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정치생태계가 태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는 변화 혹은 전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이 시점에서 ‘변화의 패턴’에 대해 수 없이 많은 모형을 제공하고 있는 전통고전 주역(周易)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판단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역 읽기에 필요한 몇 가지 배경지식을 소개할 예정이다./편집자 주
안철수 의원 새정치국민회의 탈당 시 주역괘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을 단독으로 탈당했다. 새정연과 핵심 지지자들은 분열이라고 안 의원을 비난했다.
당시 김승호의 ‘주역 인문학’을 읽고 있었다. ‘주역 인문학’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사태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적하는 주역 해설서다.
갑자기 안 의원의 탈당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고 싶어졌다. 호흡을 가다듬고 안 의원의 탈당과 당시 상황을 점검해 보았다.
우선 유권자인 정치 수요자들의 다양성과 양당 구조로 짜여진 협소한 공급 구조 사이의 모순에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새로운 활로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새누리당의 지도부는 은근히 안 의원의 행보를 즐겼다.
하지만 안 의원이 새누리당 지지자들 중 지도부에 불만을 느꼈왔던 자유주의적 합리주의자들의 출구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양성이었다. 이는 이런 상황과 가장 어울리는 괘로 59번 풍수환괘가 떠올랐다.
풍수환은 분열이기보다는 분산이다. 그리고 여러 경로를 거쳐 3번 수뢰둔괘로 이어진다. 정리한 글을 카톡방에 올려 놓았다.
괘풀이가 안캠프에 전달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글이 안 의원 캠프로 전달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필자의 주역풀이를 핵심 당직자들이 다 돌려보았다고 한다. 또 수뢰둔괘로부터 당색으로 초록색을 정하는데 많은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수뢰둔은 새싹의 이미지가 있다).
시간이 지나 총선 투표일을 2주 앞둔 3월 27일이었다. 중국 낙양에서 교환 교수로 계신 최 모 교수가 카톡방에 4.13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주역괘 풀이를 올렸다. 최 교수는 20여년 주역으로 수양을 하시는 분이다.
“지금 점을 쳤지요. 새누리당 택뢰수 4효, 더불어민주당 수풍정 상효. 국민의당 지택림 5효. 국민의 당이 의외의 선전을 할지도. 더민주 평작, 새누리 조금 못미침” 이라고. 당시 대부분의 언론 및 정치평론가들과는 아주 다른 전망이었다.
당시 이 분의 주역괘 풀이를 신뢰하였지만 당시 많은 평론들과는 다른 내용이어서 어정쩡한 상태로 받아 들일 뿐이었다. 4.13총선 결과를 보면서 그 분의 풀이가 맞았음을 확인했다. 주역괘의 신묘한 통찰에 놀랄 따름이었다.
아래 글은 안철수 의원 탈당 직후인 2015년 12월 15일 작성하여 카톡방에 올렸던 글이다.
안 캠프에 전달된 당시의 카톡방 글
안철수 의원의 새정연 탈당으로 향후 정치정세는 불투명성과 혼돈이 가중되고 있다. 오늘 자 한겨레 신문에 난 여론조사결과는 새정연 지지자의 59%가 “안철수 탈당은 잘못”이며, 새누리 지지자의 62%는 "잘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또 안철수 의원이 주도할 신당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79.3%가 ”잘한 결정“이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여론조사결과는 어떤 심정을 반영한 것일까?
우선 새정연 지지자의 부정적 응답은 새정연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더욱 왜소해 질 수 밖에 없는 새정연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는 심정의 반영일 것이다.
게다가 한국 정치 지형을 새누리 대 새정연의 양분구조로 보는 것에 익숙한 전통적인 새정연 지지자들의 불안감, 혼돈의 반영이다. 새누리 지지자들의 다소 긍정적 응답은 새누리를 지지하지만 뭔가 한국정치의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하는 새누리 내의 개혁적, 자유주의적 정치성향 유권자들의 기대가 우회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안 의원 탈당이 갖는 의미를 주역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았다.
필자는 안 의원 탈당을 본 순간 풍수환(風水渙)괘가 떠올랐다. 풍수환 괘는 흩어짐이며, 분산이다. 풍수환괘는 괘는 수뢰둔 - 뇌화풍 - 화풍정으로 이어진다. 안 의원의 탈당은 새정연 지지자들에게는 분열이지만 한국 정치의 미래라는 좀 더 확장된 시각으로 본다면 분산이며 산개(散開)다. 분열은 상처일 뿐이지만 분산과 산개라면 이것은 새로운 정치 구조를 만들어 내는 자양분일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인정하듯이 한국 정치는 유권자들의 다양한 가치가 적절하고 공정하게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다. 지역적으로는 대구와 광주의 지역적 이해가 지나치게 과잉 대표되고 있다. 세력으로는 수구와 낡은 진보의 이해가 과잉대표 되고 있다.
이러한 양분 구조는 당내 정치, 공천 정치에 몰입할 수 밖에 없고 유권자를 단순한 거수기로 만드는 후진적 정치 구조의 토대다.
그렇다면 풍수환괘가 말하는 분산 흩어짐 산개는 무슨 의미일까? 흩어짐을 통해서 야권은 각 각의 세력이 독자적으로는 왜소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흩어짐으로써 올바른 정치란 무엇인가 우리 사회의 정치적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안 의원의 향후 행보가 이런 의문을 여와 야는 물론 국민전체에게 던진다면, 안의원의 탈당은 거대한 한국 정치 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다시 주역의 괘 전개로 넘어가 보자.
풍수환-수뢰둔-뇌화풍-화풍정으로 이어지는 4순환에서 풍수환은 겨울에 해당한다. 모든 것이 흩어지는 것이다. 이 흩어짐은 새로운 싹이 솟아나는 수뢰둔(水雷屯)으로 이어진다. 모든 것이 흩어진 연후에 새로운 싹이 솟아난다. 안 의원도 이제 하나의 싹일 뿐이다.
물론 문재인도 안희정도, 김부겸도, 김문수도, 원희룡도, 남경필도, 유승민도 모두 하나의 싹이다. 이 싻들이 제대로 역할을 한다면 그것은 뇌화풍(雷火豊)으로 이어진다. 벼락이 치고 불이 번쩍이고 매우 강렬하지만 다채로운 풍부함이다. 수뢰둔에 이르면 싹이 나온다. 싹이 나오기 전에 간위산(艮爲山) 과 뇌지예(雷地豫)를 거쳐야 한다. 첩첩산중을 거쳐야 하며 뇌성벽력을 안아내야 한다.
우선 다음 총선까지 이 국면이 지속될 지, 그저 간위산에 머무를지 알 수 없다. 한국민 대다수가 비교적 만족해하는 비교적 공정하고 활력 있는 정치 구조와 한국 사회는 모든 정치인 모든 국민의 공동의 몫이다.
안의원의 새정연 탈당은 현재로는 야권 내의 분산이다. 하지만 이 파장은 새누리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도 가치가 다르면서 동상이몽하며 작은 이해관계로 모여 있는 낡은 정당임은 새정연과 다를 바 없으니까.
여기에 하나의 상수가 있다.
박대통령의 몰아치기 정치, 친박 중심의 독식 정치가 먹혀 총선에서 새누리가 200석이상을 획득한다는 가설이다. 일본형의 거대 1당, 다수 왜소당 구조가 정착되는냐의 문제다. 이 점은 양국의 정치지형과 정치문화, 소득수준, 불평등수준, 역사 등을 고려해 볼 때 그리 쉽지 않은 과도한 욕망이다.
지금 현재 작년 말부터 총선까지 정치 역정을 복기해 보았다. 다수의 전문 정치평론가들이 총선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인간의 한계인가?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