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청호칼럼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지난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60세 이상 500여명의 어르신들이 탁구를 변형하여 만든 라지볼 경기에 비지땀을 흘렸다.

제1회 KBS강태원복지재단배 전국라지볼탁구대회에 참가한 각 지역 대표들이다. 라지볼은 좀 생소하지만 골프의 변형인 게이트볼과 함께 시니어 스포츠로 많이 애용되는 종목이다. 라지볼 연맹은 전국 동호인들이 30만명이나 되는 시니어 스포츠의 대표 종목이다.

▲ 남영진 논설고문

라지볼은 탁구보다 크고 노란색 공을 사용해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 탁구용 공 40㎜보다 10% 더 큰 직경이 44㎜, 무게 2.2g이다.

라지볼 탁구는 표면에 핌플러버를 부착한 라켓을 사용하고 네트도 기존보다 2cm 높은 17.25cm짜리를 이용한다.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들이 공을 쉽게 분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 순발력이 떨어진 이들이 작은 공보다는 큰 공을 받아치기가 쉬워 일반에 널리 보급됐다.

일본 탁구 협회가 87년 보급용으로 개발했으며 우리나라에는 2005년께 도입됐다.

지금은 일본과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동초 전 연맹 회장을 비롯한 동호인들의 노력 덕분에 생활체육 대회에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2005년부터 일부에서 간간이 전국대회를 열다 전국라지볼연맹이 결성된 뒤인 2012년 충주KBS가 전국대회를 주최했으나 계속되지는 못했다.

이날 전국라지볼연맹 김영일 회장은 대회사에서 “100세 시대에 걸맞은 라지볼 전국대회를 이어준 KBS강태원재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16년간 라지볼 보급을 위해 애써온 홍일점 부회장인 이민순 부회장이 칠순 잔치비용을 쾌척해 주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강태원재단 이세중 이사장을 대신해 김영철 사무국장은 “강태원재단이 노인복지에 많은 관심을 가져 KBS충주방송국장 때부터 함께해온 라지볼 전국대회를 다시 이을 수 있게 돼 기쁘다”는 감회를 밝혔다.

▲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KBS강태원복지재단배 전국라지볼탁구대회에서 어르신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KBS강태원복지재단 제공

라지볼은 내륙인 충청북도와 충주시가 열심이다. 충주시는 2007년 제15회 전국탁구연합회장기대회(약 1,000명 참가)를 비롯하여 충청북도 연합회장기 등 많은 대회를 개최했다.

또한 2008년 충청북도 연합회장기대회에서 여자부 단체 우승(1부), 전국탁구연합회장기대회 라지볼 여자부 준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에는 한마음탁구대회를 분기별로 개최하여 대회 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을 도와 소외 계층을 위한 봉사 활동에도 힘썼다. 여기에 주역이 이민순 부회장이다.

시니어스포츠, 좀 생소하긴 하지만 실버스포츠와 함께 귀에 익을 법도 하다.

새벽에 앞산에서 많이 보는 동네 아줌마들의 배드민턴 군단이나 지방 면 단위까지 강변에 멋진 집을 지어 노인체육관과 함께 운영되는 게이트볼, 그리고 70년대 테니스붐이 일기 전까지는 말랑말랑한 정구공으로 많이 치던 연식정구, 이 종목들이 시니어 스포츠다.

이런 종목들은 고령화 사회로 일찍 접어든 일본에서 주로 개발됐다. 60세가 넘어 일찍 은퇴하고 연금받아 사는 어르신들이 동네에서 친구들과 함께 많이 즐기던 운동들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일찍 발달된 일본에서는 지자체가 표를 얻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위한 시설을 지어주고 시합이나 대회를 많이 후원하는 까닭에 많이 발달됐다.

이 부분에서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우리 사회도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이후 젊은 퇴직자들이 양산되면서 등산, 걷기, 마라톤까지 시니어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실버산업이 따랐다. 등산붐에 힘입어 등산화 배낭, 텐트 등 레저용품들이 개발되더니 급기야 패션쪽에서 국산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이 산업 추세에 맞춰 상명여대, 서울여대 등 대학에 유아, 시니어 스포츠전공학과가 개설되었고 일각에서는 올림픽에 이어 치르는 장애인올림픽 다음에는 시니어 올림픽이 성사될 거라는 전망도 한다.

▲ 게이트볼 경기 모습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골프계에서는 60대 이상의 챔피언스대회를 개최해왔고 우리나라에서도 노동(老童)테니스대회나 유도, 검도 등에서도 각 스포츠의 노인부대회가 있어왔다.

특히 올해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엘리트스포츠와 생활사회체육의 통합을 위해 대한체육회와 사회체육단체의 통합까지 이루어 더욱 사회체육이 활성화되리라 보였다.

그러나 올림픽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아직 사회체육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시니어 스포츠는 잊혀지고 있다.

유엔인구유형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로 지칭한다.

우리나라도 현재 출산율 급감, 의학의 발달로 인한 평균수명이 늘어나 2년 후인 2018년에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10년 후인 2026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되리라 전망한다.

의료기술, 건강관리, 영양섭취, 공중위생에서의 진보는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 감소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오래 살며, 65세 이상인 사람들의 숫자가 급속히 늘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의 평균수명은 이제 약 80세 이상이며, 1900년 이후 수명이 약 25~30세 늘었다.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6~8세 더 오래 산다. 우리도 지하철 무료승차 나이를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탁구가 근력강화는 물론 시력 증진과 치매 방지에 좋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나아가 여성의 유방암과 남성들의 전립선암 발병을 줄여준다는 보고도 있다.

홍체유전체질의학회 회장인 대전 한의원의 박성일 원장은 “일본에서는 탁구가 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어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수조엔의 국민의료보험 수가를 낮추어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라지볼탁구를 비롯한 시니어 스포츠를 우리나라가 일본, 중국과 함께 친선 아시아게임, 친선 올림픽대회로 발전시키면 어떨까?

※ 남영진 상임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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