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퇴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퇴계선생 제17대 장래종손 이치억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가 공저자로 최근 ‘퇴계’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저자가 누구보다 퇴계선생의 삶의 족적을 잘 아는 종손인지라 책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책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편집자주

▲ 김기현·이치억 지음

김기현 전북대학교 교수와 이치억 장래종손이 공저한 <퇴계: 사람된 도리를 밝히는 삶을 살라>는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에서 기획한 ‘인생교과서’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인생교과서 시리즈는 아노미의 시대, 주체적 삶을 살았던 과거 현자들의 삶과 사상에서 답없이 끌려가는 삶이 아닌, 진정한 행복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지금까지 공자⋅석가⋅예수⋅퇴계⋅무함마드⋅칸트⋅니체⋅간디의 삶의 이야기가 출간되었고, 호메로스⋅플라톤⋅아우구스티누스⋅장자⋅미켈란젤로⋅베토벤⋅톨스토이 등 철학자뿐만 아니라, 위대한 예술가들까지 총 19인의 삶의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인생교과서는 우리 삶의 현실적인 문제를 위대한 현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거기에 대한 답을 현대의 학자들로부터 해석해서 듣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신을 믿어야 하는가”라는 보편적인 질문뿐만 아니라, “이웃이란 무엇인가” “소통은 어떻게 할것인가” “죄는 무엇이며, 용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삶의 구체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이 제시된다.

일반적으로 ‘퇴계’라고 하면 고지식한 유학자, 무미건조한 이기심성론의 철학자, 엄격한 도덕주의자라는 이미지가 있다.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그러나 그의 삶에 깊이 들어가 보면 그가 제시하는 경(敬)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유효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의 근원을 그는 칼날처럼 꿰뚫어 그 답을 우리에게 제시해 준다.

모든 고통과 고민의 근원은 크든 작든 ‘인(仁)’을 놓쳐 버린 데 있는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인을 회복하라!”고 말로써 가르치거나 주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퇴계는 평생의 삶을 통해 인을 실천하며 우리에게 그 길을 몸소 보여 준다.

바로 이것이 퇴계가 위대한 이유이며, 이 책은 그러한 퇴계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 퇴계선생이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은 네 가지 경구 친필. 왼쪽부터 사무사(思無邪), 무자기(毋自欺), 신기독(愼其獨). 무불경(毋不敬).

퇴계는 사람은 모두가 하늘과 같은 고귀한 존재라고 말한다. 생겨난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누구나 동일하게 하늘이 내려준 위대한 근본, 즉 인의예지의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이다.

이 우주에 비하면 먼지 정도도 되지 않는 자그마한 육체로 살아가지만, 나의 정체성은 거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은 그러한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위대한 존재로의 도약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다. 퇴계는 그것을 ‘소아(小我)’를 넘어선 ‘대아(大我)’라고 했다. ‘대아’로 살아가기 위해 인간은 배움을 필요로 한다.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이라는 주자의 말대로, 인간이 배우지 않으면 눈앞의 이익만을 좇고 이해득실에 일희일비하다가, 타고난 인간존재의 위대함을 실현하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할 것이다.

퇴계는 이를 매우 두려워하고 경계했다. 퇴계가 평생을 학문에 매진한 까닭이다.

퇴계에게 관직이나 명성, 타인의 존경은 뜬구름과 같은, 관심의 대상 밖이었다. 관직을 멀리했을 뿐만 아니라, 명예나 타인의 존경조차도 불편해했다.

퇴계는 무언가가 ‘되기’보다는 ‘되지 않기’를 추구했다. ‘판중추부사’이니 ‘공조판서’니 하는 사회적 이름이 아닌 ‘조수의 우두머리’, ‘초목과 더불어 썩어 가는 자연인’이기를 원했다.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남긴 것은 오직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학문, 성인이 되는 위기지학(爲己之學)뿐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다운 삶’을 통해서만 인간은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을 퇴계는 주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퇴계가 사회에 무관심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퇴계는 도가 실현되는 조화로운 세상을 간절히 원했다. ‘노인은 편안히 삶을 마치고, 젊은이는 마음껏 꿈을 품으며, 모든 사람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공자의 꿈은 그대로 퇴계의 꿈이기도 했다.

퇴계는 이러한 이상사회의 실현이 제도의 개혁이나 시스템의 변화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천자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수신을 근본으로 삼아’ 우주적 대아로 살아갈 때 세상은 저절로 밝아지는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 길은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람으로서 ‘사람’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도리를 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퇴계: 사람된 도리를 밝히는 삶을 살라>는 퇴계의 삶을 일일이 좇아가는 단순한 위인전이 아니며, 그의 철학을 어려운 언어로 늘여놓은 학술서적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삶의 마디에서 꼭 묻고 싶었던 29가지 질문을 던지면 퇴계가 거기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알기 쉽게 제시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삶의 의미와 진정한 행복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하여 퇴계의 답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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