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조희제 편집국장]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계열사 간 자산 거래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하고 추가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 검찰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롯데건설·롯데케미칼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뉴시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14일 롯데건설·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10여곳을 포함해 모두 15곳에 대해 압수수색 했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인명 피해 사건과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이어 대규모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은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앞서 검찰은 10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과 신동빈 회장의 자택은 물론 그룹 정책본부와 핵심 임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압수물 분량만 1t 트럭 7~8대 분량에 달할 만큼 광범위한 자료가 확보됐고, 검찰은 그룹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조성한 비자금과 사용처에 관해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 계열사 간 부당한 자금거래 규모가 최소 수백억 원대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횡령과 배임의 규모가 3천억 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롯데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비자금 의혹을 집중 수사하면서 그동안 불거진 각종 사업 특혜·비리 의혹도 재조명 받고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의 ▲제2롯데월드 허가 ▲동탄2신도시 백화점사업 ▲제주 관광단지 개발사업 ▲신 총괄회장 땅 계열사 고가 매입 등 의혹을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다. 롯데그룹의 각종 특혜·비리 의혹에 대한 실체가 밝혀질 지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7월 신동빈 회장과 친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수난이 시작됐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따라 폐쇄적 지배구조가 드러나면서 부정적 사회여론이 일어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신동빈 회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소송을 제기하고, 일본 측 주주 규합에 나선 상태라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올해 들어서는 롯데마트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수사를 받게 됐고 납품 비리와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롯데홈쇼핑은 황금시간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달 초에는 정운호 사건의 불똥이 튀어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큰 딸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비자금 조성 의혹은 파괴력이 크기 때문에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 롯데그룹이 파격적인 혜택을 받은 점도 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제2롯데월드의 인허가, 부산 롯데월드 부지 용도변경, 맥주 사업 진출 등을 둘러싼 의혹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만약 막대한 비자금이 조성됐다면 이런 의혹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으리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검찰은 이같은 의혹과 관련,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사해야 한다. 특수수사의 생명은 속도다. 핵심 비리에 대한 ‘외과수술식 수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조선 등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 점을 검찰은 명심해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의 수사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포스코 수사처럼 ‘별건(別件) 수사’ ‘가지치기 수사’ 논란이 되풀이된다면 검찰이 설 곳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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