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조희제 기자]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나라가 어수선한데 책임지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한진해운 보유 선박 145척 가운데 비정상 운항 중인 선박은 85척에 달한다. 어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담하다.

▲ 한진해운살리기 부산시민비상대책위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뉴시스

수출 기업들의 물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피해금액이 7000만 달러에 육박하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한진해운에 장기저리자금 ‘1000억원+α’를 지원키로 하는 등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에서도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산다는 말이 통할 정도로 부실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전(前) 오너는 막대한 재산을 불리며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최 회장은 지난 2006년 남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지병으로 사망한 후 2007년부터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을 맡았다.

그는 회사 경영의 전권을 행사하다 영업손실이 급증하는 등 경영이 악화하자 2014년 남편의 친형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에게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고 물러났다.

그러나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에 따른 물류대란이 국제 문제화되고 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는 대주주인 한진그룹을 압박했고 조양호 회장은 개인재산 400억원을 포함해 1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그런데 정작 한진해운의 부실에 큰 책임이 있는 최은영 전 회장은 현재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유수홀딩스가 소유하고 있는 한진해운 사옥 임대료로 연간 140억원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일고 있다.

최 회장이 한진해운의 경영을 맡았던 2011∼2013년은 3년 연속 영업적자였고 한 때 150%대로 떨어졌던 부채비율은 2013년 1400%대로 높아졌다.

이런 회사를 떠안은 한진그룹은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정상화를 시도했으나 해운 시황 악화로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한진해운이 몰락한 데는 지금의 대주주인 조 회장 책임도 있지만, 회사를 엉망으로 만든 최 회장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최 회장은 특히 한진해운 경영권은 넘겼지만 한진해운 사옥을 소유한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현 유수홀딩스)와 함께 싸이버로지텍, 유수에스엠 등 알짜계열사를 챙겼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2년 전 한진해운 지분과 경영권 일체를 조양호 회장에게 양도한 만큼 지금에 와서 법적인 부실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을 넘길 당시 일부 계열사를 갖고 나가는 과정에서 탈ㆍ불법은 없었는지, 회사 재산을 빼돌리지는 않았는지 등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지분이 없으면 책임도 없는 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다. 그러나 최 회장이 한진해운에 남긴 상처와 후유증은 너무 크다. 최 회장의 모럴 해저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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