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응백의 국악가사 이야기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 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창부타령’은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 발달한 대표적인 경기민요이다. 원래 무가(巫歌)의 일종으로 ‘노랫가락’과 마찬가지로 20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속화된 민요이다.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근대적 인쇄술의 발달과 대중적 수요에 맞추어서 여러 노래가사책이 발간되기 시작했다.

현전하는 최초의 상업적 노래가사책은 1914년 평양에서 발간된 ‘신구잡가’이며, 이를 필두로 1930년대 초반까지 약 20여권이 노래가사책이 발간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 노래가사집에서 ‘창부타령’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한편 국악 고음반 자료를 찾아보면 약 40여곡 정도의 ‘창부타령’이 남아있는데 이를 부른 명창들은 박부용, 손금홍, 김난홍, 김옥엽, 이영산홍, 산해중월 등 주로 경서도 명창들이었고, 이들이 ‘창부타령’을 녹음한 시기는 대개 1930년대 중후반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유추해보면 ‘창부타령’은 1930년대 들어 대중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고, 이를 부른 이들은 경서도 명창들이었음이 확인된다. 즉 1930년대 이후 대중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한 노래가 바로 ‘창부타령’이었던 것이다.

1958년에 간행된 마지막 민요 노래가사책인 ‘대증보무쌍유행신구잡가’에는 ‘신제창부타령’과 ‘창부타령’의 가사가 따로 실려 있고, 이창배의 ‘가요집성’에도 41편의 ‘창부타령’ 가사가 소개된다. 특히 이창배는 ‘한국가창대계’에서 “전에는 굿판에서나 하던 노래지만 지금은 어떤 놀이나 연희의 술좌석에 없지 못할 노래”라고 하고 있어 ‘창부타령’의 유행을 말하고 있다.

현재 불려지는 ‘창부타령’의 가사는 100여곡 이상으로 20세기 중반 이후에도 계속 새로운 노래가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것이 바로 ‘창부타령’이 가지는 매력 중의 하나이다. 즉 가사가 고착된 것이 아니라 노래하는 사람이 자신의 심정이나 처지를 ‘창부타령’의 곡조에 맞게 새롭게 창작하면 되는 것이다.

▲ 이춘희 명창이 지난 2011년 2월 서울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제4회 대보름 명인전'리허설 무대에서 경기민요'창부타령' 등을 들려주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특히 아주 뛰어난 소리꾼이 스스로 만든 가사를 ‘창부타령’에 입히면, 그 소리는 새로운 전범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듣고 따라 부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창부타령’ 중에 다음과 같은 가사의 노래가 있다.

우연히 길을 갈 적에 이상한 새가 울음운다

무슨 새가 울랴마는 적벽화전에 비운이라

하야구구 진토를 보고 설리통곡 하면서도

사람의 인정치고야 차마 어찌 볼 수가 있느냐

일후에 남이 되고 보면 후회막급이 있음이로다

‘창부타령’의 전설이 되어버린 전태용이 남긴 소리인데, 이 소리의 가사를 보면 판소리 ‘적벽가’의 새타령 부분을 축약해서 가사를 만들고 ‘창부타령’의 곡조에 붙인 것을 단 번에 알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노래가 노래다우려면 가사의 뜻이 통해야 한다. 이 노래의 상황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패잔병을 이끌고 도망가다가 새소리를 듣고 죽은 군사들의 원혼을 생각하면 슬퍼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하야구구’이다. 하야구구가 무슨 뜻일까?

첫째 ‘하야귀귀’로 해석하여 한문구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 하야귀귀 진토(下也鬼鬼 塵土)로 해석하면 ‘땅 아래 귀신들이 진토가 되었다’로 새길 수 있으니 말은 된다.

둘째로 하야귀귀(何也歸歸)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어찌 돌아갈꼬’의 뜻이 되는 것이다.

셋째는 새소리의 의성어로 듣는 방법이다. 이 경우 이 노래 자체가 ‘새타령’에서 왔으니 어떤 새의 울음을 의인화한 의성어로 볼 수 있다. 즉 슬프게 우는 새의 울음소리를 형상화 한 것이다. 이 세 가지 해석 중 어느 것이 전태용이 의도에 부합하는 것일까?

아마도 마지막 해석, 새소리의 의성어로 새기는 것이 가장 타당한 해석일 것이다. 전태용이 어려운 한문투를 일부러 골라 사용했을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며 결정적으로 전태용의 딸인 전숙희가 부른 같은 ‘창부타령’ 중에 “무슨 새가 울랴마는 적벽화전에 부엉이라/하야구구 진토를 보고 설리통곡 하면서도”라는 가사가 있기 때문이다.

즉 부엉이 울음소리를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부엉이’가 ‘비운’으로 바뀌는 바람에 이런 이상한 한자 해석이 도출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태용 ‘창부타령’ 중에 ‘하야구구’는 부엉이 울음소리의 의성어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한편으로 이렇게 다양하게 확대 재생산되는 노래가 바로 ‘창부타령’이며, 이는 ‘창부타령’의 매력이기도 하다.

 

※ 하응백 서도소리 진흥회 이사장은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에 당선돼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옥봉의 몽혼’(2009)등 20여 권의 편저서가 있으며 ‘창악집성’(2011)이라는 국악사설을 총망라한 국악사설 해설집을 펴내기도 했다. 2002년 ‘휴먼앤북스’라는 출판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하 이사장은 경희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를 취득했으며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국민대학교 문창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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