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정치생태계가 태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

▲ 남경우 대기자

우리는 변화 혹은 전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이 시점에서 ‘변화의 패턴’에 대해 수없이 많은 모형을 제공하고 있는 전통고전 주역(周易)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판단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역 읽기에 필요한 몇 가지 배경지식을 소개할 예정이다./편집자 주

이순신과 점, 세종대왕과 점

이순신은 극단적인 시련 속에서도 끊임없이 배우고, 적응하고, 변화시킨 사람이었다. 이순신은 1594년 7월 13일의 난중일기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 1594년 7월 13일. 비가 계속 내렸다. 홀로 앉아, 아들 면의 병세가 어떤지 생각하며 척자점을 쳤다. 결과는 “임금을 만난 것과 같다(如見君王)”는 괘를 얻었다. 아주 길했다. 다시 던져보니, “밤에 등불을 얻은 것과 같다(如夜得燈)”였다. 두 괘가 다 좋았다. 걱정을 덜었다. 걱정을 덜었다.

또한 류 정승(류성룡)에 대해 점을 쳤다. 결과는 “바다에서 배를 얻은 것과 같다(如海得船)”는 괘를 얻었다. 다시 점을 치니, “의심했어도 기쁜 일이 생긴 것과 같다(如疑得喜)는 괘를 얻었다. 아주 좋았다. 아주 좋았다.

▲ 충무공 이순신장군도 일상에서 주역점을 쳐 세상의 길흉에 대비했다. 사진은 지난 4월 충남 아산시 현충사에서 열린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471주년 기념 다례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저녁 내내 비가 내렸다. 홀로 앉아 있으니, 정(精)으로 가눌 수 없었다. ----- 비가 올지 맑을지 점을 쳤다. 결과는 “뱀이 독을 토하는 것과 같다(如蛇吐毒)”는 괘를 얻었다. 장차 큰 비 내릴 것이다. 농사가 걱정이다. 농사가 걱정이다. 밤에 비가 퍼붓듯이 내렸다. ===

(이순신 연구가 박종평의 ‘이순신 이야기’에서)

아들 면의 병세와 류성룡 사망설 그리고 농사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늘 뿐이었다. 전란에 휩싸인 조선에서 그는 온 몸으로 왜적을 막아야 했다. 또 그는 자신의 후원자인 류성룡에 대한 음해 소문으로 늘 가슴을 졸였다. 멀리 떨어져 있는 어머니와 아들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는 고독했다. 그럴 때 그는 홀로 괘를 뽑으며 전쟁과 후견인과 가족과 날씨를 헤아렸다. 난중일기에는 점친 기록이 열 일곱 번이 나온다. 고독과 긴장이 계속되는 전장에서 괘는 대화 상대이자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었다.

조선 최고의 성군인 세종도 군사문제과 관련하여 음양술수(陰陽術數), 즉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두 다 믿지 못할 것이나, 역시 폐지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전투를 할 때 “점을 쳐보되 반드시 이에 구애받지 말고, 반드시 이를 폐지하지도 말 것이며, 시기에 임해서 참작해서 시행하라”고 국경지역 절도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박종평에 따르면 세종은 군사작전에서 유비무환의 자세의 하나로 점을 인정했다. 예측 불가능한 전쟁터에서 승리를 위해 극도의 긴장감을 해소 하고 작전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점을 활용했던 것으로 보았다.

점치는 행위가 합리적 판단을 가로막을까

우리는 늘 판단한 후 움직인다. 누구와 만날 것인가. 어떤 노선의 버스를 탈것인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 이런 일상의 주제라면 평소의 습관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이사 직장 결혼 투자 동업 직업 등을 결정하는 것이라면 쉽지 않다. 더 나아가 전쟁을 결행하거나 후퇴를 결행하거나 이민 등을 결정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 결정이 어려워진다. 그 결정이 힘들어져 아예 결정을 하지 못하면 결정장애에 이르게도 된다. 우리는 어떤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많은 조언과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더라도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더구나 아주 복잡한 정치행위를 앞둘 경우 상황에 대한 자의적인 판단은 아주 커다란 과오를 남긴다. 가령 20대 총선 종로구에 출사한 오세훈 전 시장과 같은 경우이다.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과 자신에 대한 타인들의 시선에 대한 오판은 참담한 패배로 이어진다.

이럴 때 청정하고 고요한 상태에서 하늘에 묻는 점은 자신이 자신에게 묻는 성찰이다. 점은 찬사와 아부, 조언과 조사 결과에 풍부한 인문학적 의미를 부여한다. 점이 미신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이치에 합당한(合理的) 판단으로 안내한다.

동양의 현인들은 군자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변화의 상을 관찰하고 그 의미를 새기며, 움직일 때는 변화를 보고 점을 쳐 길흉을 판단하여 움직이라고 말했다.

君子居則 觀其象而玩其辭 動則觀其變而玩其占(군자거즉 관기상이완기사 동즉관기변이완기점) - 정이의 역전서(易傳序) –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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