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조희제 편집국장] 대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10대 대기업의 상반기 사내 유보금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렇다 할 고용효과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22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6회계연도 개별 반기 보고서상 10대 그룹 상장사의 사내 유보금은 6월 말 기준 550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546조4000억원보다 3조6000억원이 늘어나 0.6% 가량 증가했다.

▲ 지난해 4월 9일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 앞에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회원들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고용 감축' 관련 발표에 항의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사내 유보금은 기업의 이익 가운데 배당 등을 하고 남은 이익잉여금과 자본거래를 통해 생긴 자본잉여금을 합친 개념이다. 기업은 사내 유보금을 투자 자산으로 활용하는 등 기업의 경영활동에 사용한다.

10대 그룹 가운데 올 상반기 사내 유보금이 감소한 삼성과 한진을 제외한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8개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증가했다.

이처럼 사내 유보금과 현금성 자산이 쌓이는데 투자와 고용은 시원치 않다.

기업들은 사내 유보금이 곳간에 쟁여놓은 현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제 사내 유보금에는 현금뿐 아니라 시설, 토지 등에 재투자된 것도 포함된다. 이처럼 사내 유보금은 현금과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사내 유보금 증가와 투자 부진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이 보유한 현금 등 시중 통화량은 600조원을 넘어섰다.

6월 말 현재 시중통화량(M2) 잔액 2337조3880억원 가운데 기업이 보유한 금액은 614조7399억원에 달한다. 기업이 보유한 M2는 지난 3월 말 처음 600조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M2 증가는 초저금리 시대에 기업으로 들어간 돈이 투자로 연결되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 실적은 저조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들의 투자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난 1분기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대비 4.5% 줄었으며 2분기 설비투자 역시 2.6% 감소했다. 올해 1∼6월 누계로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한 셈이다.

반면 경기침체 속에서도 올 상반기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과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58곳 중 80개 기업이 2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수익 창출과는 달리 기업의 투자와 고용, 임금상승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업이익이 경기 활성화로 이전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5대 그룹의 자산, 매출, 순이익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고용 비중은 제자리 걸음이다. 5대 그룹의 자산 규모는 작년 927조9000억원으로 3년 전보다 124조6000억원(15.5%) 증가했지만, 종업원 수는 5.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이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간접 고용 근로자 비율이 높아 고용 안정에 역행하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도 4년여 만에 감소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이 30만명대에서 20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청년 실업률은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매달 동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10% 내외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 부진, 가계부채 증가,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대기업이 투자, 고용의 부담을 나눠 지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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