곡 다산 수운 등 시대의 거장들도 끝없이 인용하고 전범으로 삼았던 글이다. 주역을 당신의 ‘영웅’으로 상대해보지 않겠는가? 가을바람이 문턱을 넘나드는 계절이 되었다. 주역을 당신의 ‘영웅’으로 상대해보지 않겠는가?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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