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조선의 선비정신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조선시대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선비 정신이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측면도 있으며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긍정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선비정신의 부정적인 면 중에는 조선조 선비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던 모순도 있겠고 선비의 탈을 썼던 속유(俗儒) 부유(腐儒)들의 부정한 행위가 마치 선비의 일반적 행위처럼 잘못 투영된 측면도 있다.

▲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뉴시스 자료사진

그러므로 오늘날의 안목으로 누가 보아도 옳다고 할 수 있는 조선시대 선비정신의 긍정적인 면과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부정적인 면으로 구분해 보자. 그러고 나서 옳은 것은 이어 받아 적극 활용하고 옳지 못한 것은 버리면 될 것이다.

먼저, 오늘날 본받아야 할 선비가 남긴 긍정적인 면을 정리해 보자.

첫째, 올바른 마음과 몸가짐이다. 의롭지 못한 부귀는 탐내지 않고 불의에는 목숨을 걸고 항거하였다. 예의 못지않게 염치를 소중히 여기고 청렴을 숭상하였다.

둘째, 공론을 주도한 선비의 기개이다. 벼슬에 나아가거나 물러나 초야에 있거나 옳고 그름을 분명히 밝히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셋째, 고결한 인격자가 되려고 일생 동안 학문을 익히고 세상을 위해 실천하는 것이다. 치열하게 공부한 다음 배운 것을 세상을 위해 이롭게 하려 했다. 그래서 벼슬도 감당할 수 있을 때 나아가고 감당할 수 없거나 뜻을 관철할 수 없으면 물러나는 것이 당연했다.

넷째, 국가가 어려울 때를 만나면 목숨을 걸고 나가 싸우는 용기이다. 임진왜란 때나 구한말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나 의병을 일으킨 지도급 인사는 거의 명망 있는 선비였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첫째, 신분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수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유교의 치자, 피치자 구분의 영향으로 양인과 천인, 적서의 신분 차별을 분명히 하였다.

둘째, 학문만을 중히 하고 무를 낮추어 보아 국력이 약화되어 간 것이다.

셋째, 농·공·상을 천시하여 산업 능력을 저하시킨 점이다.

넷째, 지나친 복고주의로 진취성을 결하게 된 점 등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당시의 시대적 한계성을 감안하더라도 오늘날 결코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것이 속유 부유 등의 비리 비행과 함께 조선시대 선비를 혹평하는 논거가 되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선비 문화로 인해 조선 왕조는 제국주의 열강에 비해 경제력과 군사력의 약세를 면치 못하게 되었고 끝내는 일제의 침탈로 국권을 잃게 되었던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뼈저리게 아픈 역사는 도리어 우리에게 반성과 분발을 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 신분 차별 없는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이어졌고, 국방 강화 노력은 세계 10위의 군사력 보유 국가로, 산업화를 통한 경제 개발 노력은 GDP 세계 13위 국가로 만들었다.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은 진취적이며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처럼 부정적인 측면은 이미 무너졌거나 지나간 과거에 불과한 것이 되어 모두 역사 속에 묻혀 버렸고, 지금에 와서 되살릴 수도 없다. 이제 우리는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반드시 지켜야 할 긍정적인 선비 정신을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일만 남았다.

사회 전반에 걸쳐 선비정신을 계승·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국가가 해야 할 몫이 가장 넓고 영향력도 가장 크다. 국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뜻을 모아나가야 한다.

그러나 큰일일수록 시간이 걸리고 복잡한 변수가 많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우리들은 지도층 인사요, 지식인이다. 오늘날 선비다. 그 옛날 선비는 가장 먼저 자기를 닦고 솔선수범을 하면서 주위를 교화시켜 나갔다. 우리도 같은 길을 가면된다. 적수성천(滴水成川)이라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나부터 주변의 가까운 데서부터 찾아야 한다고 본다.

먼저 수신(修身)하는 것이다. 책도 읽고 관련 모임에도 적극 참여하자. 배울 수도 있고 가르쳐 줄 수도 있다.

이를 테면 도산서원 선비문화 수련원에서 선비 체험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자기가 하는 일에 더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되고 가족이나 주위로부터 점차 동조와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은 제가(齊家)이다. 바람직한 인간의 도리와 인간관계에 관해서 가족과 더 많이 대화한다. 자녀들의 지식교육에 앞서 인성교육도 맡아 해준다. 종친회와 향우회 등에 아들 손자도 데려 가서 전통과 뿌리 의식을 심어준다.

같은 맥락에서 친지, 이웃과도 넓혀 나간다. 학생들에게도 가르친다. 문화 사업에도 인격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확대해 간다. 그러는 사이 우리 주변으로부터 선비정신이 되살아나서 점차 사회로 확산되어 갈 것이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들으려면 스스로 좋고 주위에서도 가치를 인정하고 칭송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오늘날 시대가 간절하게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빛나는 정신유산인 선비정신을 잘 다듬어 오늘날의 정신좌표로 정립시켜 나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선비정신이 지닌 부정적 유산은 극복하고 긍정적 유산은 발전시켜 ‘정신적 선진화’ 좌표 삼아야 나부터 인성교육에 관심 갖고 자녀 인성에도 신경 써서 선비정신을 사회전반으로 확산시키는데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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