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청호칼럼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다음달 4월 8일 진료분부터 한의원의 추나요법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예정이다.

▲ 남영진 논설고문

그러나 자동차보험업계는 안 그래도 한방치료에 과잉진료가 많아 한의원과 환자와의 보험수가 시비가 많았는데 앞으로 보험금·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말썽을 빚을 소지가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자동차 사고로 부상을 입은 나이가 든 피해자가 한방의료원에서 장기간 마사지, 온천치료 등으로 장기간 드러누워(?) 보험사가 가해자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추나(推拿:밀 추, 잡을 나)요법은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의 일부분을 이용하거나 추나 테이블 등의 보조 기구를 이용하여 환자의 신체 구조에 유효한 자극을 가하여 구조적·기능적 문제를 치료하는 한방 수기요법(手技療法)이다. ‘밀어붙인다’는 추진(推進)이나 불법어로 배를 ‘잡는다’는 나포(拿捕)등에 쓰는 어려운 한자다. 한의사가 침이나 뜸을 놓는 간단한 행위보다 실제로 환부에 손을 대고 밀거나 잡아당겨 근육을 풀어주는 도수치료(Manual Therapy)행위를 말한다. 양의학의 정형외과의사가 하는 진단이나 치료마사지와 비슷하다.

양의학에서 외과수술을 요하는 치료에 한의사가 손을 대 고치는 형태여서 목디스크, 허리협착증, 무릎 관절염 등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보건복지부는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국민은 추나요법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단순추나, 복잡추나, 특수(탈구)추나 기법에 따라 약 1만원에서 약 3만원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한방병원 기준 단순추나 2만2332원, 복잡추나 3만7716원, 특수추나 5만7804원의 수가가 적용돼 4월부터 진료수가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 4월부터 한의원 추나(推拿)요법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과잉치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경남 양산의 부산대학교 한방병원 의료진이 추나요법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보험업계는 비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주요 한방 비급여항목 진료비 청구 현황’에 따르면 추나요법은 2018년 기준 진료비 742억원, 437만회 시행으로 주요 한방 비급여항목 중 지난 2017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청구진료비는 49%, 청구량도 52.8% 늘었다. 건강보험의 추나요법 시범사업에서 2017년 3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6개월간 15개 한방병원에 청구된 단순추나는 1만3242건, 복잡추나는 4만2877건으로 단순추나 대비 복잡추나가 3.24배 더 많았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감안해 교육을 이수한 한의사에 한해 급여 청구가 가능하고 환자는 연 20회, 한의사는 1일 환자 수 18명으로 제한된다. 대부분 경추(목), 요추(허리) 등을 함께 교정하므로 부위별 구분과 가산을 없애고 수가는 중간수준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과잉진료를 예방하기 위해 단순·복잡·특수추나에 대한 본인부담률을 50%로 적용할 예정이다.

복잡추나 중 디스크, 협착증 외 근골격계 질환은 본인부담률을 80%로 설정한다. 희귀난치성질환 등을 가진 사람이 추나요법 시술을 받는다면 본인부담률은 30% 또는 80%다.

한방의 추나의학(Chuna Manual Medicine, CMM)은 신경근육계 및 근 골격계의 기능상 불균형과 부정렬(비틀어짐)이 있는 환자에게 필요한 진단, 치료, 치료 후 평가 등에 관련된 총체적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양(陽)의 요소인 기능(function)과 음(陰)의 요소인 구조(structure)라는 두 가지 요소 사이의 계통적 상호 관련성을 중시한다. 추나의학은 근골격계의 구조와 기능을 최적의 균형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 생체역학적 기능 현상, 병리적 변화, 진단 방법, 치료 원리 및 치료 기술에 대해 연구하는 한의학의 한 분과다.

한국의 추나요법의 역사는 대략 중국과 유사하다. 하지만 장구한 세월 동안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아왔기 때문에 많은 역사적 기록을 소실하였고 추나요법에 관한 기록 역시 거의 남아있지 않다. 더구나 일제강점기 한의학 말살 정책으로 인하여 추나요법은 제도권 안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의료 행위가 아닌 민간요법으로 전락하면서 한국의 추나의학은 정체됐다. 서양의학이 강해지면서 한의학의 정통인 침뜸과 함께 경시된 것이다.

보험수가 급등과 과잉치료 문제가 따른다. 실제로 필자도 한의원의 과잉치료 때문에 골치를 앓은 적이 있다. 작은 딸이 6년 전 친구들과 가평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보려고 경강국도를 가다가 너무 막혀 가가서다를 반복하다 잠깐 한눈파는 사이 액셀을 밟아 앞차를 살짝 들이 받았다. 피해자들은 외제차에 노인부부와 여동생, 딸 부부 등 5명이 타고 있었는데 이들이 내려서 살짝 상처가 난 뒷 범퍼를 보고는 갈아달라고 요청했다. 뒤이어 내린 노인들도 괜찮타며 “운전조심 하라”고 말하고는 명함만 주고 헤어졌다고 한다.

사위인 운전자가 바로 연락을 해와 2백만 원을 들여 범퍼를 갈아주고는 사건을 잊었다. 그런데 2년 뒤 보험사로부터 3천만원대의 구상청구서가 날아왔다. 피해자인 노인들과 딸이 지방에 있는 한방병원을 계속 다니고 있어 의료보험금액이 누적되고 있었다. 그리고 완치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 몰라 추가 보험금이 늘어날 거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딸이 당시 태국에서 일하다 귀국했는데 보험을 들지 않고 엄마차를 몰다 사고가 났다.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는 후배인 변호사를 샀다. 그 변호사는 이 병원이 전국에 산재되어있는데 자동차사고 치료전문병원이기 때문에 이러한 보험금소송이 많은 병원이어서 건강보험공단에 정확한 치료일지와 의사소견을 들어보고 시작했다. 사고 현장에서 서로 명함만 주고 헤어져 경찰이 나오지 않아 가해자인 우리 측에서 증명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었다. 다행이 사고당시 딸이 피해차의 범퍼를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과 범퍼 정비소에 지불한 영수증이 있어 사고규모가 추정됐다.

건강공단에 알아보니 노인들의 초기 진료기록은 목 부분에 전치2주의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였다. 법원이 조정절차를 명해 보험사측의 변호인과 만났는데 막무가내였다. 우리 변호사는 차량사고와 장기치료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려우나 상식적으로 처음 전치2주의 진단에 4년 이상이나 치료를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이 5백만원 배상판결로 끝이났다.

보험을 들지않아 단순 사고로 1천만원정도의 재산상 손실도 아까웠지만 이 기간 집안 식구들의 정신적 부담이 더 컸다.우리 의료계의 수준을 한층 더 올릴 수 있는 계기다. 특히 비아그라 정력제 등장이후 면역체계를 증진시키는 한약의 인기가 떨어져 한의원의 형편이 심각했다. 추나요법이 한의사의 기를 살려 국민 건강증진에 큰 기여를 하려면 과잉진료로 환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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