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최성범 주필 겸 대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과 미국은 8일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드 배치를 협의 중인 한·미 공동실무단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안으로 배치 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최종 발표 이후 늦어도 내년 말까지 사드가 실제 배치될 전망이다.

▲ 12일 오후 경북 성주군청 인근 도로에 성주 사드배치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뉴시스

이를 두고 나라 안팎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직접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방어 수요를 훨씬 초월하는 것으로,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한반도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전과 전략적 이익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며 “중국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도 사드 기지를 사정권 안에 두는 미사일을 극동에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반발이 실질적 보복 조치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9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도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한·미는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미동맹의 군사력과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자 방어적 조치로 결정하게 됐다”는 사드 배치 명분이 오히려 안보 불안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사드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분간 사드를 둘러싸고 양국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지만 한·중 간 항구적 관계 손상은 없는 만큼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중국이 보인 강경 태도나 외교 방식을 감안하면 중국의 위협은 단순히 빈말의 협박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8일 하루에만 화장품과 카지노 등 중국 소비 관련주에서 최소 3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진 점은 이같은 불안이 반영된 셈이다.

국내에서도 찬반 양론이 갈리고 있다. 특히 사드 부지로 거론되는 지역민들의 집단행동이 갈수록 격화될 조짐이다. 실제 충북 음성을 비롯해 사드배치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에서는 이날도 수천 명이 참석한 반대 결의대회를 개최하거나 반대 회견을 하는 등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국민투표로 사드배치를 문제를 결론지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사드배치 문제는 국익과 국가안보 차원에서 결정되고 추진돼야 한다. 눈앞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지나친 정쟁으로 흐르거나 맹목적인 지역이기주의가 '안보 님비' 현상을 부채질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군사적 효용성만을 위해 사드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국제정치에서 사드는 핵강대국들 간 힘의 균형을 깰 수 있는 전략자산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사드배치 공식발표 전에 주변국과의 전략적 소통,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한 설명과 설득 노력이 충분했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하고 중요한 결정이었다면 좀 더 세밀한 관리와 준비가 필요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사드의 효용성, 부지 선정 등을 둘러싼 내부 논란과 분열 등 갈등을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안보와 북한 도발에 관련된 사항에서는 우리가 하나로 단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지만, 이는 일방적 주문에 가깝다.

박 대통령은 미리 야당과 소통해야 마땅했다. 지금이라도 영수회담을 열어 사드 배치 결정 이후의 대내외 후폭풍을 최소화할 지혜를 나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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