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최은영 유수홀딩스(구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이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를 해소하기 위해 개인 재산 100억원을 출연키로 했다.

유수홀딩스는 12일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최 회장이 유수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 차입을 통해 수일 내 100억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당초 한진해운 지원에 대한 정치권 등의 요구에 '묵묵부답'의 자세를 보여온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최은영 회장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서별관회의 청문회(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최 회장은 한진해운을 맡아 경영하면서 부실경영으로 인해 회사를 현재의 위기상황으로 내몰았음에도 경영권을 놓을 당시 본사 사옥 등 알짜 재산은 고스란히 빼돌렸다는 '먹튀 논란'에 휘말려 왔다.

유수홀딩스에 따르면 최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데 대해 전임 경영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무겁게 느끼며 이해 당사자들이 힘을 모아 현 사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전 경영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며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기여 방법을 고심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최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부동산과 회사 지분 등을 감안해 350억~400억원 정도될 것"이라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06년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사망한 뒤 2007년부터 한진해운의 경영을 맡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 업황 침체로 고전을 겪으면서 지난 2014년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정치권에서는 최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동안 부채비율이 10배(155%→1445%) 가까이 상승한 점 등을 들어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놓으면서도 서울 여의도에 있는 본사 사옥과 싸이버로지텍, 유스에스엠 등 알짜 자회사 등을 챙겨 계속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수홀딩스는 지난 2014년 11월부터 올해 2분기까지 총 8분기 동안 한진해운으로부터만 120억원의 사옥 임대료를 받았다.

최 회장은 이런 유수홀딩스에서 지난해에만 총 11억2200만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올 상반기 급여도 5억6100만원으로 공시됐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싸이버로지텍과 선박관리업을 하는 유수에스엠의 경우도 한진해운에 대한 의존도가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유수에스엠 법인 명의를 통해 수십억원대 요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유수홀딩스에 따르면 100% 자회사 유수에스엠은 이탈리아 페레티780이라는 고가의 요트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요트는 신제품 기준 1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4월 한진해운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사흘 전 본인과 두 자녀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97만주를 전량 매각해 10억원의 손실을 피했다. 당시 최 회장은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받기도 했다.

최 회장이 사재출연을 결심케 된 가장 큰 이유는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 자신 가족 소유의 재산 규모가 상당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점 등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청문회가 열린 지난 9일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한진과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4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법정관리로 인해 한진해운과의 연결고리가 사실상 끊긴 조 회장조차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책임론의 중심에 선 최 회장이 큰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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