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조희제 편집국장] 구의역 참사를 계기로 비정규직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구직난 속에서 취업을 한다고 해도 비정규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번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면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희박한 현실 속에서 저임금과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돼 있는 비정규직의 처절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미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게다가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임금은 2004년만 해도 65% 수준에서 최근엔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비정규직일수록 각종 산재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과거 양반과 상민과의 구분이 존재했듯이 노동시장의 신분이나 마찬가지가 돼 버렸다.

구의역사고 비정규직 문제 부각시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여론이 불붙듯 일어난 만큼 비정규직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해법(정치권과 정부가 주도해온)은 거의 예의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었다. 상당수의 노동현장에서 노사 간의 쟁점이기도 하다. 정부도 출범 초기 비정규직의 정규직 고용 전환을 강화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며 올해초 공공기관 비정규직 1만5천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우리사회에 비정규직 문제가 또다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최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 대회 및 5만 비정규직 민중총궐기 참여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뉴시스 자료사진

정부의 발표나 언론 보도만으로 보면 정규직 전환만이 해법이고 마치 가능한 것처럼 들린다. 아마 이번에도 정부 정책의 핵심은 정규직 전환에 맞춰질 듯하다. 그러나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무조건 좋은 일이기만 할까.

일단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규직에 대한 과다보호를 위해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경우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막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기업들이 비핵심 사업을 외주로 돌려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가를 절감하려는 노력을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숙련도를 요구하지 않고 일시적인 고용관계가 필요해 정규직이 필요 없는 일에는 비정규직을 쓰고 싶어 하거나, 현재의 노동법 하에선 정규직 고용을 부담스러워하는 현실 속에서 무작정 기업을 비난만 해선 될 일도 아니다.

게다가 노령화 사회 도래, 여가활동 중시 경향, 주부 취업 증가 등의 사회적 환경 변화로 인해 고용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규직 위주의 고용형태는 사회적 변화 방향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일본 토요타 자동차가 획기적인 재택 근무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토요타의 재택근무제도에 의하면 8월부터 재택근무대상자는 1주일에 한 번 2시간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근무할 수 있다. 입사 5년차 이상으로 토요타 본사 직원 가운데 3분의 1인 2만5000명 정도가 재택 근무 대상자에 해당된다고 한다.

토요타가 이러한 획기적인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사람을 붙잡아 두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육아 부담을 안고 있는 여성 인력을 강화하거나 부모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이직하는 사례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만이 유일한 해결책 아니다...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제도화 필요

정규직 전환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정규직 전환은 자칫 편법적인 비정규직 고용 형태만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면에선 정규직에 대한 과다한 보호를 기정사실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차별 요인을 완전히 철폐하는 일이다. 근본원인인 차별이 없어진다면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의 구분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문제가 시장에서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정책이 정규직 전환보다는 차별 철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점에서 막연한 독려보다는 강력한 법적 수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의 원가 절감 노력이 당연하지만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면 규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성장을 방해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이에 따라 과도한 임금 차별에 대해선 세법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형태가 하청이든 비정규직이든 이른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법으로 명시하는 방안도 고민할 때다.

막연하게 정규직 전환을 외치기에 앞서 무분별한 기간제 사용을 막고 과도한 차별대우를 철폐하는 게 급선무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