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 남경우 대기자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정치생태계가 태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는 변화 혹은 전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이 시점에서 ‘변화의 패턴’에 대해 수없이 많은 모형을 제공하고 있는 전통고전 주역(周易)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판단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역 읽기에 필요한 몇 가지 배경지식을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주역을 심각하게만 읽으랴

주역은 사서삼경 중 하나다. 가볍게 읽기에는 그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재미를 붙이기에도 쉽지 않다. 재미를 붙이려면 시간이 흘러야 하고 주역의 문법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야 한다.

괘상 괘사 괘덕 효사 점단 중정 응비 상효 하효 배합괘 도전괘 지괘 변효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면 주역의 문법을 이해한다고 할 수 있다. 자기 수양의 한 방편으로 주역을 읽더라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주역 문법을 이해하면서 얇든 두껍든 주역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보시라. 그렇다고 이해도 되지도 않으면서 참을성으로 끝까지 읽는 것은 미련한 짖이다. 끝까지 읽는다는 것은 주역 문법을 이해한다는 전제하에서다.

고등학교 때 경험이다. 많은 학생들이 고등수학의 경우 집합 수열 순열 등 앞 부분에 배치되어 있는 장은 비교적 익숙하다. 하지만 미적분 확률 통계 등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여 소홀히 하게 된다. 끝내는 수학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다.

주역 또한 대체로 마찬가지다. 한국인이라면 언젠가 주역을 읽어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러한 기회를 갖게 되는 독자들은 많지 않다. 주역을 읽어볼 기회를 갖는 것조차 하나의 복이다.

시시 때때로 점을 쳐 보아라.

주역에 가까워지는 길은 늘 주역을 펴보게 되는 환경을 갖는 것이다. 그것이 점치는 일이다. 지난 호도 썼지만 점치는 도구로는 팔면체주사위 두 개와 육면체 주사위 한 개로 괘를 뽑고 변효를 정하는 방식이 가장 간편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괘를 뽑은 후 주역 책에서 해당 괘사와 효사를 읽으며 고민하는 주제를 생각함으로써 주역에 점점 다가가게 된다. 또는 점괘를 뽑지 않더라도 첫번째 중천건 괘부터 마지막 화수미제 괘 까지 읽어가는 동안 인간사의 다양한 주제를 만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주역과 인간의 세계로 더욱 다가간다.

▲ 정약용 선생의 주역해설서, 주역사전

시간이 지날수록 주역의 원 텍스트는 물론이고 주역해설서도 한문으로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정자와 주자의 해설이 동시에 편집된 주역전의(周易傳義)라면 주역경전과 그 풀이를 맛나게 할 수 있다. 주역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는 단계가 되면 여러모로 유익하다. 우선 읽을 글이 있어서 좋다. 필자는 주역을 읽기 시작한 후 늘 읽을 글이 떨어지거나 심심할 때 다시 주역으로 되돌아 간다. 아무리 훌륭한 글도 반복해서 읽을 수 읽을 수 있는 글은 많지 않다. 대개는 한 번 읽으면 그만이다.

주역은 읽는 게 힘들어 구석에 쳐 박아 놓았다가도 다시 집으면 읽어진다. 언제 보아도 새로운 내용이 있다. 고민할 일이 생길 때 의지할 곳이 있어서 좋다. 즉 책이 벗인 셈이다. 옛사람들은 책을 통하여 그 작가를 벗으로 삼았는데 이를 상우(尙友)라고 한다. 내 주위에는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을 상우로 삼기도 하고, 당나라 때의 시인(詩人)들를 상우로 삼은 이도 있다.

지인 중 주역을 상우로 삼아 음미하는 사람이 여럿이다. 그 중 군포에 사는 박 아무개 는 한가한 날 집에서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안을 주역에 대입하여 풀어 본다. 이러려면 어쩔 수 없이 주위가 조용해야 하고 마음을 가라 앉혀야 한다. 한 사람에게 관련된 일이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집안의 문제가 있고 집 밖의 문제가 있다.

집 안 밖의 문제는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문제는 어떻고?

이렇게 하면서 무거운 일부터 가벼운 일까지 늘 점검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부딪힌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 또 한 사람의 지인은 새로운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명퇴 후 50대 들의 일상은 대부분 편안한 가운데도 내재적 불안이 있다. 이 분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주역을 읽으면 불안한 일상을 다스리는데 묘한 힘이 있다고 했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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