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조희제 기자] 영남권(동남권) 신공항 계획이 또 무산됐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연구 결과,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장 마리 슈발리에가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통교토부 브리핑룸에서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용역결과를 설명하고 있다./뉴시스

신공항 건설을 위한 입지 평가결과에서 경남 밀양이나 가덕도 같은 새로운 입지 대신 기존 김해공항의 확장을 선택한 셈이다. 이는 사실상 신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국토부는 용역 결과, 기존 김해공항의 활주로, 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접근 교통망도 함께 개선하면 장래 영남권 항공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남권 전역에서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김해공항이 영남권 거점공항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주장이다.

영남권 신공항은 지난해 1월 19일 영남권 5개 지방자치단체 합의로 추진돼 왔다. 하지만 용역을 수행한 ADPi는 신공항 대신 현재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가장 좋다는 의견을 내놨다.

ADPi는 당초 '밀양'과 '부산 가덕도' 외에 영남권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35개 후보지를 선정한 뒤 항공 수요와 지형, 도시화 정도 등을 토대로 1차에서 25개 후보지를 꼽았다.

이어 1차 검증에서 장애물 지역 등을 제외하고 8개로 추려낸 뒤 소음 정도, 비용, 접근성을 기준으로 밀양 신공항, 가덕도 신공항, 김해공항 확장안 등 3개 후보지로 압축했다.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엔지니어는 "가덕도의 경우 자연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들며 건설 자체도 어렵다. 국토 남쪽 끝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지 않다"며 "밀양 역시 지형적인 문제 때문에 접근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남권 신공항 계획은 2005년 영남권 지자체들이 정부에 신공항 건설을 공식 건의한 이래 10년 이상 논란거리가 돼 왔다.

그러나 막대한 사업비와 첨예한 지역 간 이해의 상충으로 인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원점으로 회귀하기를 반복했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최악의 지역갈등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그 동안의 입지평가 과정에서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보여준 갈등과 정부의 무대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지역갈등이 격화하자 2011년 대국민 사과와 함께 백지화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인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또 다시 신공항 건설을 약속해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정치 공항’의 선례를 봐도 이번 백지화는 잘됐다. 경제적 타당성보다 정치논리를 앞세운 국책사업은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실제 2000년 전후로 지방에 들어선 국제공항은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서남권 신공항’이라 불리며 3,000억원 이상이 들어간 무안국제공항은 연간 여객수용능력이 500만 명이지만 올해 1분기 국제여객은 3만9,641명에 불과하다. 다른 공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제 정치권은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접고 김해공항이 세계적 명품공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지역주민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민주시민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금은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나라의 큰 이익을 가늠할 수 있는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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